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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nze,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민병문 |2012.05.14 14:33
조회 37 |추천 0

미켈란젤로 언덕, 저녁 노을


유럽여행을 하고 마지막으로 네덜란드에 들러서 나를 보고 간 친구가 있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썻던 책, 정보를 모아두었던 파일과 여행을 마치는 시점에 버리긴 아깝고 가져가긴 무거운 유용한 것들을 다 주고 갔어요. 그 중에 이탈리아 여행 책이 있었는데, 여행 준비를 하면서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저 주려고 책에 인상깊었던, 혹은 꼭 해야하는 것들을 적어놓았다고 했는데, 피렌체 부분에는 저 말이 있었어요. 미켈란젤로 언덕, 저녁 노을. 평소 마음이 워낙 잘 맞던 친구였는 데다가, 저도 워낙 노을을 감상하는 걸 좋아하기에, 많이 기대했어요. 피렌체는 두오모를 보기위해 가기도 했지만 새로운 이유가 생겼습니다. 대체, 얼마나 아름답기에?


미켈란젤로 언덕은 피렌체의 아르노 강을 건너서 보이는 언덕의 꼭대기 입니다. 피렌체의 아름다운 심장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어요. 피렌체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미켈란젤로가 작업을 하다가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올라가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여 미켈란젤로 언덕이라고 이름 붙었다고 합니다. 사실 피렌체는 미켈란젤로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는 도시입니다.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도 피렌체를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하여 피렌체를 알린 그의 덕분이었으니까요. 준세이와 아오이를 만나러 갔던 피렌체에서, 새로운 이를 만납니다. 미켈란젤로를요.









사실 바티칸 시국 투어를 듣기 전까진, 미켈란젤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대표작이 천정벽화라는 것 정도? 상식이 부족한 것을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미켈란젤로가 그림 이전에 조각으로 더 유명했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그 정도로 심각했다는거죠. 이렇게 털어놓고 나니 정말 챙피하군요. 그래도 저만 그런건 아니지 않나요? 혹시 이거 읽으면서 괜히 찔리는 사람 없어요? (웃음)


아마 제가 갔을 때 피렌체의 날씨가 맑았다면, 아마도 전 매일매일 미켈란젤로 언덕을 오르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비가 와도 노을은 보일지도 몰라, 라는 기대를 안고 오르고, 오늘은 비가 그쳤으니 노을이 보이겠지, 라는 마음으로 오르고, 낮 풍경도 봐야하지 않겠나, 라는 마음으로 오르고... 피렌체에서 머물렀던 2박3일의 일정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랐어요. 심지어 마지막 날, 피사로 이동해야하는 그날 아침까지도 덜덜덜 캐리어를 끌고 올랐답니다. 다행히 마지막 날 비가 완전히 개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 준 덕분에 파란 하늘 밑 아름다운 피렌체를 볼 수 있었죠. 아쉽게도 끝까지 붉은 노을이 내리는 피렌체는 보지 못 했어요.









아마 마지막 날 피사로 이동하지 않고, 피렌체에서 머물렀다면 노을을 볼 수 있었을 겁니다. 피사는 피사의 사탑 말고는 볼 게 없다고 하니, 가지 말까? 피렌체 너무 좋은데, 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대로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다시 올 수 있을테니까요. 아쉬움이 남으면 자꾸 눈에 아른거리잖아요, 김연우의 노래 중에 금단현상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노래 가사가 이래요. 약국 문방울 소리, 마트에 카트를 밀어도,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 그 자그만 숫자에도 니가 있어, 널 누른다. 피렌체가 저한테 그렇게 남아있어주길 바랐어요. 그래서 미련을 남기되, 뒤돌아 보지 않고 떠났습니다. 아마, 이번 교환학생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두 달간의 여행의 여정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에요.










아쉽게도 노을은 제대로 보지 못 했지만, 야경은 잘 구경했습니다.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받아내며 바라보던 첫 날의 야경도 쉬이 잊혀지지 않지만, 역시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이틀 째 날이 더 기억에 남아요. 전 날 내리는 비 때문에 찍지 못 한 야경을 찍으러 미켈란젤로 언덕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모 맥주 광고처럼, 여기는 정말 안주가 필요가 없겠구나, 라고 생각했던 걸 떠올리며 맥주도 한 병 사갖고 올라갔어요.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감자칩 한 봉지도 함께 말이죠. (웃음) 한창 혼자서 사진을 찍으며, 야경에 취해있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을 무렵, 한 무리의 한국사람들이 올라오지 않겠어요? 반가운 마음에 사진도 같이 찍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야경, 맥주, 감자칩, 그리고 좋은 사람들. 그 무엇이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요?









피렌체에서는 내내 비가 내렸던 바람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썩 많진 않아요. 내 몸값보다도 더 비싼 몸이신데, 현재 기준입니다, 잠재 가치는 당연히 제가 더 높겠죠 (웃음), 행여 비라도 맞아서 고장이라도 날까, 가방 속에 꽁꽁 숨겨놓느라, 찍은 사진도 별로 많진 않습니다. 제 여행기에 사진을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 송구하기 그지 없습니다. 요 근래 많이 바빴던 나머지 정말 오랜만에 올리는 포스팅인데, 영양가가 부족한 것도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는 좀 더 많이 담아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웃음)


네덜란드는 지금 비의 계절인가 봅니다. 이적의 노래 가사 처럼,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질 않네요. 아까 언급했던 김연우의 노래 가사처럼 표현해보자면, 빗방울 떨어지는 물웅덩이의 파문 하나하나에 피렌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마음이 살짝 설레는 걸 보니, 오늘도 쉬이 잠 들긴 글른 것 같죠? 베란다에서 맥주를 한 병 꺼내와야겠습니다. 창문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안주 삼아 슬쩍 취해봐야겠어요. 잠 못 드는 밤의 맥주는, 언제나 옳다. 좋아하는 광고 문구인데, 맥주 덕후인 거 너무 티내는 건가요? (웃음)



출처: 영삼성

[원문] [사진찍는 이은상의 감성유럽] Firenze (2) , 미켈란젤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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