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척 좋은 토요일이었다.
새벽 5시에 잠이 들어 오전 8시에 집을 나와 해야 할 일들을 했다.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쉬워서 영화 예매를 했고,
오랜만에 혼자가 아닌 둘이서 영화를 보았다.
구로CGV 6관에서 오후 2시 10분에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보았다.
스승의 날에 변변한 선물도 드리지 못했는데,
죄송한 마음으로 남 교수님과 함께 영화를 보았다.
주말이었지만 관객들은 많지 없었다.
아무래도 주변에 신도림, 영등포 등 CGV가 많기도 하고,
교통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 이유인 것 같다.
그러나 주말 황금 시간대에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게,
내게는 무척이나 좋다.
"뒤 탈 없는 돈이라.. 없습니다. 그런 돈."
할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아 부귀영화를 누리는 백금옥 여사.
그녀의 남편 윤회장은 필리핀 하녀와 바람이 났고,
그녀의 딸 나미과 아들 철은 각각 이혼하여,
백 여사의 집에서 그들의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백 여사의 비서 주영작 실장은,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최상류층의 권력 행사를 지켜본다.
"근데 그게 그렇게 모욕적이더라고."
전작 <하녀>에서는 "하녀"였던 윤여정이 이번에는 "재벌"이 되었다.
워낙 이런 류의 영화에서 비슷한 역할들을 많이 맡았기에 무척 자연스러운 연기였다.
화제가 되었던 베드신은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다.
아마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김강우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 같다.
그의 연기는 아주 좋았고 매력적인 요소들을 많이 가진 캐릭터였다.
아마 많은 여성 관객들은 그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아쉬울 것이다.
<해안선>때부터 <돈의 맛>까지.. 이제 그는 명품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백윤식은 자기 캐릭터가 확실한 배우이다.
어느 영화에 출연하든지 그의 연기는 중간 이상이다.
김효진은 과감하고 도발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파격이라고 말하기에는 거리가 멀다.
오랜만에 온주완의 연기를 보았는데,
예전의 미소년 같던 이미지는 확실히 사라진 것 같다.
이제 나이가 든 것일까?
황정민(여자), 권병길, 김응수가 출연했다.
황정민은 조연들 중에 가장 돋보였고,
권병길은 신선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임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엔딩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 영화의 엔딩은 별로였다.
그러나 몰입도는 무척 높은 영화였다.
"당신은 월급쟁이이고, 나도 그렇고."
<하녀>의 속편이라고 하던데 어느 정도 스토리는 이어지는 것 같다.
속편답게 <하녀>와는 달리 다양한 캐릭터와 플롯들로 스케일이 커졌다.
분명 영화를 보는 일부 관객들은 추잡한 최상류층의 모습들에 치를 떨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러한 모습들에만 집중한다면 전작 <하녀>와 다를 바가 없다.
이 영화를 볼 때 주영작 실장의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한다면,
"권력과 재물이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감독의 대답을 확인할 수 있고,
백금옥 여사의 관점에서 영화를 해석한다면,
"사람은 왜 어떤 대상에 집착하는가?"에 대한 감독의 대답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질문들에 대한 감독의 대답은 너무나 쉽다.
영화에서 원작 <하녀>와 리메이크작 <하녀>를 잠깐 볼 수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환상적인 나라야!"
돈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은 역사적으로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대부분의 결론은 "돈이 많으면 좋으나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라는 결론이다.
그런데 나는 이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돈을 많이 가져본 적도 없고,
그러기 때문에 "돈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이 결론은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에게 주지시키는,
일종의 자기 합리화라고 생각한다.
마치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에게 "우리처럼 되지 말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사회의 부를 독점하여 가난한 자들을 짓밟는 것이다.
그리고 짓밟힌 가난한 자들에게 그러한 삶이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이 예나 지금이나 부자들의 전형적인 체제 이념이다.
영화를 보면서 N.EX.T의 "Money"가 귓가를 멤돌았다.
"사람보다 위에 있고 종교보다 강하다"
하늘 아래에 어떤 대상도 사람보다 앞에 있을 수 없고,
어느 종교든지 욕심은 절제하거나 금기해야 할 미덕이자 교리이다.
그러나 문자적으로는 이해하지만 현실에서는 당장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돈은 "약한 자는 밟아버린다 강한자에겐 편하다"
우리 사회에 보편적 복지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히 부자들이 만들어 낸 부를 공유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부를 공유함으로써 그동안 무시되거나 사라졌던,
인간과 인권, 사랑, 친구, 윤리, 도덕 등등..
보편적 원리들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돈 때문에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찾는 것이다.
"돈의 맛"이 아무리 좋더라도,
"인간의 맛"을 능가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