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살 초반의 흔녀입니다. 맨날 판을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을 적어보네요.
저도 어이가 없으므로 음슴체를 쓰고 싶지만 이건 진지한 사안이니까, 그냥 적겠습니다.
정확히 오늘, 지금은 어제가 되었네요.
8월 23일, 강남에서 느지막히 약속이 있어서 지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대략 오후 10시 조금 넘어서 지하철 2호선에 타려고 하는데,
역시나 강남은 사람이 너무나 많더군요.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밀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밀리고
결국 사람들 사이에 낑겨서 타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가면 갈수록 사람이 많이 내려서 그래도 약간은 여유로운 상태가 되더군요.
그래서 잽싸게 자리를 가운데 쪽으로 옮겼습니다. 그래서 어떤 남자분 앞에 서게 되었어요.
그래도 사람이 적은 편은 아니어서 중심을 잡고 서려고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근데 갑자기 뭔가 불편해져서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어떤 분이 제 앞에 있는 손잡이를
양 손으로 잡고 계시더군요. 두 손 다요.
그래서 뭔가 치한으로 오해받기 싫어서 양 손 다 번쩍 들고 있나보다 했습니다.
왜냐하면 손잡이를 억지로 잡고 있을만큼 사람들이 밀고 있는건 아니었거든요.
근데 뭔가 그때부터 이상하더군요.
뒤에서 자꾸 무언가가 저를 밀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알아챘어야 했는데, 무지했던지라 몰랐습니다.
전 검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뭔가 자꾸 제 엉덩이 사이를 밀더라고요.
그래서 뭐지 뭐지 하면서 슬쩍 슬쩍 피했는데,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서 혹시나 하고
손잡이 쪽을 확인했습니다. 양 손이 손잡이를 잡고 있는 지를.
여전히 꽉 잡고 있어서, 저도 모르게 잠깐 안심했습니다.
그런 찰나 저는 뒤에 계신 분의 검은 크로스백 끈을 봤습니다. 아니, 본 줄 알았지요.
그래서 아 가방이 밀고 있나보다 가방은 어쩔 수 없지 하고 계속 가만히 있었는데,
엉덩이와 다리 사이로 자꾸 무언가 딱딱한 것이 계속 밀길래
이건 아니다 싶어서 뒤로 확 돌았습니다. 이상한 생각은 안했어요.
대체 무슨 가방이 날 이렇게 밀고 있는거지 라고 생각했었죠.
그리고 저는, 뒤에 계시던 남자분이 어떤 가방도 매고 있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뒤돌아서 가방이 없네 라고 생각하는 짧은 찰나 그 분이 손잡이를 놓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저는, 발기한 그 분의 성기를 봤고요.
그래도 사람이 꽤 지하철에 많았는데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 새끼는.
순간적으로 사람이 멍~해지더라구요. 지금 뭐지 이건. 어떻게 된 상황이지..
욕해줄 틈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몇 정거장 지나서 열차 진행 방향 반대쪽으로 내려서 도망치는 그.. 놈을 봤습니다.
황당하고 어이없고, 정신도 없고..
하지만 저, 똑똑히 기억합니다.
붉은 색 티셔츠에 베이지 색 면바지를 입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우리 아빠 나이 쯤 되보이시던 그 사람.
그렇게 살지 마세요. 자기 딸이 그렇게 당한다고 생각하면, 그러고 싶으십니까?
세상이 흉흉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제가 이런 경험을 할 줄은 몰랐네요.
양손이 손잡이를 잡고 있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된다는걸, 오늘 알게 되었네요.
지하철 2호선 타고 다니시는 여성분들, 부디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