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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목숨은 수 천 가지다. 늘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탄생한다. 그리고 영원히 기록에 의해 남겨지지만 소멸한다. 배우가 각 캐릭터마다 그에 어울리는 패션을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항상 새로운 스타일로 그들은 시청자, 관객에게 찾아오지만 또 어느새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인생을 산다. 스타패션은 특정 배우를 선정해 그가 출연한 작품에서 보여준 스타일을 패션과 비교해 기획 연재한다. [편집자 주]
[스타패션=김대견 기자] 충무로의 순정마초 하정우,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끝이 없다. 저예산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를 시작으로 충무로 스타덤으로 떠오르며 그는 쉴 새 없이 달려왔다.
하정우는 배우 김용건의 아들로 데뷔했지만 연예인 2세라는 틀을 깨부수고 오롯이 ‘배우 하정우’로 성장했다. 그것은 무명시절부터 차근차근 밟아 온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이뤄낸 성과다.
그의 열정은 수많은 영화 속 다채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휴가 나온 군 동료의 충격적인 자살을 접하고 청담동의 호스트바에서 뜨거운 밤을 즐기더니 연쇄살인마가 되는가 하면 국가대표에 발탁돼 스키를 신고 높이 날다가 여자 친구의 겨털에 놀라고 깡패두목이 되는 그의 영화 속 캐릭터는 참으로 다채롭다.
대놓고 나쁜놈 VS 숨겨진 악당하정우는 범죄와의 전쟁과 추격자 두 영화에서 끔찍한 악당으로 등장한다. 두 캐릭터의 가장 큰 차이는 ‘주먹을 쓰느냐 머리를 쓰느냐’라는 우선순위에서 그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범죄와의 전쟁’ 대놓고 나쁜 STYLING :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는 화려한 건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깡패 두목이다. 기름지게 넘긴 올빽머리에 짙은 콧수염, 촌스러운 금테 선글라스에 컬러렌즈를 장착하고 화려한 넥타이는 기본, 정장은 필수다. 스타일이 참 무식하다. 패션의 절제나 정제 따윈 찾아 볼 수 없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두목답다. 겉옷에만 두목의 모습을 갖춘다면 섭섭하다. 하정우가 누구인가. 두꺼운 금색 체인 목걸이와 몸을 휘감는 요상하고도 커다란 문신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깡패룩’의 정점을 찍는다.
•‘추격자’ 숨겨진 악당 STYLING : 추격자에서 살인범 하정우는 튀어서는 절대 안 되는 스타일이다.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무던한 머리에 남방과 면바지를 입어주면 길 가다 수십 번도 넘게 마주치는 평범한 스타일이 완성된다. 머리 쓰는 나쁜 놈답게 겉모습도 용의주도하다. 어찌 보면, 교회 오빠 같기도 한 이 스타일(극 중 실제로 교회에 다닌다)은 선한 눈빛을 더해 나쁜 놈이라곤 상상할 수 없게 만든다. 옷을 자주 갈아입어도 안 된다. 진정 수수한 교회 오빠는 옷이나 돈 따위에 관심이 없어야 하기 때문?
인생 한방 VS 쿨하지 못해 미안해
멋진 하루와 러브픽션 두 영화 속 하정우에게 연애는 골칫거리다. 멋진 하루의 하정우는 생각이 너무 없고 러브픽션의 그는 생각이 너무 많다. 그 성격 그대로 멋진 하루 하정우는 시원시원한 스타일인 반면, 러브픽션의 그는 답답하다.
•‘멋진 하루’ 인생 한방 STYLING : 멋진 하루에서 하정우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정도면 옷 잘 입는 남자’다. 바람둥이에 도박을 즐기고 여자들의 돈을 꿔서 돌려막기를 하는 한심한 인생이지만 옷은 입을 줄 안다. 그러니 여자는 끊이지 않는다? 영화에서 하정우는 무지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 입어주고 빈티지한 느낌의 코트하나 걸쳐준다. 다소 딱딱해 보일 수 있으니 후드티셔츠를 레이어드 해 반쯤 열어 자유로운 느낌을 살리고 운동화로 마무리해주면 세련된 빈티지 스타일 완성이다. 또 남자다운 얼굴에 이마 반 정도를 덮는 머리로 개구쟁이 느낌을 더해 말썽 많은 바람둥이 스타일을 완성했다.
•‘러브픽션’ 쿨하지 못해 미안한 STYLING : 러브픽션에서 하정우는 섬세함 그 자체. 생각이 너무 많아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해 본 찌질남답게 스타일링에도 많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난다. 일단 머리의 컬을 주목해 보자. 예쁘게도 곱슬곱슬 말았다. 옷도 칼라풀하다. 섬세한 그답게 보통남자들이 찾지 않는 다양한 칼라의 옷을 잘도 입고 나온다. 영화 속 하정우 스타일링의 정점은 해변에서다. 흰색 포인트가 들어간 선글라스에 꽃무늬 핑크색 바지 그리고 오렌지 주스 같은 걸 손에 든 모습에서 참으로 섬세한 그가 느껴진다.
부유한 청담동 양아치 VS 동네 양아치양아치에도 급수가 있다. 청담동의 최고급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양아치와 동네에서 술이나 마시고 애인이랑 여관에 드나드는 양아치는 스타일에서 급이 확연히 달라진다.
•‘비스티 보이즈’ 부유한 청담동 양아치 STYLING : 비스트 보이즈에서 ‘생양아치’ 하정우는 ‘청담동 스타일’ 한 번 제대로 보여준다. 호스트에서 일하는 그의 인생은 한심할 수 있지만 스타일만큼은 한심하게 볼 일이 아니다. 심플한 니트에 깔끔한 화이트 셔츠,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풍겨준다. 머리는 깔끔하게 올려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맞춰주면 호스트바에서도 잘 팔릴 멋진 스타일이 완성된다. 그의 인생이야 어찌됐든 스타일 하나 멋진 게 사실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 동네 양아치 STYLING : 군대의 실상에서 대해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하정우는 “너 양아치니?”라는 말이 절로 나올 스타일이다. 군에서 제대한 하정우는 머리를 어디서 한 건지 지저분하고 수염은 덥수룩하다. 언제 세탁한 건지도 모를 파란색 민소매 티셔츠와 접어올린 구제 청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끌고 다닌다. 전역 후 백수로 지내는 패션으론 제대로다. 거기에 하정우의 껄렁껄렁한 말투와 걸음걸이가 더해지니 연기가 아닌 그의 실제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국민훈남 VS 이건 뭐니?누가 봐도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스타일이 있다. 국민훈남 스타일과 국민 비호감 스타일이란 이런 것이다.
•‘국가대표’ 국민훈남 STYLING : 남자는 남자다울 때 가장 멋지다. 운동을 하고 꿈을 향해 열심히 뛰어가는 남자의 모습이 얼마나 멋진가. ‘국가대표’에서 스키점프 선수로 등장하는 하정우는 특별히 꾸미지 않는다. 대부분을 트레이닝복이나 스키점프복으로만 등장하지만 어느 영화보다 멋지다. 열심히 살아가는 훈훈한 남자의 모습. 역시 가장 멋진 건 그런 거 아닐까.
•‘구미호 가족’ 이건 뭐니 STYLING : 참 특이하다. 구미호 가족에서 하정우는 찰랑 거리는 바가지 머리에 이상한 옷을 입고 괴상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구미호라는 독특한 설정과 뮤지컬 영화 속 과장된 설정을 감안하더라도 이상한 건 어쩔 수 없다. 이 영화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지만 하정우의 색다른 스타일로 따지자면 최고의 영화라 하겠다.
<사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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