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8
# 주말
토요일이다..
어제 술을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냉장고를 열었지만 먹다남은 식빵과 기타 오래된 반찬밖에 없다....
"젠장할...물 사러가야겠네.."
의자에 아슬하게 걸쳐있는 무릎나온 츄리닝을 걸치고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집앞에 편의점으로 나선다.
속은 안좋은데 배는 출출하다..
해장나 할겸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집어든다 .
그리고 어제 벤치에서 줄줄이 피워 없애버린 담배도 한값을 주문한다.
오늘따라 집 주변에 차가 없다
"아..오늘 주말이라 다들 놀러 갔구나..."
주말만 되면 괜히 심술이 난다.
" 에잇!! 다 놀러가라 폴설이나 와서 고립되라!"
난 참..못된것 같다..
혼자 궁시렁궁시렁 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고 컵라면에 부을 물을 끓인다.
TV를 켜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린다
' 띠리리리~띠리리리'
"어? 이거 내 전화벨 소리 아닌데"
그렇다 어제 내가 주워온 핸드폰이다
잠까지 설쳐가며 궁금했던 그 핸드폰인데 눈 감고 일어 났더니
그새 그걸 까먹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감성적으로 잠시 변했던것 같다..
휴대전화 액정에는 친구로 예상되는 '박민정' 이라는 이름이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상하게 긴장됐다..
그냥 전화받고 :어제 전화기 주웠던 사람인데요"
이 말 한마디면 될것을 ..
어이없게도 목을 가다듬는다..
"에헴..여보세요"
"실례지만 누구신데 영주 핸드폰을 가지고 계시죠?"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운지..영주가 누구며 목소리는 왜이렇게 퉁명스러운지...
하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네~전 어제 술집에서 이 전화기를 주운 사람입니다"
"네~감사합니다. 실례지만 어디시죠?"
참..실례가 많다...
"여기는 월평동인데요. 직접 가지러 오시겠어요? "
"죄송한데 지금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그런데요 혹시 괴정동 에서 뵐수 있을까요?
여기가 태평동이구요 제가 차가없어서...."
당황스럽다..
아니 근데 왠 눈..
창문을 열었다...
아까 바란 내 소원을 하늘이 들어주신건가...눈이 미친듯이 오고있다...
귀찮았지만 어제 내가 몰래 훔쳐본 잘못아닌 잘못도 있고 어차피 할일도 없으니 갔다줘야지~하며 말했다.
"네~그럼 이따 4시에 괴정동 엔젤리너스에서 뵙죠"
"네~감사 합니다.이따 뵙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긴채 전화를 끊었다
지금시간 PM 02:40 분
편의점에서 사온 내 숙취해소 음식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우걱우걱 먹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적막이 흐른다...
그런데..갑자기 또 궁금해졌다
다시 어제 주워온 전화기를 연다..
다시 사진첩을 본다...
물론 커플로 추정되는 사진 말고 그녀가 솔로로 보이는 사진만 보는 중이다..
예쁘다...
에잇! 내가 어제에 이어서 혼자 생쇼 2부를 하고 있구나..라며 자책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다.
어이없지만 이 전화기 사진첩의 주인이 나오겠지 라는 나의 엄청난 호기심 때문인지..
박박 닦는다 양치질도 두번 하고...
고데기도 한다...비비크림도 바른다...
옷장에서 새로산 옷까지 꺼내 입는다...
물론..설령..그녀가 나온다고 해도 핸드폰만 돌려주고 바로 집으로 온다에 나조차 한표를 던지지만..
주말 분위기도 낼겸..거기다가 눈까지 내려주니...
이럴때 보면 난 망상이 심한것 같다..
좀 빨리 나가야겠다...분명 길도 미끄러울테고 차도 막힐테고..
늦으면 안되겠다...
생각할 수록 어이없다...
무슨 소개팅 나가는 것도 아니고 연애 초반의 아름다운 커플도 아니고 그냥 길에서 주운 휴대폰 전해주러 가는데..
또 한가지...분명 난 근로계약서에 빗대어 보면..난 갑이고..그 사람은 을 인데..내가 왜 그사람 기다리는 것 까지..
걱정을 하나...
친구들이 알면 이건 10년 짜리 놀림감 이다..
차가 생각보다 많이 막힌다..분명 먼거리가 아닌데..
아니면 기분 탓 인건지..
우여곡절끝에 3시40분에 도착했다..
카페문을 열었는데..온기가 엄청나다...
물론 히터때문은 아니다..
이 많은 테이블을 수많은 커플들이 차지 하고 있다..
오히려 그녀를 찾기 쉬워졌다 분명 친구랑 있거나 혼자 앉아 있는 테이블을 찾으면 되는거 아닌가..
그런데...그렇게 앉아있는 사람이 없다..
분명 내가 빨리왔다..
커피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다
참고로..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점원이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마치..허세부리러 혼자 카페에 온 사람으로 보는 듯한 저 맘에 안드는 눈빛...
"주문 하시겠습니까?^^"
' ^^ ' 이 표시를 넣은건 정말 이렇게 웃고 있었다...
"미숫가루 주세요..."
난 정말 커피를 안먹는다...
"진동벨 울리면 오셔서 받아가세요~ ^^"
난 카페도 싫다...
왜 내가 내돈 주고 먹기까지 하는데 가지러 왔다가 또 치워줘야 하는지...
혼자 테이블에 앉아 미숫가루를 빨고있다...
기분탓 인지 커플들이 나만 보는것 같다...
어색함에 몸서리 치고 있을 무렵 전화가 울린다
'띠리리~띠리리'
"네~어디세요 저 2층에 와있는데요"
"네~올라가겠습니다~뭐드시겠어요?"
전화로 주문을 받는다..
"아뇨~전 이미 먹구 있구요 그쪽 드세요~"
나름 친절하게 말했다..
이상하다....
소개팅하는것도 아닌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계단 발자국 소리만 나면 어쩔줄을 모르겠다..
누군가 올라온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제 울던 그녀다...
난 어색하게 손을 들었다
"여..여기요..."
그녀가 가볍게 목례를 한다
그리고 말했다.
"죄송해요~제가 좀 늦었죠 눈이 너무많이 와서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요"
아까 하늘에 기도했던 내 자신을 원망했다...
" 아닙니다..저도 온지 얼마 안됐어요~ 헤헤.."
어색한 미소만 나온다...
그녀가 먼져 말을 건넨다
"어제 제가 좀 취해서요..그래도 다행이네요. 좋으신 분이 주워 주셔서 돌려받구
전화번호랑 사진이랑 중요한거 다 없어 질까봐 걱정했었는데..정말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나의 어색한 미소가 나온다.
"아닙니다..당연히 돌려 드려야죠.."
초등학교 바른생활에 나오는 발투 그대로다...
눈치보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보니
어제 많이 울었나보다..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런데 아무일도 없던 사람처럼 그녀는 밝아 보였다..
물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나의 오지랍이지만 말이다..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내가먼져 말걸었다~
"몇살 이세요?"
"전 30 이요. 그 쪽 은요?
"전 28 이요."
대화가 끝이다....
이대로 말을 끝내면 전화기만 받고 갈것 같았다...
아쉬운 나는 소개팅 모드로 돌입한다...
그 결과...그녀의 나이,이름,직업 까지 알아냈다..
그녀의 이름은 손영주 직업은 의사...
신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이쁘고 직업도 좋고...
어이없는 생각이지만 나랑은 안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이제 서서히 집에갈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나의 소개팅 모드는 바닥이 났다..
소개팅이였다면 다음 약속을 잡는다던가..식사라도 하자던가....에프터라도 신청을 할텐데..
어쩌면 이건..그냥 밝은세상 만들기의 한 몫으로 끝나는게 당연한거다.
용기를 냈다..
"저...눈도 많이 오는데 집에 데려다 드릴께요.. 하..하.하.."
"아니요~안그러셔도 되요~너무 죄송해서.."
"네..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미쳤다...내가 미쳤다...이건 보통 미친게 아니다...
거기서 딱 끊어버리다니..
그러자 그녀가 목도리를 휘날리며 택시를 타러 갔다...
서로 어색한 눈 인사만 건넨채...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불도 잘 안 붙는다..
그리고 주차장으로 간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었다...
조용한 차 안에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게 끝인건가...
"에라이!!모르겠다!!!"
일단 집에가자...
그리고 난 차에서 음악도 꺼놓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