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신원을 알고있는 사람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여기서부터 무작정 제 얘기를 적어 올린다면 다른 성추행 사연들과 똑같이,
저에 대한 질타도 물론 포함하여, 여러분은 신고를 권하시겠지요
하지만 전 여기에 울고불며 제 이야기를 적어내지 않고 하나 부탁을 하고자 합니다.
신고를 하고 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가해자가 뭐 죽어 없어지나요? 아닙니다.
끽해야 벌금일뿐 아직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잘 없다고 합니다.
신고의 문만 열려 있으면 된건가요, 처벌까지 가는 길은 한없이 비좁은데.
저는 신고를 하여 제 신원을 공개하게 됨으로써 내려지는 체벌이 고작 그정도이길 바라질 않습니다.
제가 감히 많은걸 바라고 있다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그 놈에게 저 이상으로 당할 여자들을 생각하면 더 화가 나기에,
여기서 그 놈의 더러운 그 버릇을 말려버리고 싶은게 제 욕심이라고 생각되신다면
그냥 전 욕심 부리겠습니다.
'신고를 하는데 있어서 나의 신원을 적어내는 것은 불가피하구나. 맞는말이야 증인이 되어야지.'
요즘 소셜미디어들을 통해서 어떻게든 정보가 흘러다닐텐데...'그 가해자도 날 알고있을거야.'
'그렇다면 그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무게가 내가 감수해야 하는 만큼은 될까?'
제가 성추행 다음날 상담센터를 다녀오며 든 생각들입니다.
성추행 피해자가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신고 기록이 남는 것에 망설여지고 부끄러워해야한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납니다.
피해자가 느끼는 스스로의 수치심과 정신적 피해에,
신고의 절차에 필요한 피해자의 신원이 공개됨으로써 야기되는
피해자에 대한 주변인들의 삐딱한 시선들까지 모두 합쳐도
가해자에게 그만큼의 처벌이 내려지리란 보장도 없는 이 상황에서 저는 신고가 망설여집니다
, 아니 신중해집니다.
성추행을 당한 후 하루는 무너졌죠. 나에대한 실망감과 자괴감에. 저에게 미안한 만큼 저를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자책하고 괴로워해야하는거라면, 가해자는 얼마만큼 당해야 마땅한건가요.
저는 불행 중 다행히도 관계 직전까지 당하다가 마지막에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렇게 정신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마지막순간에 제가 저를 그 상황으로부터 구해낸 것에 대해
점점 대견하다고 느낍니다.
설령 제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강간까지 당했다한들, 전 저를 더이상 욕하지 않을것입니다.
왜 피해자가 부끄러워야 하나요...
'이렇게 성추행 가해자에게 관대한 나라가 어딨어' ,
라고 따지기 전에 우리의 시선도 무의식적으로 관대해지진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뉴스를 보면 치가 떨리고 영화를 보면 토가 나온다고 모두가 말하면서
막상 주변사람이, 그냥 알고만 있던 사람이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다라는 이야기가 어디서 들려온다면
그 피해자에 대한 시선에는 단지 동정만 있었을까요.
성추행, 성폭행, 강간에 대한 처벌을 변화시키긴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도 바뀌어야 할 것 입니다.
성추행은 개개인의 문제가 절대 아닌, 사회적 문제입니다.
성추행에 대한 처벌의 강도를 높이고 죄의 무게를 늘리기 위해선
먼저 여러분의 시선의 큰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글을 올립니다.
큰 숲이 단단하게 자리잡아야만 모든게 제대로 고쳐나아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여러분을 질책하는게
절대 아닙니다. 옳은 생각이라면 더 튼튼하게 만들고 조금이라도 비틀어져있다면 고쳐야하는, 한번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확신에 말씀드리니 불쾌한 오해는 접어주세요.
두서없이 써내린 점은 대단히 죄송하나 제 요점은 전달되었으리라 믿으며 글 마치겠습니다.
올바른 시선을 가짐으로써 성추행 피해자들을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