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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셀프로다##

|2012.08.06 00:28
조회 1,255 |추천 1


지금껏 나이도모르면서 누나누나했나봐요.
 
이렇게되면 저의 특기를 발휘해야겠어요.
 
그에 앞서 잠시 저의 소개를 해보겠어요.
여자치고 큰 173cm의 키에,
다른사람과구분할수있는자기만의고유한특성(=개성)을 추구하기에
단발은 식상하다며 남성컷트전문미용실에 방문했던 저는 현재 구렛나루를 열심히 기르고있어요.
 
바지만 입어주면 후배들이 자동으로 오빠 라던지 형이라고 불러주는 시스템을 갖춘 좋은 헤어스타일이에요.
이미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면 소녀들의 비명을 입체서라운드음향으로 듣는 저이기에
조금만 더 발전하면 남탕에 당당히 입장하는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봐요.
 
결론적으로 저는 성별을 조절할수있어요.
 
뭔 개소리야 라고 생각하신다면
..생각만 해주세요.
 
애인 앞에서는 <상큼연하여친.ver>.
여후배 앞에서는 왠지 <시크하면서묘하게따뜻한도시남자.ver>
남후배 앞에서는 <동네까칠한 형.ver>
낯선사람에게는 <경계.ver>
맘에안드는사람에게는 왠지 <개조심.ver>
 
사실 여자쪽은 잘 쓰지않는편이에요.
음. 솔직히 아무리 여자말투를 사용한다해도지훈이오빠가 왜 저와 사귀는지 모르겠어요.
 
...혹시 게이?
왠지 그렇게 가정하고나니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풀려요.
추리는 두가지에요.
 
 
<추리1>
지훈오빠는게이다(가정)→한 남자애에게 반한다→고백한다→사귄다→알고보니박나삐(여/본인)다→그냥사귄다
 
 
<추리2>
지훈오빠는게이다(가정)→하지만 주위의시선이 신경쓰인다→아쉬운대로 남자와 사귀는건 포기한다→남자같은여자를 찾는다→박나삐다→고백한다→사귄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이걸로 모든 의문이 풀렸어요.
오빠는 게이였어요..!
 
장난이 아니에요.
실제로 저의 추리는 90%의 적중률을 자랑해요.
 
어느정도냐면 ,
무려 <명탐정코난> 용의자 얼굴만봐도 범인을 알아챌 정도에요.
 
훗. 코난이 문제를 꼼꼼히 읽고 푼 후 답을 체크한다면
저는 문제따위 대충보고, 답들만보고 바로 골라서 마킹하는셈이니 저는 코난보다 우월해요.
 
과정이나 증거따위는 필요없어요.
'몰라임마 늬가범인이야!'라며 감으로 밀어부치면
땀 삐질삐질 흘리다가 털썩 주저앉아서
'흑흑실수였어요' 라던지
'흑흑그놈은부모님의원수에요'라던지 하며 결국 순순히 체포될게 분명하니까요.
 
 
공부는 실수를 낳고
찍기는 기적을 낳기 마련이에요.
문자하나를 읽었을뿐인데→내얘기좀들어볼래?→내남친은게이에여→찍신을받들라
까지 이어오게되다니.
좋은 삼천포에요.
 
것보다 무슨문자를 보다가 여기까지 왔는지 기억나지않아요.
다시 문자를 확인해요.
 
[ㅋ누나몇살이야?]-0107xxxxxxx
맞다. 이자식이 저에게 몇살이냐고 물었었어요.
 
지금까지 제 나이도모르면서 누나누나 거렸었다니 참 대책없는녀석이에요.
잠깐 동질감을 느껴요.
하지만 잠깐이에요.
 
그것보다는 이제 적절한 장난끼를 발동시켜
이녀석에게 장난을 좀 쳐보기로 결심해요.
 
12살정도로 컨셉을 잡고 답장을 보내줘요.
[어?몇살이세요?]
극존칭어에서 갑자기 이런말투로 변했지만 괜찮아요.
아까부터 동문서답하는거보니까
이자식은 분명 똘똘하지못하고
그러므로 이런거 눈치까기는 힘들거에요.
 
[중2ㅎ누나는?]-0107xxxxxxx
 
봐요.
역시 띨띨해요.
 
..음?
...중2?
어멋. 신선한 충격이에요.
저자식이 중2라니.. 그냥 웃겨요.
 
지금이라도 '뭔 개소리야'라며 비웃고싶은 본능적 욕구가 꿈틀거려요.
 
하지만 제게는 '구라를치자'라는 목표가 있기때문에 인내해요.
 
그리고 지금 컨셉을 감안해서 풋풋한 답문을 찍어요.
 
[어라..나보다 나이많으면서 왜 누나라고해요?]
 
...그렇게보내고나자
칼답장을 하던녀석이 5분째 답장이 없어요.
 
혼돈중인가봐요.
계획대로에요.
 
그러다 드디어 답장이왔어요.
[어?그랬나ㅎ]-0107xxxxxxx
 
7분동안 저걸 쳤나요.
어 = 1분? = 1분그 = 1분랬 = 1분나 = 1분ㅎ = 1분
이라고 쳐도 남은 1분은 어디로갔을까요.
 
 
...풉.
 
 
 
..이런생각을하니 역시 재밌어요.
남 속이는게 재밌다니.
조금만 발전하면 남의 등처먹는게 재밌어지고
그러다
<히든클래스 '사기꾼'으로 전직되셨습니다!>
하는 알림창을 보게될지도 몰라요.
 
 
 
..왠지 두근두근 해요.
 
[네!저열두살인데..]
라고 답장해줘요.
왠지 묘하게 오글거리지만 괜찮아요.
컨셉은 원래 다 이런거에요.
 
이제 좀 답장이 빨라져요.
[아..ㅎ말놔도되]-0107xxxxxxx
 
...
'넌 된다해도 난 안돼'
라던가
'되가아니고 돼거든?'
이라던가 하며 마구 시비걸고싶어져요.
이미 이녀석은 그냥 싫은놈으로 분류되었나봐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사람이
'그냥싫은사람' 이에요.
 
어쨌든 또 답장을 보내기 시작해요.
'넹'
까지 써놓고 고민해요.
 
무슨말을 더써야할까.
 
 
이렇게만 보내면 받은사람 참 할말없어져요.
시크녀라면서 왜 그런걸 세세하게 따지냐고 물으신다면
'뭔가 잘못알고계시군요'라고 말하며 검지를 좌우로 흔들어보이겠어요.
 
나쁜남자가 무조건 나쁘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oh no.
'그냥나쁜남자'는 여자들의 뒷담거리가 될 뿐이에요.
 
나쁜남자는
까칠하고 나쁜데 왠지 챙겨줄때 빛나요.
`왠지`,`미묘하게` 챙겨주는게 포인트에요.
 
개인적으로 이상형이 시크한도시남자인 저는
 
겨울에 착한남자가
'괜찮아? 안추워? 옷벗어줄게!'
라며 잠바벗어주는것보다
 
나쁜남자가
'감기걸려서 비실댈거냐'
라면서 잠바 `던져`주는게 더 좋아요.
 
 
..수줍군요.
 
어쨌든 시크녀도 같은이치에요.
 
무조건 시크하면 따돼요.
그래서 '넹' 뒤에 쓸 말을 고민해요.
 
..모르겠어요.
뭐라도 물어보면 좋겠지만
저는 저놈이 궁금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그대로 보내버려요.
 
[넹]
 
이자식을 싫어하니까 가능한 일이에요.
 
그렇게 보냈으니
답장따위 기대하지않아요.
전 시크하니까요.
그녀석의 답문은 와도그만 안와도그만이에요.
 
휴대폰을 닫아놓고 부엌에 가요.
왼쪽은 냉동실 오른쪽은 냉장실인
우리집 냉장고 앞에 서서 외쳐봐요.
 
"열려라참깨!"
그리곤 냉장고를 양쪽으로 확 열어재껴요.
냉동실을 쭉 훑어봐요.
냉동실에는 꽁치라던지 꽁치라던지 꽁치밖에 없어요.
냉동실문은 닫아요.
 
냉장실도 쭉 훑어봐요.
과일칸에 뭔가 주황주황~동글동글~ 한게 있는것같아요.
조심스레 들여다보아요.
귤이에요.
 
 
손가락사이라던지 옆구리에 귤을 최대한 많이 끼워들고 방으로 돌아와요.
 
귤을 열심히 까먹어요.
 
맛있어요.
 
그때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려요.
 
그놈 전화에요.
조급한녀석이에요.
전화를걸다니.
 
발신은 10초당 30알이고 10초단위로 계산되기때문에 1초도 30알로 계산되는 좋은 낭비시스템을 가졌어요.
그런데 이자식은 저에게 지금 전화를 걸고있네요.
 
알이 아깝지도 않나봐요.
이런경우 알이 남아도는 한가한 녀석일수있어요.
문자라던지 전화라던지 걸곳이없어서 항상 알이 충만하다고 추리해봐요.
 
그게아니라면,
이녀석 의외로 갑부일지도몰라요.
 
더러운 부르주아같으니..
 
또 재미있는 구라거리가 생각났어요.
그 계획을 위해서 전화를 받기 전에
평소 제가 남녀로 컨셉잡을때 사용하는 완벽한 보이스체인지를 선보이기로해요.
 
자,먼저 밀림에서 포효하는 호랑이마냥 '크르릉-' 하며 목소리를 조절해요.
 
"카아앙-크릉---"
내가 들어도 인간이 내긴 힘들것같은 짐승소리에요.
 
 
어느정도 목이 풀린것같아요.
 
확인해봐요.
"아,아. 안녕하세요. 저는 남자입니다."
 
 
완벽해요.
아직도 바들바들 떨고있는 핸드폰을 진정시킬시간이에요.
"괜찮아.해치지않아."
작은목소리로 달래보아요.
내가들어도 왠지 '오빠믿지?'까지 해야 완벽할것같은 간드러지는 남자목소리에요.
 
짐승포효 몇번이면 터프한 목소리로 바뀐다니,
코난은 리본없으면 자기원래목소리도 못내는데
성대만 있으면 남녀목소리 모두 가능한 저는 역시 코난보다 우월해요.
 
코난에게 묘한 라이벌 의식을 느껴요.
통화버튼을 눌러요.
 
"……."
 
그리고 긴장감고조를 위해서 잠깐 침묵해줘요.
 
- <…….>
어쭈?
이자식도 침묵스킬을 시전해요.
 
재미없어서 그냥 시크하게 먼저 말하기로 결심해요.
 
"여보세요"
 
하악.
제가생각해도 너무 잘빠진 오빠 목소리로 여보냐고 물어본것같아요.
저자식이 반해버리면 어떡하나 잠깐 고민도 해봐요.
 
그러자 한 삼초 정적이 흘러요.
-<여자?>
 
이녀석..
듣고도 자기의 귀를 못믿어 되묻는것같아요.
 
내나이도 몰랐던주제에,
여자라는건 어떻게 확신했던건지
그런생각까지 하게되자 급 발끈하고말아요.
 
짜증스럽게 목소리를 깔아요.
"여보세요"
 
또 5초간 침묵이 흘러요.
 
- <남자..?>
 
음. 벙 쩐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좀 나아져요.
하지만 이목소리… 제가 제일 싫어하는 중 1 남자애와 목소리가 똑같아요.
갑자기 또 기분이 나빠졌으므로 쿨하게 대답해요.
"그럼 여자냐?"
-<어…누나…형…그니까…….>
얘 진짜 당황했어요.
어머, 즐거워라.
 
" 미안, 형이 심심해서 장난쳤다."
- <아.. 형 몇살이에요?>
 
흐응..
의외로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는군요.
 
나중에 사기칠때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질문에 답해줘요.
"고1."
실제 나이는 열여섯이지만 학년으로 얘기해주는 센스는 잊지않아요.
- <아,넵.>
 
 
말놔도되냐며 깝죽댄지 한시간도 안됐는데
이제 자동 존댓말에 사바사바에요.
 
하, 이녀석 어쩌면 중학교 처음 입학했을쯤 길에서 양아선배들을 만나서
모두가 '선배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데
혼자 '형들 안녕'했다가 처맞은 기억이 있는지도몰라요.
그렇게생각하니 조금 불쌍해져요.
 
그래서 또 아량을 발휘하여 한마디 해줘요.
"편하게 나빈형이라고 불러."
'나삐'를 조금 에베베하게 부르면
묘하게 남자이름같은 '나빈'이 돼요.
 
여자 박나삐가 남자 박나빈으로 사기쳐지는 참 역사적인 순간이에요.
 
- <형이름이 나빈이에요?>
"엉.박나빈."
 
거짓말을 하는데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않네요.
내가니애비다 ㅡ 같은 스케일 큰 거짓말정도는 해줘야 제 양심이 '아- 방금 나삐가 거짓말을 했구나-'하고 살짝 눈치챌거에요.
제 천직은 역시 사기꾼인가봐요.
왠지 얼마전 학교에서 했던 직업적성평가의 결과에
<박나삐 님에게 가장 맞는 직업은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이며,
박나삐 님이 가장 흥미를 느낄만한 직업은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사기꾼 등입니다.>
라고 나올것같아 살짝 두근거리기까지해요.
 
그러고보니 저녀석 이름은..
"넌 이름 뭐냐"
- <김지호요.>
 
아.
처음 쟤가 자기가 김지호라고 했을때
저의 남친(김지훈.게이로추정)이 떠올라 흠칫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고있는데 지호놈이 조심스레 말해요.
 
- <저..나빈형.우리 문자로해요.>
 
 
음. 의미도없고 교훈도없는 전화때문에 소모되는 알이 슬슬 아까워지나봐요.
부르주아는 아니었나보네요.
그럼그렇지.
 
지잉.
[형목소리멋있어요ㅎㅎ]-0107xxxxxxx
 
훗-.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좋지만 왠지 미묘해져요.
 
것보다 지금보니 저녀석 번호가 그대로 뜨는걸보면 아직 저장이 안되어있나봐요.
 
이제 이름도 알았으니 '김지호'로 저장해줘요.
의외로 남녀차별은 하지않는것이
의외로 괜찮은 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만들어요.
여러모로 의외인 녀석이에요.
 
그런의미로 시크하고 자상한 형의 모습을 표현해요.
[편하게말해도된다ㄱ]
뒤의 ㄱ은 절대로 챠밍포인트에요.
실수라던가 실수가 아니에요.귀찮거나 귀찮아서 그냥보낸게 아니에요.
 
[응ㅎ근대형 말투가좀변한듯ㅎㅎ]-김지호
…이제 오타 지적할 힘도 없어요.
…난 또 근대형이 누군가 했네.
 
그나저나 '3년전에', '채팅에서', '잠깐', 만난사람을 지금 기억하고있는 이녀석은 진작에 교과서 외워서 전교1등했겠네요.
웃기는자식이에요.
 
[개소리마]
폴더를 탁 닫아요.
지잉.
..징한놈.
보통 저런식으로 문자보내면 씹지않나. 뭐라고 답장했나 싶어 확인하자…
[뭐가 = ㅗ=!]-김지호
…엄청난 오글거림이에요.
개인적으로 남자의 이모티콘은 남자답지못하기때문에 별로에요.
이 하나하나가 마음에안드는슈키를 위해 잠시 한숨을 쉬어줘요.
 
그리고 체통을 지키라는 의미로
'임마 남자가 귀찮게 이모티콘이 뭐냐 시크하게 가는거야'
라고 문자를 작성하고있는데 문자화면이 갑자기 사진으로 바뀌어요.
 
어머젠장 깜짝이야.
 
 
자세히보니 지훈오빠가 학교축제때 했던 '예쁜'여장 모습과
그 옆에서 이쁜짓을 시켜주는 박나삐-
 
그 사진 밑으로는 <♥마누라♥>라는 글자가 보이네요.
 
이번엔 지훈오빠한테 전화가왔단소리에요.
 
어휴 귀찮어.
 
남자로 보이스체인지한지 얼마나됐다고 다시 여자목소리로 바꿔야되는걸까요.
귀찮음과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와요.
 
하지만 이래뵈도 남친전화에요.
성심성의껏 받아줘야해요.
 
그것보다 일단 여자목소리로 돌아가야겠어요.
"니야~니예~니야~"
성악가가 된 기분으로 높은톤을 차츰 되찾아가요.
 
..어느정도 된것같아요.
시험해봐요.
"아,안녕하세요.저는여자입니다."
 
완벽해요.
 
하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에요.
남친에겐 절대로 <상큼연하여친.ver>이므로 귀여운목소리로의 변환을 시도해봐요.
 
"므ㅏㅇ~밍~"
흠흠. 감도좋고.
 
전화를 받아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적응안되지만 이게 저의 실제 전화첫멘트의 정석이에요.
가끔 택배아저씨가 당황하신다거나,
진짜 고객센터에서 걸었다가 놀라신다거나 하기도 하지만 괜찮아요.내가놀라는거 아니니까요.
 
사실 아까 지호놈 전화받을때도 이 멘트 날릴뻔한걸 겨우 참았었어요.
 
 
-"집이냐?"
 
휴대폰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요.
 
 
하악.
'집이냐?'가 왜이렇게 멋있게 들릴까요.
새삼스레 두근두근 막 떨려요.
 
" 응 오빠! 나 학교끝나고 집에 계속있어! 심심해~ "
 
말꼬리에 바이브레이션을 넣으며 애교도 부려봐요.
아무도 제가 이런말투 이런목소리로 애교부릴거라 생각하지 못할거에요.
 
저는 쓰리고 공식 시크남이니까요.
 
 
...여기서 쓰리고는 '아싸고도리…'가 아니라
제가다니는 '쓰리고등학교'를 뜻해요.
 
진짜이름이 쓰리고는 아니지만
제가 심혈을 기울여… 는 개뿔 그냥 난 구경도 할 수 없는 아라대전맞고가 생각나서 지은이름이니
유식하게 'oh,I see' 하고 넘어가도록 해요.
 
-<심심하면, 놀게 나와.>
"외출금진데~"
- <..널 누가 잡아간다고.>
"아니거든! 나 많이 노리거든!"
- <…그래서, 못나와?>
"그래!!!!"
- <또 괜히 열폭하네.>
"끊어!흥!"
 
...혼란스러우신가요.
...사람은 원래 이런 양면성 하나쯤 가지고있는법이에요.
네. 분명 저만 이런건 아닐거에요.
 
 
그리고 사실 이건 제 의지가 아니에요.
보이스체인지를 하면 목소리에 따라 성격이라던지 말투가 자동으로 바뀌기때문이에요.
안믿기시나요.
그냥 믿으세요.
 
 
어쨌든 폭풍가식의 통화가 끝나요.
힘든 하루를 마치고 '아,오늘도 이것저것 일하고 참 힘든 하루였어'라고 말하듯
'아,이번에도 이것저것 귀여운척하고 참 힘든 하루였어'라고 생각해봐요.
 
그 때 통화창이 사라지면서
문자창이 나타나요.
 
'임마 남자가 귀' 까지 작성되어있는
쓰다만 문자창을 발견해요.
그렇지만 뭘 쓰던중이었는지 기억이나지않아요.
 
'임마 남자가 귀'
 
저는 이 문자 뒤에 뭘 덧붙이고싶었던걸까요.
 
 
또 추리본능이 샘솟아요.
여러가지 단어를 조합,추리해봐요.
 
<추리1>
'임마 남자가 귀한거야'
임마가들어갔으므로 뭔가를 건방지게 주장하는것일거에요.
그럴듯해요.
 
<추리2>
'임마 남자가 귀엽냐?!'
임마가 들어갔으므로 뭔가를 따지는것일수도 있어요.
그럴듯해요.
 
<추리3>
'임마 남자가 귀지 파줘'
 
 
 
..미묘하게 그럴듯해요.
 
 
 
아무튼 이 세가지가 가장 유력해요.
 
하지만 이럴때 제일 쉬운방법은
받았던 문자를 다시 보는것이에요.
 
문자를 다시 확인해봐요.
[뭐가= ㅗ=!]-김지호
 
 
 
... '임마 남자가 귀척이냐 재수없어'
라고 쓰려고했던게 분명해요.
그렇게 보내줘요.
 
[임마 남자가 귀척이냐]
 
이제야 비로소 아까 쓰던 문자를 완성시켰구나 - 하는 마음에 만족스러움을 느껴요.
 
[헐ㅡㅡ형너무해ㅠㅠ]-김지호
 
그 말을 듣고도 이따위라니.
이자식은 정말 뭘해도 마음에 안들어요.
 
[한번만더ㅡㅡ쓰면 숨못쉬게해준다]
 
귀엽게 협박해봐요.
 
[네 형님 죄송함다]-김지호
 
어멋.
이제 좀 내스타일이에요.
왠지 미묘하게 비꼬는거같지만 저는 원래 형님소리를 좋아해요.
 
[쓰담쓰담]
 
저에게 있어 별 네개짜리의 칭찬을 해줘요.
 
 
 
그런데,
 
[ㄱㅅㅋㅋ형 나 수업드갈께]-김지호
 
....
 
저는 쉬운여자가 아니기때문에 칭찬을 잘 하지않아요.
따라서 이녀석은 지금 '영광입니다 형님 굽신굽신'을 해야 옳아요.
그런데 전형적인 '오늘 문자는 이제 그만~ 다음에만나요~'를 의미하는 '수업들어갈게' 스킬을 시전하다니.
건방져요.
정말 숨못쉬게해주고싶어요.
구석에서 데스노트를 꺼내요.
 
-김지호
질식사-
 
 
그렇게 써놓고나니 기분이 한결 나아져요.
내친김에 거기에 몇마디 더 덧붙여줘요.
 
-김지호
(밥먹다 밥에 목이걸려서)질식사-
 
상큼해요.
'밥에' '목이' 걸리는게 어떤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즐거워요.
 
휘파람을 불고싶어요.
하지만 안해요.
 
저는 휘파람을 못부니까요.
 
젠장.
무능력한 내가 한심해져요.
 
휘파람을 못분다니..!
이 내가...!
 
..좋은 심심함이에요.
 
[SHOW]>[→]>[OK]>[OK]
무게타를 켜요.
 
무의식중에 켠거라지만,
 
폰피는 며칠째 new를 볼 수 없고
투데이는 오늘도 1이에요.
 
 
왠지 허탈해져서
'나도 전성기가 있었는데…'
하는 미묘한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러요.
 
 
하지만 괜찮아요, 쪽지가 와있으니까요!
 
…카페 전체쪽지네요.
 
홧김에 그카페 탈퇴해버려요.흥.
감히 나를 실망시키다니. 이 나를..!
 
그렇게 다시 #을 누르는데,
아직도 쪽지창에 new가 있어요.
확인해보니 쪽지친구 텟짱이에요.
 
이렇게 기특할수가,
트리플 쓰담을 해주고싶을 정도에요.
 
텟짱님의쪽지:[뭐하니~]
 
... 내가 뭘 하고 있었는지 마구마구 알려주고싶어져요.
냉큼 답장하기를 눌러요.
'응 나 오늘 학교끝나고 몰컴하다가 걸려서 방들어와서 귤까먹다가 남친님이랑 통화하고 지호놈이랑 문자하다가 끊겨서 심심해하고있어'
 
 
..여기까지 써놓고보니 이거이거 안되겠어요.
저는 시크한여자니까요.
 
뒷말만 남기고 앞엣말은 다 지워버려요.
 
'심심해하고있어'
만 남았어요.
 
 
좋은 시크함이에요.
 
하지만 너무 시크해요.
[(경계)여차하면물자]등급인 경우에는 이대로 보내겠지만
텟짱은 [가끔살랑살랑]등급이에요.
 
네, 작년부터 <등급별편애제도>를 도입해보았어요.
그럼 등급에대해 설명해보겠어요.
 
[(경계)여차하면물자]등급은,
말그대로 경계태세를 갖추고있어요.
몇몇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하기도하고,
이모티콘을 사용하지않으며,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등급이에요.
 
'우리가 지금 놀고는있지만 까놓고보면 성별도몰라나이도몰라 말투만알아'
대략 이런 미묘한 사이에요.
 
그리고 '여차하면 물자'라는 이름처럼 조금이라도 수상한행동을 한다거나 하면 물고 튀기도 해요.
 
하지만 [가끔살랑살랑]등급은 매우 하이클래스에요.
 
핸드폰번호를 깔수있고,
내키면 사진교환도 하며,
싸이 일촌까지 맺을 수 있어요.
 
이것은 낯선자에겐 이를 내보이는
열대우림속 한마리 라이온킹마냥 절대 야수본능의 소유자인 저에게는 엄청난 일이에요.
 
그런의미로 [가끔살랑살랑]이란 등급은 엄청나요.
먹을걸준다거나 먹을걸준다거나 먹을걸준다거나 하면 [이사람느낌이좋다]로 특별등업되어 [가끔살랑살랑]과 비슷한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경계]에서 [가끔살랑살랑]까지 등업하려면 아무리 열렙해도 반년은 걸리는 미묘한 노가다에요.
 
그래서 가끔은 꼬리를 살랑거려줄 수 있는것이에요.
 
그래서 텟짱에게는 '심심해하고있어' 라고 그냥 보낼 수 없는것이에요.
그런의미로 이모티콘을 덧붙여줘요.
-.
/.
/.
/.
-.
완성이에요.
[심심해하고있어-///-]
이렇게 보내줘요.
 
 
<미묘하게수줍어하는이모티콘> 의 효과로 <미묘한정감>이 생깁니다!
라는 상태알림창이 떠오를것만같은 적절한 친근감이에요.
 
답장을 보내고나니 또 할짓도 없고 해서 괜히 메인페이지에서 공지를 하나 읽어요.
다시 #을 눌러요.
어머나, 또 new가 떠있어요.
텟짱의 쪽지에요.
좋은 칼답장이에요.
'에잇,기분이다!'하는 마음으로
[너좀맘에든다] 등급으로 등업시켜줘요.
마음이 훈훈해지는것같아요.
 
텟짱 님의 쪽지:[내가놀아줄게ㅋㅋㅋ오늘 뭐했어?]
 
'내가 놀아줄게'라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경계가 풀리고 꼬리가 저절로 살랑거려져요.
 
[맞다 오늘 자기가 나랑 아는사이라며 말거는놈 하나 있었어(= =)]
상큼하게 답장을 날려요.
 
몇번 새로고침하다보니 역시 칼답장이 와요.
 
텟짱 님의 쪽지:[누군데ㅋㅋ]
[몰라ㅋㅋㅋ이름도기억안나는 듣보!]
텟짱 님의 쪽지:[사진달라그래!!]
 
 
..아항.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어요.
 
 
[넌 똘똘해. 시도해보고오겠어]
라고 비장한 답쪽을 날려주고 무게타를 종료시켜요.
 
..지호놈에게 보낼 문자창은 띄웠는데 막상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야]
정도로 워밍업해봐요.
 
 
[왜ㅋㅋ]-김지호
 
수업한다며 칼답장이라니
좋은 거짓말들통남 이에요.
 
하지만 너그럽게 용서하고 시크하게 사진을 요구해요.
 
[사진줘봐]
 
 
답장이 늦네요.
아마 이문자를 보고 당황해서 냉큼 카메라를 켜고
셀카를 찍어보고있을거에요.
 
[형먼저줘ㅋㅋ]-김지호
아마 이리저리 사진찍어보고 이상했으면 거부했을텐데 '난준비됐어 형' 이라는 느낌을 풍기는 문자를 보내다니,
꽤 괜찮은사진을 건졌나봐요.
 
짜식.
저한테 마음을 읽히다니,
고수가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어쨌든 달라니까 사진을 줘야겠어요.
…전 진짜 제사진을 줄만큼 미치지 않았어요.
얼마전 입수한 한 당당한초딩의셀카를 사진폴더5에서 꺼내 첨부해주고 부가설명을 해줘요.
[나좀동안임ㅋㅋㅋㅋ]
저는 외모지상주의를 정말 싫어해요.
'소개팅나갔는데 오크였어'
이런말을 하는 사람들을 데스노트에 적기 위해서 수명의 반도 팔아넘길 수 있을정도에요.
 
모두들 말로만 꼭 그래요.
'난 얼굴 안봐'
 
…이녀석도 이제 초딩사진을 받고 떨어져나가겠죠.
 
기분이 확 나빠져요.
 
컨디션넘버 532번,
'나 지금 기분 매우 상큼하니 건들면 죽여버리겠어요.'로 변해요.
 
누구라도 지금 제게 와서 귀찮게한다거나 한다면 가차없이 '눈뜨면지옥' 스킬을 시전해줄거에요.
역시 이자식은 답장이 없네요.
.
죽여버리겠어요.
 
 
 
 
지잉-
 
[ㅎ근데 여자같은데?]-김지호
또 개소리나 해대요.
여자 맞긴해요. 남자애 셀카는 구하기힘드니까요.
 
에라…이제 구라도 재미없어요.
다 밝혀버려요.
 
[ㅇ여자]
될대로돼라에요.
 
[그럼 누나맞아?]-김지호
[ㅇ]
 
 
장난따위 개나줘요.
 
 
[이쁜데?ㅋㅋ]-김지호
 
...???
 
넹?
제....제가 예쁘대요.
빈말이라도 처음듣는얘기에요.
 
왠지 너무 미묘해져요.
 
이녀석을 [왠지나쁘지않아]로 특별등업시켜줘요.
 
하지만 아직 경계를 풀기엔 일러요.
그냥 아까부터 궁금했던걸 물어봐요.
 
[너 혹시 최근에 넘어져서 머리를 크게 부딪혔다거나 머리에 상처 입은적없니]
 
[ㅋㅋㅋ뭐야그게]-김지호
 
...아니?! 이럴수가..
정상이에요.
이녀석.. 의외로 된사람이에요.
앞으로 조금 더 예뻐해줘야겠어요.
 
 
..앗, 그것보다 잠시 잊고있었어요.
 
이제 이녀석 사진을 받아낼 차례였어요.
 
[야]
 
[응?]-김지호
 
[니꺼]
수줍게 요구해봐요.
 
[무슨사진]-김지호
어쭈? 이자식이 발뺌해요.
하지만 저는 '니꺼'라고만 말했는데 사진이라고 발언한 순간부터 이녀석은 딱걸렸어요.
 
[너어디냐]
이 네글자엔 당장이라도 널 찾아가서 때리겠다는 무서운의미가 담겨있어요.
[전남 해남군 해리 우석병원ㅋ]-김지호
의ㅇ? 거기에 또 대답하는녀석은 처음이네.
 
해리 우석병원이래요.
[해리 포터병원이었으면 간ㅈ났을텐데 아깝군ㅋㅋㅋㅋ]
말장난을 해봐요.
하지만 'ㅋㅋㅋㅋ'을 치던 제 손톱이 전송을 누른 후 그 손톱은 지금 제게 깨물깨물 당하고있어요.
 
 
'젠장...해남이면 정말 심심할때 갈 거리잖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에요.
 
호남지역…
전남…
 
카페에서 항상 정모한다고하면
'수도권따위'라고 댓글을 남기게되는데
그런 우리 카페에서 정말 한번도 본적없던
전남지역인이 지금 여기있네요.
 
호호.
반가움? 개나 줘요.
[ㅋ신플검사하러왔어]-김지호
 
[ㅇ사람많은가보네]
 
[응ㅋ계속기다리고있어ㅋ 근데 누나는 어디살아?]-김지호
 
 
올것같아요
올것같아요
찾아올것같아요
왠지그럴것같아요
그럴놈이에요
집주소를 말하면 두시간쯤 후 초인종을 누를것같은놈이에요.
 
거짓주소를 말하자니…
왠지 아까부터 마음이 정화된것마냥 맑아지면서
양심에 찔려 거짓말을 못하겠어요.
 
젠장.
[나도전남]
정화된 손가락이 사실을 불어버려요.
나쁜손가락.
아까 내가 늬 손톱좀 뜯어 처묵처묵했기로써니 이런식으로 내 은혜를 갚아? 용서치않겠어 배은망덕한녀석 내가 널 그렇게 가르쳤니?
라고 조곤조곤 타일러봐요.
 
[어디사는데??!!]-김지호
 
 
'ㅇ'
안돼.손가락아.
'응 ㄴ'
안돼.
'응 나 ㄴ'
이러지마.
'응 나 널'
하지마.
'응 나 너랑 '
안돼.
'응 나 너랑 가까ㅇ'
그만둬.
[응 나 너랑 가까운데]
그만하란말야---!
 
헉. 그대로 전송되어버렸어요.
 
- 하얗게 불태웠어…
매우 상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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