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호판에서 어떤 분이 대학기숙사에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하셔서, 나도 내가 대학 때 겪었던 일을 써 보려고 함....
대세에 따라 나도 음슴체.
요즘 기숙사는 2인 1실에 방마다 화장실이 딸려 있고 간단히 조리도 할 수 있는 싱크대까지 있나 봄.
참으로 대박 부러움. ㅜㅜ 우리 땐 그런 거 없었음.
내가 다닌 대학은 기숙사 시설이 후져서(지금은 좀 나아졌을지도 모르겠지만) 몇 평 안 되는 좁은 공간에 4명이 들어가 살아야 하는 완전 닭장스타일 기숙사였음.
화기 절대엄금에 음료수대(라고 해 봤자 철제 커다란 물통...)도 1층과 3층에만 있음. 밤에 물 마시러 가려면 어두운 복도를 더듬더듬 한 층이나 내려가야 하고, 그나마 다림질이라도 할라치면 1층까지 내려가야 하고...하여간 엄청 몸이 힘든 기숙사였음.
(열나 구식 동전세탁기도 1층에 달랑 두 대 있어가지고 순번 기다려야 하고, 세탁물 가지러 4층을 오르내려야 하고.. 하여간 이 정도로 후졌음)
대신 휴게실은 각 층마다 있어서 다행(그러나 TV는 1,4층에만 비치). 휴게실이라고 해 봤자 각 층 복도 끝 트인 공간에 낡은 쇼파 몇 개랑 조그만 티비(무려 15인치 브라운관--;;) 달랑 한 개 가져다 놓은 게 다. 겨울에 휴게실에서 티비보는 거 엄청 추움.
뭐 여하간 기숙사가 이렇게 후졌다는 걸 말해주고 싶음. ㅜㅜ
그리고 기숙사실은, 이해를 돕자면 이런 구조.
그림으로는 넓어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양쪽 침대와 침대사이의 넓이는 대학생 3명이 서면 꽉 찰 정도로 방이 좁음. 한 마디로 닭장.
요즘 학생들은 정말 시설 좋은 곳에서 사는 것 같음..ㅜㅜ
하소연은 그만두고... 여하튼 신입생이 되서 내가 배정받은 방은 405호. 4층.
4층을 오르내리는 계단에서 가장 멀지만 휴게실과는 가까운 호실이기도 함.
그 기숙사에서는 나 말고도 이것저것 이상한 일 겪은 사람들이 많았음.
내 경우엔 생애 최초로 여기 기숙사에서 가위를 눌림. 그 뒤 정신적으로도 약한 나는 뻔질나게 가위를 눌리기 시작.
그럼 시작.
대부분의 학교 기숙사 괴담이 그러하듯이 땅값 싼 공동묘지를 밀고 지은 자리가 기숙사라는 건 우리 학교 기숙사에도 해당... 뭐 진실은 저 너머에.
아무래도 학교가 산을 깎아 만든 것이다 보니 그런 말이 나온 것 같기도 하고.
1.
4월 쯤인가.... 룸메가 한 밤 중에 나를 깨움. 착하고 나와 친한 룸메였는데, 목이 마른데 방에 물이 떨어졌다고 물 뜨러 같이 가자는 거였음.
급수기는 3층과 1층에 있는 휴게실에 있었는데 3층으로 내려갔더니 급수기에 물이 비어있었음.
결국 투덜거리며 1층까지 내려가야 했음.
우리 기숙사는 11시가 되면 휴게실 빼고 전부 소등해버림. 지나가는 길에 하나씩 불을 켜거나 해야 했는데 그건 쫌 귀찮은 일이고 늦은 시간 한창 잠자고 있는 다른 기숙사생들에게 민폐라서 그냥 가기로 함(복도불빛이 통유리창을 통해 방 안으로 새어들어감).
그나마 그 휴게실 등도 새벽 3~4시쯤 지나면 꺼 버리는데 그땐 휴게실 불이 들어와서 2~3시쯤이라고 생각됨. 그 불에 의지해 복도를 지나감. 그나마도 휴게실쪽 복도만 좀 빛이 있지 복도 중간부터는 컴컴.
마침내 1층까지 내려갔는데,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되돌아가던 길.
분명 내려올 때는 모든 호실의 문이 다 닫혀 있었음. 근데 되돌아올 때 오른쪽 중간 방쯤의 문이 빼꼼 열려 있었음.
뭐야? 누가 나왔나? 아무 생각없이 그 문을 보다가 나랑 내 룸메는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 계단을 두 세개씩 뛰어오르기 시작함.
빼꼼히 열린 방문으로 칠흑같이 긴, 그리고 등을 덮어 거의 허리까지 닿을만한 생머리(정말 찰랑찰랑해 보였음)가 얹혀져 있는 것임.
그러니까 약간 열린 문 틈으로 누가 머리만 삐죽 내민 거임. 완전히 목이 90도로 꺾어져 가지고 얼굴도 보이지도 않고.
이성적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었음. 학기 초니 신입생들한테 선배들이 술을 잔뜩 먹일 때다.
그런 선배들에게 술이 떡이 되게 먹은 신입생(기숙사는 1학년을 주로 받는다. 어쩌다 2학년 약간과)이
새벽에 목이 마르거나 혹은 토할 것 같아서 문을 열고 나온 걸거다.
그러나 워낙 술과 잠에 취한 그 기숙사생은 몸을 가눌 길이 없어서 일단 문을 연 상태로 문고리에 의지해늘어져 있는 거다....
아마 십중팔구 그게 틀림없다. 아니 틀림없어야 했음!! 제발 틀림없어야 함!!!
그러나 머리로는 그렇게 이해하려고 하고 있지만 늦은 밤에 그렇게 어두운 복도에서 긴 머리만 덜렁 문 밖으로 나온 광경은 심장에 매우 나빴음.
그리고... 문 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음!!!!! 급수기랑 그렇게 먼 곳이 아니고, 시멘트로 만든 복도니까 당연히 소리도 잘 울리기에 문 여는 소리가 들려야 했음. 정말 술이 취했다면 다른 룸메들 안 깨게 조심조심 문을 열고 나올 정도의 주의력을 발휘할 수도 없었을 테고.
그 땐 무서워서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음.
그 날은 그렇게 지나감.
그리고 며칠 뒤..... 어쩌다 1층 그 방에 가게 됨. 그 방에 동기가 있었음.
그 동기에게 며칠 전 이 방에서 술이 떡이 되게 먹은 긴 머리 여자애 이야기를 함.
동기, "우리 방에 그렇게 머리 긴 애 없는데? 잘 못 본 거 아냐? 다른 호실이랑?"
소름이 끼침. 절대 그 방을 헷갈릴 수 없었음. 복도에서 딱 한 가운데 있는 방이었단 말임! 난 지금도 그 호수를 기억함. 틀릴 리가 없음!
결국 나는 어떤 신입생이 술이 떡이 되게 먹고 다른 방으로 잘못 찾아가 잠이 들었다 나온 게 아닌가 생각하기로 했음. 그러기를 바랬음.
하지만 그렇게 해도 이해는 안 감.... 왜 그러고 있었냐고! 나올려면 빨리 방 밖으로 나오지 왜 그렇게 계속 머리 늘어뜨리고 한참 있었는지. 왜 문소리는 안 들렸는지. 다른 방에서 나온 거라면 왜 발자국 소리(슬리퍼 끄는 소리)가 안 들렸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도대체 그게 뭔지 모르겠음...ㅡㅡ
2.
기본적으로 우리 기숙사는 외박은 주말만 가능. 주말을 이용해 집으로 가는 학생들이 있으니까.
나는 집으로 잘 안 가는 편인데(돈이 없어서), 그래서 남들 다 집에 내려가고 나 혼자 덩그라니 주말에 빈 방에서 자는 경우가 많음.
하여튼 대부분 집으로 가는 고로 주말엔 한 층에 몇 명 남지 않을 정도로 휑함. 한 서너 명 남나?
그런 주말 밤. 하필 그 날 비가 오는 날.
다행히도 내 룸메 한 명이 집에 가지 않고 남아 있었음. 그렇게 둘이 새벽까지 불 켜 놓고 수다를 떨고 과제를 하고 있었음.
그러다가 한 새벽 3시 쯤 되서 슬슬 자야겠다 싶은데.....
캄캄한 복도에서 누군가가 "흐으으으...." 흐느끼기 시작함. 정확히 말하면 복도가 아니라 바로 우리 방 옆에 있는 휴게실로 쓰는 공간에서.
내 방은 복도 끝쪽이라서 휴게공간이랑 바로 옆임.
쇼파 의자 몇 개랑 티비랑 놓고 평소 기숙사생들이 티비 보는 곳인데, 거기서 누가 흐느끼고 있는 거임.
순간 내 룸메와 나는 깜짝 놀라서 "아니 뭐야? 누가 이 밤에 청승맞게 밖에서 울어?" 서로 투덜거림.
근데 그 다음 순간 어떤 사실이 떠올랐음.
4층엔 그 당시 우리 뿐이었음. 점호 때 점호받던 기숙사생이 우리 뿐이었거든.
순간.... 나와 룸메 둘 다 침묵. 이 4층엔 우리 밖에 없다!
설사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왜 자기 방 놔두고 굳이 복도에 나와 흐느끼는 거지? 그리고 잘 생각해 보니 문 여닫는 소리를 들은 적도 없음. 복도는 그런 소리가 잘 들림. 특히 한 밤 중에는 다른 방 문 열고 닫는 소리도 잘 들림.
여자애 특유의 고음으로 "흐으으으으...." 흐느끼는 소리는 계속 되고, 룸메랑 나는 완전히 굳어서 벌벌 떨기 시작.
어떻게든 상황을 합리적으로 맞춰보려고 애썼지만. 그러니까 3층이나 그 아랫층 애가 올라와 우리 층 복도에서 운다든지 하는 걸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수가 없는 거임. 발자국 소리도 없고. 굳이 3층 있는 휴게실 놔 두고 4층까지 컴컴한 복도 더듬어가며 올라올 이유가 없는 거임.
차마 문 열어 볼 엄두도 안 났지만 옆에 룸메가 있다는 것에 용기백배해서 나는 문을 열고 복도를 내다 봄. 새벽 3시에다 사람도 없어서 휴게실 쪽 불도 완전히 꺼져 있는데 문을 열자마자 소리가 뚝- 그침.
문을 나와서 한 발자국만 옆으로 가면 바로 휴게공간이지만 도저히 거기를 볼 용기가 안 남. 비도 오고 천둥도 치고 복도는 새까맣고.....
그냥 애써 사람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소리가 그친 뒤로 누군가 걷는 소리도(복도 구조상 누군가 걸으면 소리가 들린다. 슬리퍼 끄는 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도 안 들림.
차라리 울어도 좋으니 그 소리가 나길 간절히 기다렸지만.....
그 뒤에도 종종 다른 방의 기숙사생이 2층 복도에서 애기들 뛰어다니는 소리와 우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해 사람들을 놀라게 함....--;;
3.
이건 내 동아리 동기의 경험담.
이 동아리 동기도 기숙사생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친구(이 아이도 기숙사생)의 이야기도 해 줌.
토요일 날, 자기 빼고 전부 룸메들이 집으로 내려가서 혼자 방에 있었는데,
룸메가 오후에 과제를 하다 피곤해서 의자 두 개를 붙여놓고 잠깐 잠이 들었다고 함.
"왜 침대에서 안 자고?"
"침대에서 자면 그냥 뻗을 것 같아서."
잠시 깜박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자기 방 문을 열더라는 것임.
그래서 아 잠결에 "누구 친구가 들어왔나 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귀찮아서 눈을 뜨지는 않았다고 함.
기숙사생들은 전원 슬리퍼를 신어야 하는데, 시멘트 바닥에 슥슥 슬리퍼 끄는 소리 알지? 그 소리가 자기 쪽으로 점점 가까이 왔다고 함.
그러더니 바로 자기 옆에서 소리가 뚝 그쳤다고 함. 이제 자기를 깨우나 보다 싶었는데... 이상하게 왠지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고 함. 뭔가 너무 고요하고 뭔가 서늘해서.
"보통은 ㅇㅇ야!! 이러고 들어오잖아. 근데 너무 조용히 들어와서."
그렇게 의자 위에 누워 있는 자기 옆에 선 것 같았는데..... 그렇게 말도 안 걸고 꼼짝도 안 하고 자기를 빤히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함. 순간적으로 정말 친구가 맞나? 하는 생각에 소름이 쫙 끼치면서 무서워 눈을 뜰 수 없었다고 함.
그렇게 그 무언가는 한참 자기를 내려다 보더니 다시 스윽- 발소리가 문쪽으로 가더래. 그리고 발소리가 들리지 않고.....
너무 무서워 눈을 꼭 감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일어났는데... 그 친구 정말 놀랬다고 함.
애초에 방문은 닫혀 있지도 않았음. 기숙사가 더워서 그냥 복도 쪽 문을 열어둔 채였다고 함.
그 이후로 친구는 기숙사실에 절대로 혼자 있지 않으려고 함....
4.
그 친구의 친구가 겪은 기숙사 화장실에서의 이야기.
화장실은 4층 계단 옆에 있음. 그러니까 내 방과는 정 반대쪽인 복도 끝에 위치.
기숙사 뒤로 바로 논밭이랑 산이 있고 화장실 창문도 그 쪽으로 나 있어서 밤에 화장실 가면 스산한 산 바람과 함께 시커먼 산의 모습이 좀 무섭긴 함.
화장실이 칸칸이 있다 보니 특히 밤에 혼자일 땐 쫌 무섭기도 함.
이 친구가 새벽에 너무 급해서 결국 참다가 참다가 화장실로 나왔는데, 역시나 화장실엔 아무도 없었음.
어쨌든 급하니까 한 칸 차지하고 볼 일을 보는데,
누군가가 화장실로 들어오는 인기척이 남. 그래서 은근 쫌 반가웠다고 함.. 혼자가 아니니까.
발소리는 자기 옆 칸으로 들어간 것 같고, 이 친구는 왠지 안심이 되어서 일 보고 나와서 손을 씻고......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자기 있었던 옆 칸 화장실을 돌아봤는데.... 그 화장실 칸 문이 열려 있었음.
반쯤 보이는 문 안으로는 아무도 없었고. 분명히 발소리도 화장실 문 열고 닫는 소리도 들렸는데.
자신보다 먼저 나왔다면 분명 다시 한 번 여닫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그런 소리도 없었고.
그 친군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을 뛰쳐나왔다고 함. 이후에는 밤중엔 절대 화장실을 혼자로 안 갔다고 함.
5.
이번엔 내 이야기.
대동제가 끝나고 바로 중간고사.
아까도 말했지만 난 정말 집에 잘 가지 않음. 한 한기에 두 번 갈 정도. 정말 한 달에 한 번 꼴로도 잘 안 감.
중간고사가 끝나고 다들 집으로 내려가서 그 날도 기숙사실에는 나 혼자.
티비는 원래 잘 안 보는 편이라서 혼자 만화보고 책 보고 과자 먹고 그렇게 혼자 지지리 궁상으로 놀다가 졸려서 침대로 갔는데,
나 님이 자는 침대는 2층. 다들 1층을 선호하지만 난 눈 앞이 바로 막혀있는 느낌을 싫어해서 처음부터 2층으로 정함. 나와 같은 침대를 쓰는 룸메가 2층을 싫어하는 것도 이유였음.
(하지만 2층 정말 안 좋음...ㅜㅜ 천장 형광등이 바로 내리쬐는 무시무시한 핸디캡...ㅜㅜ)
그렇게 2층으로 올라가서 누웠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갑자기 내 머리맡이 너무나 시끄러운 것임.
내 귀에 대고 뭐라고 속닥속닥 하면서 떠드는데... 순간 당황했던 게 남자 목소리였음. 여자만 있어야 하는 이 기숙사에!!!!
무서워서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몸이 움직여지지가 않고 몹시 무거워서 내 맘대로 되지 않았던 거임!!!ㅜㅜ
우리 과 남자애 목소리였는데(내가 그 애를 좋아했다거나 하는 건 전혀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길 바람!!!), 오토바이가 어쩌고 도서관에서 어쩌고 하는... 그런 말을 밑도 끝도 없이 떠들어대는 것임. 그리고 정말 소름돋게도 킥킥 웃어대는데... 정말 느낌으로는 바로 내 얼굴 옆에 머리를 대고 말하는 것 같았음. 웃을 때 내 머리카락이 흔들려 닿는다고 느낄 정도로.
아, 이게 말로만 듣던 가위구나 싶었는데... 빨리 뭐 하나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여야 한다고 주변에서 주워들은 게 있어서 찬송가도 불러보고 주기도문도 외워보고 별 GR을 다 하면서 깨어나려고 애를 썼음.
일단 손끝이든 어디든 움직이면 가위가 풀린다고 했던 게 기억나서...
그런데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데. 오히려 내 몸이 침대 가장자리로 끌려가기 시작하는 거임. 조금씩 조금씩.
침대 가장자리엔 당연히 침대턱이 있긴 하지만, 정말 무서웠던 게 머리부터 조금씩 조금씩 사다리쪽으로 끌려가는데...
물론 끌려간다고 해도 떨어지진 않겠지만, 확실히 이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게 침대턱이 사실 자다가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한 15~20센티 정도 높이의 판자로 막아놓은 게 전부. 하지만 사다리 걸치는 곳만은 그 침대턱이 없음.
즉 침대에서 내가 머리부터 끌려가서 내가 완전히 몸의 각도를 사다리쪽과 맞추면 난 머리부터 떨어져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는 거였음.
분명 똑바로 누워 있었는데 저런 식으로 머리를 끌려가고 있었던 것임.
너무나도 무서워서 발버둥치려고 했지만 몸은 꼼짝도 안 하고 그렇게 끌려가다가 제발제발 움직이게 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있는 힘껏 손가락에 힘을 줬는데, 정말 그 때 거짓말처럼 소근대던 목소리가 뚝 끊기면서 몸이 풀림.
그 때 내 머리는 이미 반쯤 침대 밖으로 나와 있었고, 다리도 침대 반대쪽 벽쪽으로 향해 있는 상태.
벌벌 떨면서 불이라도 켜려고 몸을 일으켰는데......
아까도 말했지만 방 문 위에 통유리를 끼워놓은 창이 있음. 여닫을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끼워놓은 건데, 안에 사람이 있나 없나 체크하는 용도로 그렇게 만들어져 있음. 물론 높으니까 그 창문 너머로 뭘 볼 수는 없고 그냥 방에 불이 켜졌나 꺼졌나 해서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용도로 만들어놓은 것 같음.
하지만 난 2층 침대에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창높이와 내 눈높이가 거의 비슷. 누워 있으면 그 창이 바로 보이는 각도임. 내가 베개를 문 반대방향으로 놓고 자니까.
그 창 너머에
이렇게 얼굴을 반쯤 내민 무언가가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음...ㅜㅜ
발그림이지만, 저렇게 얼굴을 반쯤만 내민 채 나와 눈이 마주쳐 웃고 있는 거임.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도 안 나온다고 하는데, 그게 내 케이스.
복도는 불이 꺼져 있고 내 방도 불이 꺼져 있는데 유리에 얼굴을 찰싹 붙인 채로 희끄무레한 얼굴이 나를 보고 있었음. 정말 선명하게 보임. 느낌은 여자 같은데... 확실하진 않음. 그저 얼굴 같은 게 보였을 뿐인지라.
그리고 상식적으로 아무리 키 큰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 높이의 창문에서 얼굴이 보일 리가 없음. 기숙사 내에 야오밍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근데 저 높이에서 사람 얼굴이 보였음.
차라리 기절을 했으면 좋겠는데 튼튼한 나는 기절도 안 함.
도저히 불을 켜기 위해 침대를 내려갈 수가 없었음. 스위치는 바로 방문 옆에 있었고 내가 내려가면 계속 나를 볼까 봐. 그리고 문 하나 사이를 두고 바로 무언가가 있는데... 도저히 가까이 갈 생각이 들지 않음. 룸메라도 한 명 있으면 좋지만 그 날 따라 나 혼자였고.
그저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제발 날이 새기를 정말 벌벌 떨면서 기다림. 제발 소리 안 나게 해 주세요. 저거가 안 보이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를 하면서.....
그렇게 이불 속에서 벌벌 떨다가 잠깐 다시 그 와중에도 자는 건지 깨는 건지 모르는 상태로 얕게 잠이 들었었는데, 눈을 떴을 때는 아침. 다섯 시 반 정도의 시간(머리맡에 알람시계를 놓고 잠).
창문이 어슴푸레하게 밝았고, 정말 용기를 끌어모아 다시 그 문쪽 창문을 봤을 땐 다행히도 얼굴이 없었지만.... 기억을 되살리며 쓰는 지금에도 소름이 돋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무서운 경험이었음.
지금도 그 대학교에는 기숙사가 있는 걸로 아는데.....(캠퍼스 뒷쪽에 있음) 지금도 귀신같은 게 나오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