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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몽유병

연우 |2012.06.19 01:05
조회 699 |추천 0

전체적인 뼈대는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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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사람들에게 어른스럽게 보이길 원하는 꼬마아이였다.

밤이 되어 어두워지는 집 앞 골목도, 불 꺼진 부엌도 모두 무서웠지만

어린아이처럼 굴기 싫다는 이유로 나 혼자 2층 방에서 잠이 들곤 했다.

 

하지만 기억속의 그날만은 조금 다른 기분이었다.

 

나는 잠들기 전에 꼭 세수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름없이 거품을 낸 손을 얼굴에 문지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거품이 온통 얼굴에 묻어있는지라 나는 눈을 뜰 수 없었고,

세면대가 있는 내 앞 거울 속 누군가가 나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서둘러 거품을 씻어내고 거울을 올려다봤다.

당연하겠지만, 거울 속에는 공포에 질린 얼굴의 나밖에 담겨있지 않았다.

 

바보같은 상상이었지만 한번 든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계단을 올라가기 전, 나는 어머니가 계신 1층 방 안을 들여다봤다.

tv를 보시던 어머니는 어느새 나보다 일찍 잠들어 계셨다.

오늘따라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2층 방이 더 어두워보였다.

나는 어머니 옆에 모른척 누워버릴까 고민하다 결국 계단을 올라갔다.

 

끼익거리는 나무계단 소리가 기분나빴다. 나는 방문을 열자마자 불을 켜고

이불 속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불을 끄고 자라고 말씀하셨지만

하루쯤은 괜찮을 것 같았다. 눈을 꼭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하자 거짓말처럼

정신이 흐릿해졌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깜깜한 한밤 중이었다. 어느새 내 방에 어머니가 들려

불을 끄고 내려가신건지 내 방 안은 온통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열린 문틈으로 차가운 바람이 새어들어오고, 나는 이불을 여미며 어둠속을

노려봤다. 이쪽에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응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불을 켜기 위해서는 문 옆까지 걸어가야하는데,

나는 침대 밖으로 한발짝도 발을 내딛기 싫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시간이 흘렀다.

 

 

점점 더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나는 결국 이불을 머리끝까지 둘러쓴채

몸을 말았다. 그리고 그 다음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에 내가 눈을 떴을 때 나는 어머니가 주무시는 1층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어떻게 내가 1층 방까지 내려왔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내려오셨을까싶어 여쭤보자

아니라는 대답 뿐이셨다. 그저 어머니가 일어나셨을 때에는

내가 어머니의 곁에 잠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오신걸까? 나는 출근 준비를 하시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왜 나를 1층에 데려다 놓으셨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버지 역시 아버지가 데리고 내려온 것이 아니라는 말씀 뿐이셨다.

아버지는 출장을 갔다가 새벽 늦게 돌아오셨기 때문이다.

의아했지만 나는 부모님에 나를 데려다 놓으시고 모르는척 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나는 1층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 다음 날도, 그리고 그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말했듯 그당시 나는 어른스러워보이길 원하는

꼬마아이였기에 부모님 없이 혼자 잠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밤이 되어 어머니와 아버지가 tv를 보며 잘 준비를 하실때

나는 안에서 열 수 있도록 1층 방문을 잠궈두고

2층 방으로 올라가 여느때처럼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나자 어제와 다름없이 나는 1층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화가 났다.

 

 

"아빠! 나 이제 혼자 잘 수 있단 말이에요! 왜 자꾸 데려오는 거야?"

"아빠가 안 데리고 왔어."

 

 

아버지는 고개를 내저으셨다. 그럼 내가 어떻게 1층에 있는거냐며 따져물어도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후 나는 어머니의 영문모를 강권으로 한동안 1층 방에서 잠들게 되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아버지에게 그 때 일을 물었을 때, 나는 그 일의 진상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어느날부터 네가 1층에서 자기 시작하더니 그 날 네가 방문을 잠그고 갔었지?

네가 한참 2층에서 내려오지 않길래 아빠는 네가 2층에서 다시 혼자 자려고

하는건줄 알았어. 그런데 조금 지나니까 거실에서 발소리가 들리는거야."

 

 

먼저 잠든 어머니를 뒤로하고 tv를 보시다 깜빡 졸고 계시던 아버지는 거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내가 또 1층으로 내려오나 싶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1층 문은 잠겨있었고,

아버지는 졸린 마음에 그냥 문을 열지 않고 누워계셨다고 한다.

 

 

 

 

 

그리고 철컥, 아버지의 귀에 문고리를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낡은 문이었지만 안쪽에서 잠겨있기 때문에 바깥에서는 열 수 없었고,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이제 올라가려나보다하고 다시 잠이 드시려던 아버지는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문소리에 퍼뜩 잠이 깨셨다. 낡은 문고리가 쉴새없이 철컥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쾅쾅!철컥철컥철컥철컥─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문고리만 듣기싫은 쇳소리를 내며

뜯겨져나갈듯 움직이고 있었다. 놀란 아버지는 달려가 문을 열었고,

문 밖에는 풀린 눈으로 웃으며 문앞에 말끄러미 서있는 내가 있었다고 한다.

 

 

 

 

아마 문을 잠궈놓지 않았던 다른 날에는 열린 문으로

방에 들어왔던 모양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행히 이후로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는 내가 그런 일이 없었다며 웃으셨다.

 

 

나는 무언가에 씌였던 것일까, 아니면 몽유병을 앓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도 가끔 드는 생각에 소름이 끼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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