안녕하세요.
올해 서른일곱, 중견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여성입니다.
20~30대 동안 모은 자산 2억에 조그만 소형 아파트 자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골드미스까지는 아니어도,
20대부터 치열하게 살아왔고 외모도 주 3회 필라테스를 하며 나이보다 훨씬 젊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습니다.
눈이 하늘에 닿아 결혼을 안 한 게 아니라,
커리어를 쌓고 자산을 모으다 보니 어느덧 서른 중후반이라는 나이가 되었을 뿐입니다.
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30대 후반 여성의 결정사 현실에 대한 글을 많이 봐서,
제 나이가 결혼 시장에서 얼마나 큰 약점인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입비 내고 결정사에 등록할 때부터
제 나름의 주제 파악을 끝내고 눈을 대폭 낮췄습니다.
대기업이나 전문직 같은 화려한 스펙은 바라지도 않았고,
저와 비슷하게 평범하고 성실한 직장인이면 족하다고 매니저에게 요청했습니다.
저는 제 눈만 낮추면 무난할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첫 번째와 두 번째 상대를 받았을 때는 내심 안도했습니다.
40세 중견기업 과장에 인상도 깔끔한 초혼남,
43세 공기업 과장 등 생각보다 훈훈한 분들이 나왔거든요.
"아, 내가 서른일곱이어도 치열하게 살고 관리를 잘해서 대접을 받는구나" 싶었습니다.
주선된 만남에서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두 분 다 첫 만남 이후 "인연이 아닌 것 같다"며 정중하게 거절하시더군요.
조금 씁쓸했지만 결정사가 원래 한 번에 성공하긴 힘든 곳이니 다음 기회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매칭부터 매니저가 기준을 벗어나는 프로필들을 당당하게 들이밀기 시작했습니다.
46세 중소기업 차장 (저와 9살 차이, 탈모 심함)
42세 고졸 제조업 근로자 (자가 없음, 연봉 저보다 낮음)
39세 중소기업 대리 (재산 거의 없음, 혼인신고 후 한 달 만에 이혼한 경력 있음)
처음엔 잘못 매칭해주는 줄 알았습니다.
앞서 만난 분들과 격차가 너무 심해서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매니저님, 최소한 직업이나 자산 격차가 너무 심한 분들은 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처음 두 분은 괜찮았는데 갑자기 왜 이런 분들만 주시나요?"
그러자 매니저는 기다렸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마치 철없는 아이를 타이르듯 차가운 목소리로 제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회원님,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처음에는 성사될 가능성이 낮지만 최대한 원하시는 조건에 맞는 분들을 소개해 드린겁니다."
"사실 그분들은 원래 30대 초반까지에 여성만 원하시는 분들인데, 저희가 사정사정해서 회원님 한 번 만나보게 해 드린 거예요."
"보셨다시피 결과는 거절이었잖아요? 이제 그런 분들은 더 안 나와요."
"지금 내민 카드들이 회원님이 현실적으로 갈 수 있는 진짜 매칭 풀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습니다.
제 능력이 남자의 나이와 탈모, 이혼 경력보다도 못하다는 식의 가스라이팅을 당하는데 인격적인 모욕감마저 들었습니다.
사무실 동기들에게 이야기하니
"결정사가 원래 나이로 장사하는 곳이다, 상처받지 말고 탈퇴해라"라며 같이 화를 내주지만,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정말 내가 시장 가치가 완전히 끝나버린 건가 싶어 서글퍼집니다.
여성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급의 남자를 권하는 결정사가 양아치인가요?
아니면 삼십대 후반이라는 나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과거의 기준에 갇혀 있는 제가 욕심쟁이인가요?
냉정하게 결과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