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 제게, 너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도시는 어디였느냐, 라고 묻는다면 빠히, 라고 대답하겠습니다. 네, 파리에요. 빠리라고도 하는데, 유럽에 살고있는 사람이니까 티 좀 내보려구요. 프랑스인들은 R 발음을 ㅎ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그리고 단어 끝에 오는 S는 발음하지 않아요. 그래서 영어식 발음 "패리스"는 "빠히"라고 발음합니다. 몽마르트도 "몽마흨트"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물론 국어로 옮겨 적기 한계를 느끼지만요.
사실 "빠리"이건, "파리"이건, "빠히"이건 상관 없습니다. 그래도 Paris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니까요. 봄이나 여름 즈음에, 꼭 다시 가고싶어요. 사실은 크리스마스 조명이 아름다운 샹젤리제를 다시 걷고 싶었는데, 올 크리스마스는 독일인 친구집에 초대를 받아 다녀오는 바람에 못 갔습니다. 내년 겨울엔 한국으로 돌아갈테니, 아마 다음 크리스마스의 파리는 미래의 여자친구와 함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상상해봐요.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라는게 유럽인의 상식입니다. 우리나라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이니까요.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닫고, 프랑스인들은 다들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 텅빈 파리를 사랑하는 이와 거니는 모습. 로맨틱하지 않나요? 그 순간만큼은 파리가 우리 둘만의 것처럼 느껴질거에요. 매 정시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펠탑도, 크리스마스 조명이 켜진 샹젤리제도, 생각보다 스케일이 작아서 실망했지만 그래도 명불허전이었던 세느강도, 그 많은 세느강의 다리 중 그녀(웃음)가 가장 사랑하는 알렉산더 13세 다리도.



올 가을 파리에서 8일을 머물면서, 8일씩이나 머물렀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찍은 사진을 헤아려보니 1,400장 정도였습니다. 보정을 하면서 선별 작업을 거치니 340장 정도 되었구요, 페이스북 사진첩 하나에 올릴 수 있는 최대 사진 수가 200장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140장을 다시 추려내었습니다. 짐작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포스팅 하나로는 모자라요. 물론 올릴 수는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스크롤의 압박 때문에 중지에 마비가 오실 수도 있어요, 보통 스크롤 휠을 중지로 돌리시잖아요? 혹시라도 이해 못 하실까봐 토를 다는, 이 작은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아시는 분은 댓글로 좀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웃음). 작은 마음은 다시 제쳐두고, 그래서 천천히 지루하지 않게 올려보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맛배기,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은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나눠서 연재를 한대도, 누가 기다려줄까?




지금도 파리를 생각하면 그녀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파리에 간다고 했더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라면서, 열 곳의 뻬이버릿 플레이스들을 알려줬고, 내 맘도 모르고 파리에서 아름다운 빠리지엔느를 만나면 말하라던 프렌치 문장들을 가르쳐줬고, 예쁜 사진 많이 찍어오라면서 부담도 줬습니다. 저의 파리 여행은 가이드 북보다 그녀의 뻬이버릿 플레이스들을 순방하느라 바빴습니다. 그녀에게 보여줘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사진도 더 열심히 찍었습니다. 지금도 제 마음 한켠을 자꾸 저릿하게 만드는 파란 눈동자, 금발은 아니지만 밝은 색깔 머리카락이 어울리는, 웃을 때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매우 귀여운 그녀에게 앞으로 이어질 파리 포스팅을 바칩니다.

출처: 영삼성
[원문] [사진찍는 이은상의 감성 유럽] Paris (1) , 그녀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