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보고서> 는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물었던
세가지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영화이다.
세가지 에피소드가 각각 전혀 다른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으므로
관람 전에 이 점을 필시! 유념해야 할 것 같다.
모르고 보면...갑자기 전혀 달라지는 이야기에 헷갈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ㅋㅋㅋ
아무튼 그렇기에 각각의 에피소드를 따로 평하도록 하겠음!
인류멸망보고서 1. 욕망의 끝은 섬뜩한 종말일지니…<멋진 신세계>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홀로 남은 연구원 윤석우(류승범)는 소개팅 약속에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지 않고 한번에 처리한 후 집을 나선다.킹카 (고준희), 맛있는 고기 요리, 즐거운 클럽. 온갖 유희 끝 그녀와의 달콤한 키스 현장을 덮친 고교생들을 괴력으로 응징한 석우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온다. 거리를 뒤덮은 좀비의 물결, 광우병도 조류독감도 아닌 괴 바이러스의 정체를 캐는 매스컴의 호들갑도 무색하게 서울의 거리는 멸망으로 치닫는데…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멋진 신세계>
류승범은 정말 소화하지 못하는 역할이 뭘까?
무슨 배역이든 완벽소화하는 그가 이번에는 무려 '좀비'연기를 선보였다!!
사실 한국영화계에선 최초로 있는 좀비물인지라 특수분장이나 표현에 있어 우려가 많이 되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 결과는 꽤 괜찮았던 듯.
'한국형 좀비'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수준의 분장과 연출이었다.
물론 류승범의 리얼한 연기가 단단히 한 몫 했지만ㅋㅋㅋ
이 에피소드는 광우병 파동 이전에 제작되었기때문에
제 시기에 개봉했다면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군데군데 정치풍자적인 요소들이 깨알같이 담겨 있으며
(특히 '90분 토론'의 봉준호 감독의 깜짝 출연은 정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왠만한 코미디 영화를 볼때보다 훨씬 웃겼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대로 빵빵 터짐ㅋㅋㅋㅋㅋㅋㅋ)
무심코 버린 음식물쓰레기가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이라는 설정은
멸망이라는 것이 실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될 수 있다라는...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좀 더 길게, 장편으로 잘 풀어냈다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처럼 현실풍자적이면서도 오락성을 갖춘 수작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한국영화계 최초로 '좀비'라는 소재를 다룬 위험성을 감안한다면
제법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보여진다!
인류멸망보고서 2. 피조물인 인간, 신의 영역을 넘보다! <천상의 피조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 미래. 천상사의 가이드 로봇 RU-4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이른다. 이를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제조사 UR은 해체를 결정하지만 그를 인명스님으로 부르며 숭배하는 승려들은 반대한다. 해체 직전, 일촉즉발의 순간, UR의 엔지니어 박도원(김강우)이 상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인명의 앞을 막아 서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감독인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천상의 피조물>
김지운 감독 답게 역시 스타일리쉬한 영상이 우선 돋보였지만
내용면에서는 기존의 김지운 감독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이르른 로봇이라니...
다른 두 에피소드들에 비해 다소 난해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초중반은 매우 흥미로웠지만 러닝타임 탓인지
후반으로 갈수록 너무 설명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하지만 장르적으로는 가장 'SF'다운 작품이기도 하다.
감독은 로봇을 소재로 그려낼 수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내려 한 것 같다.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 로봇에게 허용되는 자기의지 등등...
대중성을 포기하더라도,
"세상에 있는 장르는 다 해보고 싶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나름의 장르적 의지가 보였던 작품이다.
그리고 로봇 '인명'의 목소리에는 박해일이 맡았는데
그 차분하고 설득력있는 목소리 덕택에 그 로봇이 정말 하나의 인격체처럼 느껴졌다는 거...ㅋㅋㅋ
김강우보다도 로봇과의 교감을 더 느꼈다는 김규리의 말이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ㅋㅋㅋㅋㅋㅋ
인류멸망보고서 3. 그날 이후, 살아있음을 기뻐하라! 인류, 제2의 탄생 <해피 버스데이>
당구광 아빠의 8번 당구공을 부셔버린 초등학생 박민서(진지희)는 정체불명의 사이트에 접속, 당구공을 주문한다. 하지만 2년 후 당구공 모양의 괴 혜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고 임박한 멸망에 민서 가족은 오타쿠 삼촌(송새벽)이 설계한 지하 방공호로 대피한다. 그리고 7년 후, 엄청나게 밝은 광채에 홀려 민서(배두나)는 용감하게 지상으로 향하는데…
가장 '재기발랄'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다 ㅋㅋㅋㅋㅋㅋ
어린 소녀가 주문한 당구공이 행성이 되어 지구로 날아온다는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설정.
하지만 그만큼 상상력이 기발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친존재감' 송새벽은 명불허전.
그 특유의 생활 연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송새벽만의 전매특허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캐릭터 특성상 살짝 오타쿠스러운 그 느낌까지ㅋㅋㅋㅋㅋ
마지막 인류가 된 이 가족의 최후의 모습은
어쩌면 정말 지구상에 자신들밖에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절망감에 빠지긴 커녕
남산타워 등등 모든 건물들이 싸그리 무너져 폐허가 된 서울을 발랄하게 뛰어다닌다.
감독의 말처럼 멸망이라는 소재를 '희망적이고 따스하게'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해피 버스데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인류와 지구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듯한 느낌?
워낙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듯 하고
그만큼 반응이 뜨겁기 때문에 사실 관람 전에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
그리고 의외로(?) 호화 캐스팅인 주연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깨알같은 까메오들을 보는 재미도 단단히 한 몫 한다.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랜만에 한국영화에서 아주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새로움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강력 추천하는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