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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지하철에서 헌팅 당했던 그 남자..

헌팅녀 |2008.08.11 09:40
조회 2,772 |추천 0

 

때는 2년전 여름, 제 나이 스물 다섯때의 일입니다.

 

저는 때때로 꽤 진지한 구석이 있습니다만,

그에 못지 않게 장난끼도 다분합니다.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친구와 함께 지하철(7호선)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왠지 장난을 치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왜 그런날이 있잖아요? 괜히 마음이 둥둥 떠서 막 장난치고 싶은 날.

그날은 저에게 그런 날이었던 것이죠.

어떻게던 건수를 잡아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은 점점 커져만 갔고

이리 저리 머리를 굴리던 저는

지하철이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나, 오늘 남자한테 헌팅건다."

 

그렇게 말하는 와중에 지하철은 서서히 정지했고

제 앞에 문이 열리던 순간!

두둥.

조금은 말랐지만 탄탄한 몸매의 까무잡잡한 키큰 훈남이

눈앞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직감했죠.

이 사람이 바로 나에게 최초로 헌팅당할 행운아라는 것을 말이에요.ㅋㅋ

필받은 저는 지하철에 오르며 작은 소리로 제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쟤다"

 

친구는 눈이 동그래지더니 웃음을 참으며 '진짜?' 라고 물었고

저는 결의에 찬 목소리로 '응!'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살며시 그 까무잡잡한 훈남 뒤로 갔습니다.

그리고 그 훈남을 등지고 가만히 섰죠.

그 훈남의 등과 저의 등은 불과 10cm정도의 사이만을 두고 있었습니다.

근데, 막상 시도하려니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막막하더군요.

 

저 : "어떻게 하지?"

친구 : "몰라 ㅋㅋㅋ"

저 : "연락처 물어볼까?"

친구 : "진짜 하게?"

저: "그럼!"

친구 :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 "핸드폰을 이용해야 겠다"

친구 : "어떻케 ㅋㅋ 진짜 할건가봐 ㅋㅋㅋㅋㅋㅋ"

 

저는 핸드폰을 꺼내들었고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과

조금은 쪽팔리는 마음을 차분히 억누르며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그 까무잡잡한 훈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네? 저요???"

 

훗. 그 훈남, 이름 모를 낯선 여인이 갑자기 말을 거니

좀 많이 당황하는 듯 보이더군요.

그런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ㅋㅋㅋ

저는 눈을 내리깔고 최대한 수줍은 미소를 띄운 상태로

핸드폰을 건내며 말했습니다.

 

" 네, 그쪽이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연락처 좀 주실래요?"

 

그 다음 상황은 그  훈남이 역시나 조금은 당황한,

하지만 기쁜 마음을 억누른

미소를 띄며 제 핸드폰을 받아들고

버튼을 꾹꾹 눌러 연락처를 찍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제 상상속에서는 그랬지요.

그러나 현실은 상상과 같지 않았습니다.

그 훈남, 정말정말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 고등학생인데요 !"

 

순간 지하철 내부는 모든 것이 멈춘듯 고요했고

저는 그자리에서 증발되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 고등학생인건 알겠는데 사람들 꽉 차 있는 지하철에서

그렇게 큰소리로 까지 말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는 그저 조용히 뻘쭘하게 핸드폰을 내밀고 있는 손을

거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는 웃겨 죽을라 하고...

저는 쪽팔려 죽겠고...

여전히 그 고딩훈남과 내 등을 닿을 듯 가까이 있는데...

자리를 옮기자니 그게 더 쪽팔리고..

어짜피 이건 장난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저는 안쪽팔린 척 미소를 띄고 친구와 아무이야기나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우리의 목적지는 한참 남아 있었기에

저는 한시라도 빨리 조금전의 사건을 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역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목소리 큰 고딩 훈남은 내리려 하더군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근데... 그 고딩훈남이 내릴 때 슬쩍 뒤돌아서 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그 고딩훈남과 함께 내리며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더군요.

분명히 저쪽 의자에 앉아 계셨던 아주머니였는데,..

그분은 고딩훈남의 어머니였던 것입니다 ㅠ

그 아주머니의 표정은 한마디로.. '쟤는 뭥미'스러우셨고.ㅠㅠㅠ

 

간신히 쪽팔림을 잊어가던 저는

ㅁ롬;ㅗ하미ㅓㅗ하ㅓ미누하ㅓ무해ㅣ무

한 상태로 목적지까지 가야 했습니다. 

 

 

당시엔 정말 쪽팔려 죽을 것 같았지만 ㅋㅋ

그것도 추억이 되어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네요 ^^

근데 만약 그 고딩이 엄마가 지켜보고 있지 않았더라면,

과연 저의 헌팅을 그렇게 대놓고 거절할 수 있었을까요?

 

전 아마도..

그렇진 않았을거란 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ㅅ --

 

이상, 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헌팅수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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