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전공의들의 피로가 문제다. 피곤하면 수술 부위를 봉합할 때 바늘도 한 번 덜 꿰매게 된다. 약을 처방하는 과정에서도 사고가 있다. 환자가 한꺼번에 먹으면 안 되는 약들이 있다. 그런 걸 처방하면 컴퓨터 모니터에 경고 표시가 뜬다. 그런데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그걸 못 보는 경우도 있다. 그걸 환자가 먹게 된다.
권재우: 택시 운전기사도 하루에 20시간씩 일하라고 하면 사고가 날 것이다. 우리도 그렇다. 내과는 특성상 시술을 많이 한다. 척수 쪽으로 약제를 투입하기도 하고, 폐에 물이 차면 바늘이나 기구를 써서 뽑아낸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밤에 하는 경우가 많다. 레지던트들이 낮에는 일이 많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아침 6시부터 일하면 지쳐서 대충 하게 된다. 그러면 사고가 난다.
노인환: 외과에서는 다음날 암 수술을 하게 되면 오늘 미리 주요 혈관에 링거를 꽂아야 한다. 사실은 수술 날 아침에 마취과 의사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당일 수술을 빨리 돌리려고 전공의들에게 전날 미리 하도록 한다. 하룻저녁에 7명 정도에게 링거를 꽂는다. 그런데 피곤하니까 집중력이 떨어지게 된다.
오의석: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환자가 코 수술과 편도선 쪽 수술을 한꺼번에 받았다. 수술 당일 밤에 출혈이 생겼다. 병원에서 전공의에게 콜을 했는데, 전공의가 피곤해서 자느라 못 받았다. 대처가 늦어져서 환자가 사망했다.
서정일: 진단이나 처방을 하는 일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밤새우고 잠을 못 자면 술 취한 상태와 비슷하게 된다. 의료진의 성의나 도덕성 문제로 돌릴 일이 아니다.
노: 정규 시간에는 약사가 항암제를 섞는 일을 하는데 휴일이나 밤 시간에는 인턴이나 간호사가 그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도 걸러줄 사람이 없다. 병원에서 그걸 우리에게 맡기니까, 인턴과 간호사가 서로 안 하려고 자주 싸운다. 그래서 인턴이 이긴 과는 간호사가 항암제를 섞고, 그렇지 않은 과는 인턴이 섞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항암제 조제 과정에서 에러가 많이 벌어진다. 그런데도 병원은 비용을 아낀다고 약사를 추가로 고용하려 하지 않는다.
권: 피곤해서 약을 엉뚱한 환자에게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간호사가 환자가 혈압이 낮다고 하면 “타이레놀(진통해열제) 주세요”라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 간호사는 아마 ‘얘가 미쳤나’라고 생각할 거다. 그래서 다시 전화가 오기도 한다. 그런데 간호사도 신참이면 그게 그냥 들어가버린다.
이: 간호사의 근속 연수가 짧아지고 있다. 병원에서 근무 연수가 길면 권고사직을 하는 식으로 내보낸다. 비용이 많이 드니까. 그러다 보니 간호사의 숙련도가 떨어진다. 처방을 잘못해도 걸러주지 못한다.
권: 간호사들과 농담 비슷하게 말한다. 전공의랑 간호사 중 누가 더 힘드냐고. 물론 전공의가 더 힘들다. 그렇지만 전공의들은 4년만 버티면 된다. 간호사들은 10년차도 3교대로 일한다. 밤새워 일하고 생활이 불규칙하니까 힘들다. 그러니 나간다. 새로 온 간호사들은 당연히 실력이 떨어진다. 한번은 수액을 하루에 1ℓ 놓으라고 했는데, 1시간에 다 줘버리기도 했다. 그러면 문제가 생긴다.
노: 그렇게 사고가 나도 대다수는 전공의나 간호사들끼리 무마한다. 교수님이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
권: 작은 의료사고는 넘어간다. 그런데 문제가 커지면 넘어갈 수가 없다. 보호자가 알게 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환자가 전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노: 병원 내부의 실적 경쟁 때문에 생기는 사고도 있다. 병원에서 교수님들에게 실적 경쟁을 붙이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예를 들어 항암치료는 환자가 수술받은 과에서 하기도 하고, 항암치료를 주로 하는 혈액종양내과에서 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수님들이 실적을 올리려고 환자를 놓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혈액종양내과로 넘길 환자를 이제는 붙잡고 치료까지 한다. 그런데 우리 과 전공의들은 항암제 쓰는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다. 교수님은 “혈액종양내과 전공의한테 물어봐서 배워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항암제 사고가 발생한다. 다른 과에서도 무리하게 환자를 잡고 항암치료를 하다가 적정 용량의 10배를 투약하기도 했다. 그러면 환자 몸에 타격이 크다.
권: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 중에도 상태가 좋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있다. 상태가 좋은 환자는 우리 과에서 계속 항암치료를 한다. 그렇지 않은 환자는 내과에 넘긴다. 쉽고 돈 되는 환자만 받는 거다.
이: 교수님 한 명이 과의 세를 불리려고 한다. 수술을 하는 과가 아닌데도 “수술도 우리가 한다”고 하며 환자를 다른 과에 의뢰하지 않는다. 그러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권: 병원의 수술장도 폐쇄된 공간이다. 의료사고가 나기 쉬운 곳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게 훨씬 많을 것이다.
오: 교수님 한 명이 동시에 2~3개 수술장을 열기도 한다. 교수는 방을 돌며 핵심적인 부분만 맡는다. 그러다 한 방에서 수술이 길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다른 방 스태프들이 대기하기도 하지만, 그냥 다른 전공의를 시키기도 한다. 그러다 ‘수술 후 출혈’ 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 우리 병원도 공장처럼 돌아간다. 한 교수님이 수술방을 4곳까지 연다. 보통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생길 때도 있다. 교수님이 흔히 “그냥 네가 해라”고 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전공의가 다른 선배 전공의에게 전화로 설명을 들으며 시술하기도 한다. 환자는 특진비를 냈고, 교수한테 수술을 받는다고 믿는다. 병원이 정직하지 못한 것이고, 환자에게 위해가 갈 수도 있다.
권: 게다가 마취는 짧을수록 좋다. 그런데 교수가 정해진 시간에 오지 않으면 마취가 길어진다. 병원은 수익을 위해 수술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돌려야 한다.
이: 교수님들도 불쌍하다. 병원의 ‘직원’이다. 일과가 끝나면 휴대전화로 실적이 찍힌다. 매출을 올리라는 압박에 계속 쫓긴다. 의대 교수는 환자를 진료하고, 학생들도 가르쳐야 하고, 연구 실적도 내놓아야 한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이상을 한다. 특히 진료와 연구 실적을 올리라고 강하게 압박을 받는다. 그런데 교육을 잘하라고는 아무도 압박하지 않는다. 그러니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 오래된 교재를 그냥 사용한다. 좋은 의사가 나오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권: 교수님들도 힘들다. 3시간에 100명의 외래환자를 본다. 제대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서: 대형 병원에 오면 치료를 잘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몰려드는 환자들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환자들한테 아예 교수님을 만날 때 질문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간이 없으니까. 제대로 된 진료가 될 수 없다. 병원에서는 어떻게든 환자를 많이 유치하려 한다. 기계들도 열심히 돌린다. 자기공명영상(MRI)은 새벽까지 돌아간다.
권: 새벽 3시까지 암환자를 불러내 방사선치료를 한다. 밤새워서 의료진이 일을 하는 것이니 위험할 수 있다.
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내가 맡은 환자가 빨리 수술받게 해야 한다. 그러니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새벽에라도 검사를 받는 게 낫다. 그렇게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다. 나쁘게만 볼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