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임필성 감독 연출에
류승범, 송새벽, 김강우, 김규리, 고준희, 진지희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인류멸망보고서>를 드디어 보고 왔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싶어 했던 이유는
화려한 캐스팅진, 감독, 그리고 '한국형 SF'라는 장르 때문이었다.
SF라니...한국에서는 거의 시도된 적 없는 장르기에
과연 어떨지 기대 반 우려 반이었지만
그만큼 결과물을 직접 보고 싶었던 심리였달까?
우선 <인류멸망보고서> 는 3편의 단편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식 영화이다.
임필성 감독의 <멋진 신세계>, <해피 버스데이>
김지운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
옴니버스 영화가 그렇듯
각각의 에피소드가 보여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첫번째 에피소드 <멋진 신세계>
한국영화계 최초의 '좀비물'이다
.
좀비라는 건 정말 헐리우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봐 왔는데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배우인 류승범이 좀비가 된 모습이나
좀비떼들로 초토화되는 서울시내는 특히나 국내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길만한 설정이었다.
마치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괴물이 등장한 장소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소인 한강이었던 것 처럼.
좀비 역할로 류승범은 정말 탁월한 캐스팅이라고 생각된다.
자칫 어색하게 느껴졌을 '한국 좀비'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연기!
또한 깨알같은 조연들과 카메오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특히 정치풍자적인 코드를 넣은 듯한 '90분 토론'장면은 압권이었다.ㅋㅋㅋㅋㅋ
배우 윤제문과 봉준호 감독의 깜짝 활약ㅋㅋㅋㅋㅋ의외의 빵빵 터지는 웃음 선사해 주신다.
좀비 바이러스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던가
군데군데 당시의 정치실태를 풍자한 요소(북한이나 특정 당을 연상시키는 당 이름 등)들 등등
전체적으로 '한국형 좀비 영화'이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에피소드였다.
그리고...이 편을 보면 한동안 고기를 먹기 힘들어진다..............
두번째 에피소드 <천상의 피조물>
한국영화계 대표 감독 중 한사람인 김지운 감독이 연출하였다.
<멋진 신세계>에서 한국 최초 좀비가 등장한다면
<천상의 피조물>에서는 한국 최초 로봇이 등장한다.
천상사라는 절의 가이드 로봇이 불가의 깨달음을 얻어
설법을 하는 경지에 이르른다는 설정은
서양문명인 로봇과 동양문명인 불교의 조합으로 신선함을 준다.
로봇 '인명'의 목소리 연기는 박해일이 맡았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로봇의 말에 신뢰가 가기도 한다...ㅋㅋㅋ박해일느님 엉엉
혜주보살 김규리를 비롯해 '인명'의 해체를 반대하는 승려들과
해체명령을 받은 엔지니어 김강우, 그리고 제조사측의 대립을 통해
인간과 로봇의 관계, 조물주와 피조물의 관계 등등을 철학적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갈등의 과정이 후반부에 거의 대화로만 풀어져 아쉬움이 남기도 한 작품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해피 버스데이>
아빠의 당구공을 실수로 부셔버린 초등학생 진지희가
정체불명의 사이트에 접속해 주문한 당구공이 괴혜성이 되어 지구로 돌진한다는
황당무계한 설정으로 시작하는 작품.
받아들이기에 따라 어이없거나, 혹은 기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재밌는 설정 같다.
지구 멸망이라는 절망적이고 무거운 소재를 다뤘음에도
멸망 직전 뉴스에서 불륜 사실을 폭로하는 아나운서라던가
방공호를 설계하는 찌질한 오타쿠 삼촌 역의 송새벽의 연기로
유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그리고 있다.
감독의 말처럼 멸망을 따뜻하고 희망적으로 다룬 영화이다.
마지막을 훈훈하게 장식해 주었다고 할까?
전체적으로는 예상대로 다소 낯설고, 전례 없는 독특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영화이다.
하지만 그만큼 신선하기도 하고,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코드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이러한 신선한 영화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