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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용감한시민

왕보리 |2012.07.21 08:49
조회 12,202 |추천 12

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지라리여라 님 >

 

 

** 심심풀이 넌센스 퀴즈~

    전화기 다이얼 번호를 모두 더하면 45 입니다.

    그럼 모두 곱하면?

 

 

 

인석에게는 그날도 어김없이 지겹고 평범한 이상에 불과했다.


일어나 씻고, 또 죄없는 잠을 탓하며 밥도 거른채 직장.


평소와 똑같이 직장생활... 그리고 퇴근..


전날과 다른것? 점심메뉴와 오늘은 과장에게 욕을 먹지 않았다는것 정도?


세상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처럼 지극히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인석이었다.


퇴근중에 벌어진.. 작은... 사건만 빼면 말이다.

 

 

부산 부전동의 달동네. 요즘들어 개발이다 뭐다 아파트도 들어서고 있지만,


어느 한쪽은 여전히 옛모습 그대로 초라하기 짝이 없는 달동네.


그곳에 인석이 살고 있었다. 차를 구입할 수도 없는 처지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인석은


그날도 어김없이 부전역에서 하차해 하염없이 경사진 높은 언덕길을 오르고 있었다.


비록 밤 9시 40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어찌 이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도 일찍자는지


불켜진 집 하나 없이 깜깜했다.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매일 다니는 길이라 해도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높은 경사의 길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쉬는 인석이였다.


"후우.. " ......... "살.. 살려주세.. "


?! 숨을 내쉬는 동안 잘못들었나? 인석은 황급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깊게 듣지 않으면


차가운 가을바람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을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인석은 자다가도


소근거리는 소리에 일어나는 극도로 민감한 귀를 가진터라 분명히 들을수가 있었다.


'어디선가.. 살려달라고 그랬어...!'


어디서 나온 정의감일까. 평소 무척이나 겁이 많은 인석임에도 불구하고, 골목을 헤메며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개의 골목을 다녔을까? 결국 여태껏 올랐던 길을 다 내려가면서 까지 골목골목을


모두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인석이였다.


"아.. 젠장.. 잘못들었나?"


나지막한 한숨섞인 말을 내배튼 인석. 고개를 기울인채 애꿎은 귀만 손바닥으로 쳐댔다.


근데 바로 그때였다. 등 뒤에서 갑작스런 발자국 소리가 들린것은...


"응?"


[ 퍽!! ]

 


*

 


가까스로 눈을 뜨는 인석. 뒷통수가 아픈것보다도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것보다도


가장먼저 깨달은건. 자신이 철제의자에 꽁꽁 묶여있다는 것이였다.


전혀 처음보는곳.. 뒷통수를 얻어맞고 쓰러진채로 끌려온 곳인데 아는곳일리가 없지만..


아무튼 전혀 낯선곳에 온 인석은 빛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극한의 어둠속에서


한참이나 눈을 깜빡이고서야 조금씩 집안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창고인가?'


'왜 입은 악막아 놓은거지?'


'나 이제 죽는건가? 젠장.. 소리를 질러볼까? 가까운데 있는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 냄새는 대체 뭐야.. 젠장'


온갖 생각이 인석의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손목이 아프고 저릴 정도로 꽁꽁 묶여있다는 것을 확인한 인석은 이내


엄청난 절망에 휩쌓였다. 점점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공포앞에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울어버리는


인석이였다. 그리고 그때,


[ 끼이익 ]


난데없이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인석의 좌측에서 환한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연이어 들리는 굵은 목소리.


"일어났나?"


인석은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시선을 '홱' 돌렸다.


"얼씨구? 음마? 뭐시 내 얼굴 못봤응께. 살려 줄라 했드만, 과감하게 쳐다봐부네. 으메 무서브라"


남자의 말에 인석은 자신이 크게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납치범들은 대게 얼굴을 보이면 살인까지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석은 흐르는 눈물을 꾹 눌러참고


차분하게, 숨을 고르며 남자를 향해 타이르듯 말했다.


"이거.. 어..엄청난 범죕니다. 정말 몇년을 살아야 됩니다. 저.. 푸..풀어만 주시면은 머리 때리신것도,


잡아와서 이렇게 묶어 놓으신것도 절대 문제 삼지 않을테니깐.. 풀어 주십시요.."


차분하게 말을 늘어놓은 인식. 하지만 그런 말은 먹히지도 않는지


남자는 누런이빨을 들어내며 크게 웃으며 말했다.


"으하하하. 으따. 까고있네 개색키가. 하하하하 니 옆에좀 보고 말하지?"


"에.. 예?! .. .?!"


그제서야 남자가 들어온 문을 통해 환하게 밝혀진 방안을 살펴보는 인석이였다.


"우... 우... 으..으으... "


너무 놀라 비명조차 토하지 못하는 인석이 바라보고 있는 곳엔..


족히, 열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의 잘려진 신체부위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발.. 다리.. 손.. 머리.. 몸통..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느낀 그 악취가 저것 때문이였던가? 자신의 무릎팍에 냅다 토해버리는 인석.


그제서야 내려본 철제의자엔 누군가의 피로 붉게 젖어 있었다. 필시 아까전에 들었던 비명의 주인도


이 자리에 앉아 있었으리라..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온몸을 떨어대며 경련을 일으키는 인석이였다.


"워메.. 더러버라.. 이걸 콱! 으따. 이걸 으찌 치우라고 이렇게 싸대놓냐? 너는 어쩔수 없이


뒈져버려야 쓰긋다."


여전히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한채로 방 구석 한켠에 놓여진 작은 손도끼를 집어든 남자는


천천히 인석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사.. 제발.. 사.. 살려.. 살려 주십시요.. 제발.. 형님.. 사.. 살려 주십시요.. 어허허헝 제발.. "


"내가 우째 느그 형님이다냐? 그냥 쿨허게 가자. 남자가 질질 짜지 말고"


[ 번쩍! ]


남자가 손도끼를 높이 치켜들었다. 당장에라도 인석의 머리를 반쪽으로 갈라버릴듯한 손도끼에는


얼마 되지 않은듯한 붉은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무이.. 허헝.. 한번이라도 뵙고 싶었는데.. 허헝.. 못난 아들.. 머.. 먼저 갑니다. 허허헝.. "


"?" [ 멈칫.. ]


당장이라도 찍어 버릴듯이 높이 치솟았던 손도끼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인석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


"너도.. 엄마 한테 버림받았냐?"


...?! 남자의 마음이 변하기라도 한 것일까? 도끼로 내려찍지 않아도 곧 죽을 정도로 울고있던


인석은 황급히 숨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흑.. 예.. 예.. 세살때.. 부모님 한테 버려져 고아가 됐었습니다..


흑... 그래도.. 낳아주신.. 흑흑.. 부모님 이라.. 한번 찾아뵐려고 요즘 찾고 있었는데.. 흑흑흑..


제발.. 살려주십시요.. 형님.. 오늘 있었던 일은.. 제가.. 흑... 무덤까지 가져 가겠습니다.


제발.. 훌쩍.. 살려주십시요.. 제..제발.."


대체 무엇이 남자의 맘을 변하게 했을까. 어느덧 실실거리던 표정과는 정 반대로


한껏 굳은표정으로 인석을 내려보던 남자는, 손도끼를 방 구석에 던져놓곤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그려.. 니도.. 내캉 똑같구먼.. 버림받았어.. "


말을 끝낸뒤 굳어버린 남자. 방안에는 이내 인석의 훌쩍거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지 한참을 서있던 남자는 천천히 움직여 인석의 뒷편으로


돌아가서는 그의 손을 꽁꽁 묶어 놓았던 밧줄들을 하나하나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랴.. 풀어줄꾸마. 후미.. 대신에 그거 하나 기억해라이..


신고하믄 정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버릴테니께.. 신고 안할거제? 약속할 수 있제?"


풀어준다고?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드는 인석이였다.


"예.. 무.. 물론이지요.. 물론이지요.. 형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흑.. 감사합니다.. "


그렇게 .. 인석은 풀려나게 되었다.

 


* 한 달 뒤 *

 


[네. 다음 뉴스 입니다. 이주일 전에 붙잡힌 엽기 연쇄살인범 정남철을 기억하시는지요.


무려 30명의 억울한 생명을 희생시킨 정남철.


이 사건을 경찰들도 단서하나 발견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어 이도저도 말이 많았었는데요.


용감한시민 김인식씨가 사건해결에 중요한 단서를 신고했었죠. 오늘 그 김인식씨가


대통령 표창장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주전 정남철에게 납치당했던 김인식씨는


특유의 용기와 기지로 ... ]]


TV 방송에서는 연일 용감한 시민. 김인식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은 소문을 부풀리고 부풀려 격투를 해서 잡았니 어쨋니.


떠들어 대는 통에 평범하기 그지 없던 인식은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가 되었다.


이미 얼굴까지 알려진터라 매일 인터뷰요청이 쇄도했고, 몇일전에는 이미 수천만원을 선금으로 받고


CF 모델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도 안갈정도로 바쁘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인식.


( ♪~ 밤~ 밤바바밤~ 발라버려~ 밤~ 바바바밤~ 발라버려~ )


일분일초가 아쉽다는 듯 울려대는 벨소리. 또 인터뷰 요청이거나 뉴스를 접한 친구들이겠지?


즐거운 기분으로 받은 전화엔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김인식씨? 여기 XX경찰서 이형삽니다}


[아.. 예? 예.. 무슨일이세요?]


{아. 오늘 참고인조사를 해야 되서 말입니더. 경찰서에 좀 나와 주실랍니꺼?}


.. 그놈을 다시 만나야 하다니. 사실 경찰서라 해도 그 남자를 또 본다는건 꺼림직한 인석이였다.


[저.. 저기.. 그사람 안보고 할 수 있지요?]


{아. 그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시고요. 오늘 5시 까지좀 와주시면 고맙겠습니더. 되겠지요?}


[예.. 예.. 5시 까지 가겠습니다.]


... 그 남자는 이미 경찰서에 잡혀 있지만 자신이 풀려 날 때 했던 마지막 협박이 영 맘에 걸리는


인식이였다.

 


*

 


- 8시 30분


유리창 너머의 남자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감기라도 걸렸는지 목소리가 걸걸한게 그때


그 느낌은 아니였지만, 사람을 죽이려는데 전혀 망설임 없던, 섬뜩한 눈매만은 여전했다.


"참. 말도 안되지요? 다 저질러 놔놓고, 이제와서 절대 지가 한일이 아니네, 기억이 안나네,


정신병자, 이중인격자 인척 저래 행세 해서 사형은 면할라고 하는거 보믄예. 저게 사람입니꺼?


짐승이지. 저런건 중국놈들 처럼 바로 공개적으로 쏴죽여야 되는데 말임더."


어이가 없다는 듯 격분하는 이형사. 딱히 조사도 다 끝나고 할 짓도 없는 차에


남자의 얼굴을 더 이상보기엔 심장에 무리가 갈듯 한 인식은 대충 집에 가려는 생각에


고개만 까딱 인사 하고서는 뒤돌아 섰는데..


[ 퍽!! ]


"으윽!!"


[ 콰당!! ]


"뭐꼬!! 이 아줌메가 뭐하는 짓인교!!"


난데없이 나타난 중년의 여자가 인식을 발로차 넘어트렸다. 이형사도, 주변 형사들도 당황한듯


황급히 여인을 힘껏 떼어내자, 경찰서가 울리듯 울부짖는 여자였다.


"야이! 개놈의 자식아!! 아아악! 우리 아들이 뭘 했다고 그라노!! 아이고!!


우리 아들이 얼마나 착한데!! 뭘 우쨋다고 그라노!! 경찰 놈들이랑 짜서 거짓말 하는거 누가


모를줄 아나? 생판 남 ! 누명 씌우면 네놈 새끼는 잘 살기라고 그라나!! 이 자식아!! 놔라!! 놔라!!"


"..... "


인식은 딱히 할말이 없었다. 이형사와 다른 형사들이 아무리 말려대도 힘또 빠지지 않는지 한참동안을


실랑이를 벌인끝에 결국 공무집행방해죄로 유치장에 들어가게 된 여자였다.

 


*

 


- 9시 40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부전역에서 하차해 오르막길을 향하려 할때 여자에게 발로 차인 왼쪽 정강이가


무척이나 아픈 인석은 정장바지를 걷어 보았는데, 구두로 차여서 그런지 붉게 멍들어 있었다.


자기도 그놈한테 죽을뻔 했는데 .. 누굴 탓하는 건지. 왜 자기한테 난리인지,


사실 여태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부어오른 정강이를 보자 화가 치미는 나머지


홧김에 욕을 내뱉었다.


"싯팔. 그러게 아들 교육좀 잘시키지. 아 젠장. 괜히 내 탓을 하고 지라아알...이..야..

 

 


... 응?

 

 


.... 뭐.. 뭐야..

 

 

 


...???

 

 

 

 

 


아... 아들? 그.. 그 여자가.. 엄.. 엄마?? "


갑자기 소름이 돋아나는 인식은 황급히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들어


통화버튼을 황급히 눌러 이형사에게 전화를 걸었


[ 퍼어억!! ]

 


*

 


가까스로 눈을 뜨는 인석. 뒷통수가 아픈것보다도 누군가에게 맞았다는 것보다도


가장먼저 깨달은건. 자신이 철제의자에 꽁꽁 묶여있다는 것이였다.


"정신이 드나?"


갑자기 어둠속에서 들리는 듯한 목소리에 흠칫, 하는 인식이였다.


그날이후 하루에 한번 매일밤마다 꿈속에서 듣던 그 목소리..


"어두워도, 알꺼야? 내가 누군지? 그제?"


인식은 미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 잡혀 할말을 잃은채 부들부들 떨어대기 시작했다.


어둠속의 남자는 그런 인식이 대답을 하든 안하든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듯 자신의 할 말을


계속 해 나갔다.


"난.. 집이 가난하단 이유로 한 살때 버려졌데이..


뭐.. 쌍둥이, 형은 데려가고, 난 버림받았제. 뭐 평범하게나 살았으모 원망이라도 안했을긴데


이리저리 졸딱 말아묵고, 결혼할라는 사람도 고아라꼬 장인이 반대 해불고.. 하암..


그래가 우여곡절 끝에 가족을 찾아봤드만, 억수로 잘살대?


내같은거는 상상도 못할정도로? 저어기 달동네 꼭대기에 아파트 세우는게


다 형님꺼 인기라. 억울해서.. 나만 개같이 살게 된게 억울해서..


살인이나 하고.. 줄창 뒤집어 씌울라고 했는데..


그랬는데.. 그카다가.. 니를 본기라. 니같은놈도 사는데 나라고 못 살까.


그래서 결심했제.. 니 결정에 맡기기로! "


"커허헉.. "


숨을 급하게 내쉬는 인식. 이미 제정신이 아닌듯 온몸을 떨어대는게, 심장발작이라도


일으킨듯 보였다.


".. 진짜.. 니가 신고안하믄.. 복수따윈 잊고.. 열심히 사는거고..


신고 하믄.. 계획대로 뒤집어 씌우는기고.. 그럴라 했제...


근데.. 니가.. 약속을 어겼다 아이가.. "


미친듯이 우는 인식은 급하게 소리쳤다.


"사.. 살려줘.. 사.. 사려.. 살려줘!! 제.. 제발!!"


[ 쉐에에에엑!! 퍼억 !! ]


작은 손도끼가 인석의 머리를 파고 들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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