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모 대학 2학년 재학중인 남자입니다. 23살, 이 나이에 힘들다고 하면 경치는 분들도 많겠지만 현실과 미래가 암울해서 너무 힘드네요. 옛날처럼 나라가 성장하는게 보이면 또 모를까, 내리막길만 남은 것 같은 황혼기에 무슨 희망을 보고 살아갈지 모르겠어요. 전역하면 아주 장밋빛은 아니더라도 좀 밝고 희망 있는 나날이 있을 줄 알았는데, 복학 첫 학기가 거의 끝날 무렵인 지금 희망은 커녕 날로 늘어가는 우울한 마음과 현실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뉴스 보면 자살, 이혼, 폭력 부터 해서 거의 분명시되는 경기추락에 부동산(어머니 작은 회사가 땅 파는 회사인데..) 경기 쇠퇴 등등.. 어디서 희망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가정 경제상황입니다. 대학이 춘천에 있어서, 금요일 오전 수업 끝나자마자 서울 집에 오고는 있지만 집에 와도 편하지가 않네요. 없는 돈 털어가지고 과외시켰는데 오빠보다도 공부를 못해서, 수능에서 제일 잘 맞은 등급이 수학 4등급(과외 해서 나왔음..), 간신히 다 떨어지고 하나 붙은 전문대 같지만 분위기 안좋다고 자퇴, 다시 공부하는데 쉴거 다 쉬고 놀고 철없이 구는 여동생.. 기본적인 소양도 없는데 도대체 4년제 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 자기 딴에는 알바도 해봤고 철이 든 줄 아나본데 그 돈 다 자기한테만 쓰고 집구석에 뭐 하나 사다 놓은 것 없는 그냥 여전히 철없는 기집애입니다. 제가 생필품 사다 놓으면 아주 당연하게 거기 있는 듯이 쓰는게 꼴보기 싫어서 요새는 사다놓지도 않습니다.. 가족밖에 없다는데, 요즘시대에는 기본적으로 나 외에는 전부 '남'이 되는 것 같네요.
부모님.. 아, 베이비붐 세대로 참 열심히 사신 분들이지만 중년에 들어서 다들 이렇게 되셨는지.. 나름 노력하고는 있지만 팔리지 않는 땅에 늘어가는 생활비 빚, 그에 대한 이자, 독촉전화와 고지서, 한숨.. 제 생활비로 대출 받은걸 어머니 이자 갚는데 다 써서 국가장학금 못 받았으면 거짓말 안하고 굶어죽었을 뻔했습니다. 아버지, 그놈의 증권때문에 그래도 좀 풍족하던 집이 박살나고, 결국 이혼하시고 대장암 걸리셨다가 다행히 중초기에 발견해서 완쾌는 하셨지만 여전히 후유증을 가지고 계시고, 근근히 알바 하시면서 혼자 계시는 아버님.. 어렸을땐 꼬장꼬장한 성격이 무섭기도 하고 싫었는데 지금은 불쌍한 몰락한 가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저는 후에 두 분을 부양할 능력도 없고, 합칠 가능성은 없지만 다른 애인이라도 있으면 차라리 맘 편하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걱정됩니다.. 경기침체가 더 심해지면, 빚 독촉이 더 심해질텐데 진짜 이러다 달동네 가는 거 아닐까요..?
집이 가난해 질수록 더 정리도 안하고 지저분하게 사는 게 맞는 것 같더라구요. 예전엔 안그랬는데 요새 저희 집이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네요. 좀 필요없는 거 버리라고 해도 안버리고.. 내 집이 아니니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제 방도 가뜩이나 좁다보니 예전엔 안그랬는데 우울증이 심해지니까 폐소공포증 걸릴 것 같아요.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데 엄마나 동생이 문 벌컥벌컥 열고, 같은 집에 살면서 무슨 노크냐고.. 문 닫거나 잠그면 저놈의 자식은 대화도 안할려고 한다고 화내시고 집이 집이 아닙니다. 가족들하고 이야기좀 하면 피곤하기만 하지.. 거기다 제 주변의 한 분, 자기 우울하다고 징징대는 어떤 분.. 외면할 수도 없고. 나 스스로도 못챙기는데 너를 어떻게 챙기니..
사실 지금처럼 희망없는 상황에서는.. 가족 셋이 다 같이 나가서 일해서 빚 갚고 그렇게 살아야 정상같지만 어머니도 빚을 내서라도 편하게 살고 싶지 힘든 일은 본인 건강도 그렇고 해서 못하겠다고 하시고 동생도 허황된 4년제의 꿈, 저도 나름대로 허황된 대졸자의 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어렵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건 무리하게 쓰던 스마트폰을 해지하고 밥 좀 덜먹고 하는 정도네요. 대중교통으로 어디 가는 것도 무섭습니다 이제는. 그래서 이번학기 끝나고 휴학해서 저도 알바를 좀 해보려고 하는데, 교수님이 다음학기에 자신이 추진하는 수업을 꼭 들어보라고 해서 한학기만 더 버텨보려고 합니다.
지금 학기말 이죠.. 공부, 그렇게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무튼 성적이 중상정도는 되고 그나마 요새 조금 재미를 붙이긴 했는데, 영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학부내에서도 가장 인기없는 과이기도 하고 그 속에서도 전국 대학교에 저보다 잘 하는 사람은 얼마든지 많은 것 같고 좁은 바닥에 어차피 대성할 사람은 서울대 동 학과에 있는게 거의 기정사실.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스펙경쟁에 뛰어들어봤자 피만 볼 것이고.. 전공도 비상경계라 취직도 아니올시다이지만 상경계 공부는 죽어도 못 할 것 같네요. 교수님은 그래도 저는 좀 가능성이 있다고 대학원가서 공부하라고 권하셨는데 돈 문제부터 해서 여러가지로 여의치 않아서 취직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습니다.
친척들의 면면도 하나같이 내리막길 입니다. 제가 기숙사는 떨어지고(성적이 장땡이 아니고 봉사활동부터 갖가지 활동을 해야 들어 갈 수 있습니다. 워낙 희망자가 많다보니..) 자취할 돈은 없고 해서 이모부 집에 빌붙어 사는데 눈치도 보이고 답답하게 지냅니다. 그런데 그쪽도 참 사정이 안좋아서 한때는 그래도 이모부가 철도관련 기술자로 인정 받고 넉넉하게 살았던 집이었는데 황혼이혼에 두명 자식중 한명은 아버지(이모부)가 애써 번 돈 유학보내주고 여러가지 다 해줬지만 이혼하고 지금 뭐하고 사는지도 모르고 친척 누나되는 따님은 그래도 좀 낫지만 풍요롭지는 않습니다. 일요일 하루만 두분이 같이 지내고 이모부 거의 혼자 지내시죠. 주중에 춘천에 있으면 참 안쓰럽습니다. 우울증 걸리셨다고 하더군요. 제가 또 그렇게 이야기를 붙이는 성격이 아니라.. 대화 없이 지내는데 퇴근하시고 오면 (계약직 실버사원)혼자 컴퓨터 하고 티비 보시고.. 거기다 넉넉하시던 분이 은행 에서 독촉 고지서 받고 있고 집도 완전한 본인 집이 아니더군요.
큰삼촌은 예전부터 문제가 많다가 이번에 술먹고 사고쳐서 4년형 선고받고 어머니랑 다른 삼촌이 합의금 및 다른 거 가지고 없는 형편에 노력중.. 작은 삼촌도 여러가지 일을 하시는 것 같은데 힘들기도 하고 고정된 일자리가 아니라 불안불안 해 보이더군요. 무엇보다 본인 건강도 안좋고. 자식들(조카들)은 안 본지가 너무 오래되서 잘 모르겠습니다. 잘 사는지 어떤지.. 다른 친척도 대동소이 합니다. 아버지쪽 집은 아버지가 별로 좋은 모습 아니라고 일부러 소식을 안 전해주기는 하지만 역시 암담하구요.
주변 모든 사람이 (황혼)이혼에 생활고와 빚더미, 위험수준의 건강.. 이게 현실입니다. 주변에, 뭔가 긍정적이고 희망을 가져다 줄 만한 케이스나 요인 없습니다. 정말 멘붕입니다. 뭐를 해야 좀 자신감이 생길까요? 너무 힘듭니다. 운동 해 보라고 해서 좀 하려고 했더니 만원도 없는 현실에 헬스 갈 수도 없고, 조기축구회도 정기적으로 활동하기에는 너무 부담도 되고 체력도 그래서 못 가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스스로를 비관적으로 보는 건 지도 모르겠지만, 미래에 자신이 없습니다. 학습된 우울도 좀 치료해보려고 학교 무료상담사도 학기 내내 만나고 있지만 별로 도움이 안되네요. 잘 살 수 있을까요? .. 솔직히 두렵습니다. 가족하고 다 같이 죽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저 같은 잉여 인간은 세상에 얼마든지 많고, 넘쳐나는 고학력, 능력자들에 비해 정말 하등 보잘 것 없는 개미같은 존재. 5천만이 드글드글한 반쪽짜리 반도에서 경쟁 없이 사는 걸 바랄수도 없겠지요. 점점 존재의 가치를 깨닫고 있습니다. 군대에서는 정말 어머니 생각 나서 버텼습니다. 자살 시도도 했는데.. 아른거려서 도저히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구요. 다행히도 군번이 좀 빨리 풀렸고, 아시는 분이 대령으로 계셔가지고 약간 덕도 보고 해서 간신히 버텼는데 이 거대한 사회에서는..
물론 정말 이땅에 저보다도 못한 환경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있지만, 솔직히 좀 비관적으로 보입니다. 벗어 날 수 없는 굴레를 평생 안고 평등이라는,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가치 아래서 특정 계층들을 위해 농노와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가가는 것 같다고 할까. 무엇을 위해서인지.. 자식덕을 보고싶은 사람들은 그들 자신대로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 뿐이고. 제가 해보지 못해서 단정짓기는 그렇지만, 뉴스나 졸업한 선배들 면면을 보면 정말 평범한 인생이 어떤 건지 답이 나오더라구요. 거의 일반화된 야근에 박봉, 가뜩이나 힘든 와중에 업무로 인한 질병, 부모님 부양, 수십년동안 갚아야 하는 집 한칸(한 채도 아니고), 카드 빚.. 좀 더 세월이 지나면 자식 양육비. 이런 생각을 하니 사는 의미를 상실할 것 같습니다. 나는 다르겠지 하고 꿈꾸는 사람들도 많이 봤는데, 거의 다 무너지더라구요. 세계적으로 경제가 안좋다보니 해외 취직도 어려워 지고. 신문등에 나는 10%도 안되는 성공 케이스는 정말 극소수.. 희망고문이랄까.
제가 건강이라도 좀 좋으면 이것저것 해보겠는데, 몸도 반 장애인이에요. 돈 없는데 자꾸 다른 치아 밀치고 자라나는 사랑니, 충치 치료 겁나서(비용) 1년 넘게 가지도 않는 치과, 건강검진때 발견 된 지방간과 고혈압 의심, 계속 나빠지는 고도근시, 평생가는 턱관절 장애(작은 것 같아도..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육체행동에 엄청난 제약이 있는 질환입니다) 소화불량에 유전적인 요인(대장암) + 생활습관으로 인한 위험 복부비만. 이슬로 왔다 이슬로 가는 인생이라지만 너무 덧 없네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노예상태로 산다면 세상에 대해 불평도 할 줄 몰랐겠지만. 너무 많이 아는 것도 탈 인 듯 싶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