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따뜻한 조언의 댓글을 달아주신 것에대해 허리숙여 감사드립니다.후기를 궁금해하실 것 같아서 글을 남깁니다.
어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엄마: 너와 전화를 끊고 나서 오래 생각을 해 보았는데, 나도 너무 감정이 앞서 너에게 강압적으로 말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중간에서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나중에 네가 시집을 갈 때까 지는 아니더라도 얼마 간은 엄마랑 살았으면 하고, 이 부분은 네가 따라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네가 직장에 출퇴근하면서 이 높은 곳까지 오르내리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은 못 한 것 인정한다. 그래서, 그냥 지금 있는 돈을 모아서 네가 한국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서 이사하려고 한다.
나: 알겠다. 내 입장도 생각해서 타협점을 제시해 준 것이 감사하고, 엄마가 말한 것처럼 우리 너무 지난 날 아빠 계실 때 수준을 자꾸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 된 거 이 상황에 맞춰서 검소하게 살자. 나도 생활비 좀 보태고, 엄마도 조금 아끼려고 노력해서 알뜰하게 살림하면 살림살이도 좀 나아질 거고,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될 거다. 동생 학비나 교육비는 최대한 내가 보태려고 할 거니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 부담 가지지 않아도 된다.
대충 이런 요지의 대화였습니다.제가 귀국하면 자취를 하려면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방이 없다"를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는 다른 방안을 제시해 주셨어요. 방이 3개이고 집도 조금 넓어진 (25평) 곳으로 이사하시려고 한다고 해요.이사 비용 정도는 제가 해드리고 싶어서 귀국 전까지 열심히 모으려고요^^
일 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도 처음 해 봤습니다.수업 하루에 8시간씩 하고, 번역 (책 번역 일을 누가 맡기셔서 작업중) 일에, 퍽 버겁다. 그랬더니 놀라시더군요.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 모르셨다고...제가 너무 힘든 티를 안 내서, 돈을 쉽게 버는 줄 아셨나봐요.
재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말씀 나누지는 않았는데요.어머니가 제게 더 이상 집 마련할 돈을 보태라는 걸로 스트레스를 안 주시게 되어서 그것만으로도 저는만족하고요. 그것 때문에 "한국 가면 엄마 생활비에 집 마련 자금에 동생 교육비에 내 생활비까지 벌어야 한다" 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던 것이 한결 편해졌어요.
저도 어머니가 자취에 대한 제 의견을 너무 묵살하셔서 오기로 더 "무조건 할거다" 라고 나갔던 것이 좀철이 없었던 것 같아서 사과드렸고, 어머니는 그저 당연히 저와 같이 살게 되실 거라고 기대하셨는데그게 깨어지게 되니 섭섭하셨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또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악착같이 돈을버는 딸이 힘든 것을 그간 잘 알아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해하시고, 그 부분을 십분 고려해서 타협점을제시해 주셨고 그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감사해요.
이제 곧 방이 3개인 보금자리로 이사도 하고, 저도 저만의 방을 가지게 되고 엄마와 동생이랑 살 생각을하니 들뜨네요. 비만 죽창 오는 영국을 떠날 생각을 하니 좀 아쉽기도 하지만...
효도는 꼭 돈으로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일찍 떠나신 아버지를 대신해서 제가 어머니께 더 심적으로 위로가 되어드리고 애교도 부리고 (선천적으로 없는 애교... 노력중입니다) 여행도 많이 모시고 다닐거에요.동생도 당연히 챙길거고요. 원래부터 너무 예뻐서 제가 업어 키웠지만...
지금 예전에 어머니가 아버지 그늘에서 누리시던 것 보다는 상황이 많이 안좋아졌지만, 그런 것은 더이상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상황에서 행복을 찾자고, 어머니가 우울해 하실 때마다 설득할 생각이에요.제가 그만큼 더 잘할 거고요.혹시라도 저번처럼 무리한 요구를 다시 하신다면 들어드릴 생각은 없어요.제게 혹여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어머니가 꿋꿋이 살아가실 수 있도록 꼭 필요하신 부분을도와드리려고요.생활비 부분은, 저번 글에서 많은 분들이 조언해주신 대로, 50만원 정도만 원조해 드리되, 어머니와 함께가계부라던가 집안 재정 상황을 빠짐없이 듣고, 가장 필요한 부분 (공과금과 동생 교육비를 맡을듯) 을도와드리는 것으로 잘 조율해서 결정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조언으로,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열심히 살게요.
모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