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대한민국 음주정책 현주소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해체 논란'을 주제로한 음주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News1
국내 유일의 비영리 알코올 전문 치료기관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Korea Alcohol Research Foundation, 카프)가 정가와 주류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지난 11일 민주통합당 김용익·김현미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소노조·연맹 등이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음주 정책의 현주소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해체 논란'을 주제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는 카프의 '발전적 해체'냐 아니면 '국공립화냐'를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
◇ "국세청, 한국주류산업협회가 손떼야"
토론회에서는 특히 국세청과 한국주류산업협회(회장 권기룡)가 카프에서 손을 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카프는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주류 업계와 한국주류산업협회, 국세청, 보건복지부, 카프 노조 등이 얽히고 설켜 현재 복마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상윤 건강과 대안 책임연구원은 "카프의 재원을 안정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건강증진기금, 건강피해분담금을 부과해야한다"며 "특히 주류산업협회, 국세청의 입김으로부터 카프가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발전방안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알코올 관련 치료나 재활, 인프라에는 한국 실정에 맞는 특화된 전문화가 필요하다. 민간 재단이라고 공중분해시켜 그동안의 성과와 노하유를 날려버려서는 안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책임성을 갖고 개입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도 "국세청이 센터의 건립부터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은 상식으로 이해 못할 일이다. 주류산업협회도 이해상충 집단으로 카프에서 손을 떼야한다"고 말했다.
카프를 한국주류산업협회와 국세청에서 분리해 국공립화해야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주류기업에서 마케팅 비용은 수천억원을 쓰면서 음주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1년에 50억 지원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며 "카프에 법적인 공익성을 부과해야 한다.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법인 인가를 취소하고 국공립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 업계 "카프, 발전적 해체하던가 민간에 위탁해야"
카프에 재원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예방, 치료, 재활, 연구 등의 카프 기능 중 예방과 연구 사업만 맡아야만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진 한국주류산업협회 상무는 "카프 병원 사업의 경우 제한된 수혜자 등을 고려할 때 주류업계 지출에 비해 효율이 낮다. 이에 병원 사업을 중단하고 예방, 연구 사업에 주력하자고 카프의 사업전환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며 "주류업계의 출연금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에도 주류업계가 출연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치료, 재활병원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또 "선진국의 경우도 치료, 재활은 정부에서 책임지고 있고 예방은 민간 부분에서 책임지고 있다"며 "업계의 불만요인중 하나가 예방사업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카프외에도 건전음주문화 조성, 음주 예방 등 상당히 많은 사업을 하고 있으며 카프는 가시적 효과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의 발전적 해체를 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잘만 운영된다면 50억원이 아니라 100억원을 지원해도 아깝지 않지만 현재 상태로는 안된다. 이사회는 국세청 관료들로 채워져 있고 노조는 부장급 간부들로 이사회도 건들지 못하게 돼 있다. 재단이 목적 사업을 하지 않고 있는 데 해체해야 한다"며 "아니면 민간 재단에 위탁경영을 하던지 팔아서 보훈처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 '카프' 해체 논란, 왜?
카프는 국세청 주도하에 주류업계가 자체적으로 첫해 100억원의 기금을 출연해 설립됐다. 1997년 정부가 주류업계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국회 입법을 추진하려고 하자 업계가 이를 대신해 자진해서 만들었다.
이후 2000년엔 재단법인을 설립했고 2004년 일산에 사옥 준공 및 재활치료 병원을 개원하는 등 사업은 활기를 띄는 듯 했다.
그러나 IMF이후 1998년 기금 규모는 50억원으로 줄었고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기 시작해 현재 주류업계의 지원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에따라 60여 명의 카프 직원들은 10월이면 월급도 못받을 처지해 놓였다.
카프 노조는 2006년 재단출연금을 전용해 설립이 시도된 주류연구원이 국세청 퇴직관료들의 자리 마련을 위한 자리라며 노조를 결성, 투쟁을 시작했다.
노조는 주류산업협회가 카프를 팔고 출연금을 전용해 다른 단체를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정철 분회장은 "국세청이 주류업체들을 종용해서 카프를 만들었는 데 자기네들 생각되로 안돼니 없애버리고 재단 출연금으로 국세청이나 주류업체 산하에 사단법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실제 주류협회의 출연금은 지난 2007년 6월 국세청 주도하에 만들었던 '주류연구원'이라는 단체를 통해 카프에 들어오다 주류연구원이 2011년 6월 폐원되자 보관하고 있던 출연금 30억원을 주류협회가 가져가기도 했다.
노조는 2007년 한국주류산업협회, 주류제조사 대표등과 매년 50억 출연을 약속받고 투쟁을 종료했지만, 현재 지난해 임시의사회에서 부결된 병원사업포기 및 건물매각 안이 재추진 움직임 등이 일며 1년 넘게 파업상태다.(카프는 지명 파업을 통해 병원 환자 및 서울 거주 시설 환자 등 130~140명 환자에 대해서는 계속 치료를 하고 있다.)
주류산업협회는 병원 치료사업 때문에 해마다 재단 적자가 나는데도 재단건물매각거부와 병원사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이유로 2011년 지원금 출연을 거부했다.
◇ 카프 해체 논란 핵심, 국세청 낙하산 인사
카프 해체 논란의 핵심엔 국세청 낙하산 인사가 자리잡고 있다는게 토론회 참석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국세청 퇴직 관료 출신으로 채워지는 한국주류산업협회장이 카프의 비상근 이사장직도 맡고 있는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카프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는 2011년 8월 특수관계이사 2명의 정리를 지시하고 주류산업협회장이 재단 이사장을 겸임하는 것은 잘못임을 지적하는 공문을 재단에 보내기도 했다.
주류산업협회장의 연봉은 억대, 카프 이사장직의 연봉은 80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노조는 국세청 출신인 이사장과 사무총장, 보건복지부 감사등 3명의 임원이 약 5억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류 업계 전문가는 "국세청 전직 관료가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직을 맡게되며 협회 인사들이 주류회사들에게 온갖 인사청탁을 하고 있다"며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이 카프 이사장도 당연직으로 겸임하며 연간 억대 연봉을 챙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프의 출연금은 한국주류산업협회 소속 29개사가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곱해서 낸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가 가장 많이 내고 있다. 협회에는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디아지오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 보해양조, 대선주조, 무학 등 주류업체와 주정업체 등이 가입돼 있다.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