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면 결혼 2주기를 맞는 여성입니다. 아직 아기는 없구요.
3개월 전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니 조언 부탁드립니다.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이유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우리가 모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시어머니랑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도 없었습니다.
저도 직장생활하느라 거의 집에 없을테고 집 근처엔 노인복지회관도 있고 성당도 있고 동네도 조용하고 공원도 많아 산책하기 좋고 집 앞에 낮은 산이 있어 운동하기도 좋고 여튼 우리집에 지내는게 어머니께도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저희 어머니는 성격이 화통하고 좋으십니다.
젊은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술 좋아하시고 화통하시고 사람 대하는 것도 세련되시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시고.
제가 많이 무디고 어머니 성격도 좋으시니 세 사람 잘 살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 살아보니 큰 오판이었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달았습니다.
밖으로 보이는 모습과 집 안에서의 모습은 너무도 달랐던 거지요.
어머니는 많이 예민하시고 자식 걱정이 너~무 많으시더군요.
그리고 역시 '시'자는 '시'자더군요.
어머니나 저나 큰소리 난 일 거의 없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직접적으로 뭘 시키지도 않습니다.
잔소리도 거의 없습니다.
어머니가 악독하다든지, 사고를 친다든지 그런 것도 없습니다.
저희 시어머니 참 좋으신 분이고 그동안 부딪힘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 집이 너무 불편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께서 너무 '고단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처음 저희집에 오시면서 너~무 저희 눈치를 살피셨습니다.
집안일을 너~무 열심히 하시고 음식도 너~무 많이 만드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남의 집에 온 것 마냥 불편해 하시니 저희도 같이 불편해진 상태로 어머니를 더 살폈습니다.
일하는 며느리 힘들까봐 저희 방 청소도 해주시고, 세탁기에 있는 빨래도 손수 빨아놓시고, 빨래 걷어 개놓으시고 제가 퇴근시간이 늦는데 그 시간까지 저녁도 안드시고.
전 어머니께 일하러 오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을 많이 하시냐고, 낮엔 노인복지관도 가고 좀 쉬시라고, 식사시간은 서로 안맞으니 어머니 시간 맞춰 드시라고, 다시 종교생활하면서 사람도 사귀시라고.
얘기했으나 어머니는 큰아들, 막내아들 걱정에 멀리 출퇴근하는 며느리 걱정에
아직은 성당다닐 때가 아니라고 하시며
집에서 노상 일하시며 걱정만 끙끙 앓곤 하셨지요.
그러다 가끔은 불편이 터져 남편과 어머니가 다투기도 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너무 힘들고 이것저것 스트레스가 쌓여 아토피까지 생기는 것을 보고 2주 전에 사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어머니를 겪은 바 있으니 전 어머니가 먼저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습니다.
밥먹으면 바로 설거지(예전엔 좀 쉬다가 했습니다.), 남편 출근시키면 바로 청소(방 닦기, 빨래, 설거지)
여염집 처자처럼 저도 결혼하기 전에는 살림 안했고, 결혼생활 동안 쭉 직장생활한 탓에
주말에 남편과 함께 집안일을 몰아서 하는 편입니다. 그런 절 어머니는 아예 살람을 안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 라이프스타일에서 어머니의 깔끔한 성격에 맞추려니(안하면 어머니가 하시므로)
정말 힘듭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모든 관심사는 자식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이것도 걱정, 저것도 걱정,
제게 누구는 이렇다, 누구는 저렇다, 어려서는 어땠다...
하나하나 모두 당신의 통제 속에 놓여야 마음이 편하십니다.
"아기는 안갖니?"
"좀 천천히 하려구요. 아직 형편도 안되고요"
"그래 그건 너희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만, 너 저번주에 생리해서 아직 날짜는 아니지만....#$$ㄲ%"
어머니는 매일 화장실 청소하시며 쓰레기통을 비우시지요.
그말 듣고 저희방에 종이가방 따로 놔뒀습니다. 생리때마다 몰래몰래 버립니다.
하루는 어머니께서 친정어머니께 제가 일 그만뒀다고 말하지 말고 잠깐 쉬는 걸로 얘기하라시길래
"어머니, 저희 어머니는 그만뒀다 그래도 별 말씀 안하실거에요. 그리고 크게 걱정도 안하세요"이렇게 얘기하니
"세상에 그런 엄마는 없다. 겉으로는 표현안해도 속으로는 다 자식 걱정하고 산다"고 하시며 세상 모든 부모가 당신처럼 사는 것으로, 자신이 표준인 것처럼 얘기하시더군요.
속으로 "우리 엄마는 절 믿어주셨고 지금껏 어머니처럼 크게 간섭도, 잔소리도 없었어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으나 삼켰습니다.
쉬는 동안 살림못하는 며느리 살림이나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있으신 것 같기도 합니다.
엊그제 남편이 술을 많이 먹고 들어왔는데 다음날 어머니께서는
"00 바지 옷장에 넣뒀니?"
"네"
"바지 엉덩이 부분에 뭐 묻은 것 같던데"
빨아놓으란 말씀이시지요.
오늘 아침먹을 땐 남편이 저보고 좀더 자라고 쉴때 푹 쉬어라고 했더니
어머니께서 "아침은 같이 먹고 남편 출근하는 건 봐야지"
남편은 황급히 제 눈치만 살핍니다.
그외 한 번씩 툭툭 던지는 가시섞인 말들, 당신 아들 우우 위해주는 행동, 집안의 모든 일은 본인이 알아야 한다는 왕성한 호기심, 아무말 없이 실천으로 저에게 꾸중을 주시는...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부간의 미묘한 껄끄러운 분위기가 요즘 저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로 다가옵니다.
3개월밖에 안됐는데 따로 살게 되면 왠지 어머니를 내쫓는 것 같고 제가 잘 못모시는 것 같고 자존심도 상하고.
그냥 살자니 제가 못살겠고
그냥 따로 사는 것이 답일까요?
참, 어머니는 저희와 함께 살기 위해 시골집과 땅을 정리하면서 그 돈은 은행에 묶어두고 이자 받으면서 사십니다. 당장 집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