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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미운 남편놈....

이혼을할까... |2012.09.15 19:57
조회 1,342 |추천 3
오랜만에 판에 들렀다가 신랑이 결혼 후 가부장적 본색을 드러낸다는 글 보고 얼마 전까지의 제 결혼 생활이 생각나서 글 써봅니다. 
저는 5년 연애하고 결혼했어요. 남편이 연애할 때는 정말 끔찍하게 절 위해줬었어요. 이후에 내가 사람 잘못 본건가 하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도 그때 기억들에선 결혼 후 남편 모습이 상상이 안됩니다. 문자 그대로 사람이 180도 바뀌더라고요. 농담 아니고 사기꾼 아니었나 진지하게 의심한 적도 있네요. 
남편 집이 어려운 편이어서, 친정 아버지껜 정말 죄송하지만 손벌려 등골 빼가며 제가 집 마련해서 결혼했어요. 그때 남편은 매일 미안하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 집은 너에게 부담시켰지만 집 안에서의 생활은 내가 다 부담하겠다, 넌 손끝에 물한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는 소리를 몇백 번을 했어요. 시어머니도 엄청 미안해하시고, 혼수 채워주시면서 제가 고른 중저가 제품들 대신 한두단계 고급품으로 굳이 사주시고..... 그런 모습 보면서 비록 형편은 힘들어도 내가 결혼은 잘하는구나 하고 뿌듯해 했었네요.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아버지와 남동생에게도 자랑하고..... 지금 생각하면 웃길 뿐이지만요.
처음 1년은 잘했어요. 그런데 1년 후부터 사람이 변하더군요. 맞벌이 하면서 분담하고 있던 집안일을 슬쩍슬쩍 저에게 미루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컴퓨터 방에 틀어박혀 제가 잠들기까지 나와보지도 않는 사람이 되더라고요. 저도 나름 그땐 아직 콩깍지가 있던 시절이라,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나보다.... 그래 생각하려 애쓰면서 내버려 뒀어요. 남편이 말도 안되는 일로 내게 화풀이를 해도 그런가보다 이해하려 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였죠. 그때 화를 내고 같이 맞받아 쳤으면 나중에 그 지경까지 안 갔을지도 모르는데. 다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집안일 안하고 이런 것보다 더 저를 힘들게 만든 건, 남편이 더 이상 제 말을 듣지를 않는다는 거였어요. 제가 대화를 하자 그러면 요리조리 말 돌리며 빠져나가고(뺀질거린다고 하죠?) 피곤하니 다음에 하자고 미루고, 그도 안되면 신경질을 내고...... 집에 오면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만 하면서, 나중엔 밥도 같이 안 먹었어요. 저만 혼자 밥 차려 먹고 남편은 늦은 밤 제가 방에 들어가면 기어나와서 라면 끓여 먹고..... 하루는 그 꼴이 하도 보기 싫어서 집에 쌓여있던 라면이며 인스턴트를 싹 내다버린 적도 있었는데, 그날 저녁 와서 화를 내더니 편의점 가서 도시락 사와서 먹더군요. 그날밤 방에서 정말 눈이 짓무를 정도로 울었어요. 남편은 아침에 제 눈 부은 거 보고도 말도 없이 출근해 버렸고요. 
대체 왜 이렇게 됐나, 남편 붙들고 화도 내보고 달래도 보고 울어도 보고, 진짜 별별 짓을 다 했어요. 몇년 동안이나요. 저를 더 미치게 한 건, 남편이 딱히 제가 싫어져서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거죠. 무슨 사람이 그런지 정말 이해가 안 되는데, 남편은 그저 이게 편하다, 피곤한데 신경 쓰이게 하지 말라, 이런 소리만 하더군요. 그리고 가끔씩 자기 기분 좋을 땐 꽃도 사오고, 외식도 하자 그러고, 기념일도 챙기고. 제가 연애하면서도 희망고문은 안 당해봤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실감을 했었죠.
그렇게 산 지 3년쯤 지나니까 갑자기 모든 게 다 진절머리가 났어요. 남편놈한테 더 이상 화도 내기 싫고, 아무리 말을 해도 남편놈은 눈하나 꿈쩍 안하는데 내가 왜 그렇게 매달려야 하나 싶고. 어느날부터 더 이상 화를 안 냈어요. 온 집안에 벗어둔 옷을 팽개쳐놔도, 방에 먹다남은 쓰레기를 쌓아두고 바퀴벌레를 키워도, 더 이상 밤에 부부침실 안 들어와도 아무 말 안했습니다. 하기 싫었어요. 그랬더니 이 인간, 마침내 지 소원하던 대로 잔소리 없이 편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더 막 나가더군요. 친구들하고 술 처먹고 밤 서너시에 기어들어오는 게 일상이 되었어요. 나중엔 룸에 갔다가 저한테 걸리기도 했죠. 마지막 양심은 남았는지 그래도 싹싹 빌기는 하더군요. 제가 그때 이혼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변호사 상담하러 다니고 있었다는 건 몰랐을 거예요. 관심도 없었으니까.
이게 불과 4년만에 일어난 일이에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진짜 꿈을 꾸는 거 같아서 제 살을 꼬집어본 적도 있고, 내가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은 정말 수천번을 했었어요. 나중엔 다 넌덜머리가 나고 악밖에 안 남았지만. 변호사 만나 상담하니 이혼사유 된다면서, 다만 남편놈이 저지른 일을 자세한 기록이나 증거가 있으면 더 좋다기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죠. 남편놈이 했던 말들, 저지른 사고들, 귀가시간 등등 다 기록하면서 매일 울고 또 울었어요. 

하루는 남편놈이 상의도 없이 엄청나게 큰 벽걸이 tv를 덜컥 사들고 들어왔더군요. 안그래도 연봉도 동결된 주제에.... 2백만원 넘는 걸 5개월 할부로 끊었더라고요. 무이자도 아니고. 짜증나서 돌아버릴 거 같아서 청소는 니가 하라고 하고 말았습니다. 애지중지 하더라고요. 바닥에 쓰레기가 굴러다녀도 저한테 신경질이나 내지 청소는 죽어도 안 하던 인간이 매일 쓸고 닦고.... 그 꼬라지 보면서 나는 이제 티비만도 못하구나 싶어서 헛웃음 웃은 적도 있네요. 그래도 그 본성이 어딜 가겠어요. 몇 달 지나고 식상해지니 어느새 방치 모드로 들어갔더군요. 저를 결혼 후 방치한 것처럼...... 그리고 사진을 찍겠다면서 또 백이십 만원짜리 카메라를 사들고 오고. 항상 그런 식이었어요. 
먼지가 쌓이다 못해 굳어가는 걸 보다가, 어느날 울화가 터져서 그냥..... 내다 버렸습니다. 어차피 저는 티비도 안 보고..... 그걸 보니 제 신세도 생각나고 남편놈 면상도 생각나고 해서 어느 순간 울화가 주체가 안되더라고요. 평소라면 제대로 들지도 못할 그 무거운 걸 쓰레기장에 그냥 내다 버렸어요. 아마 누가 잽싸게 주워가지 않았나 싶네요. 
그날 저녁에 집에 들어온 남편놈은 당연히 난리가 났죠. 아내를 발닦이만도 못하게 취급하던 놈이지만 그래도 이혼 소리는 안했는데, 그날은 이혼하자고 하더군요. 하나도 안 웃긴데, 진짜 기분 비참하고 더러웠는데 이상하게 웃음이 피실피실 나더라고요. 웃으면서 너는 티비 때문에 이혼 생각 나냐고, 나는 이제 니 상판대기만 보면 이혼 생각한다고 해줬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일기 적어오던 거 남편놈에게 던져주고 바로 짐싸서 친정으로 갔어요. 그놈이랑은 더 이상 단 1분도 같이 있기 싫었어요. 
그렇게 며칠 지내고 나니 남편놈이 장난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그때까진 전화 한 통도 안 하더군요. 근데 발등에 불 떨어졌다 싶고 뒤늦게 제가 쓴 걸 읽어봤는지, 며칠 지나서야 전화하고 제가 안 받으니 친정에 찾아와서 무릎 꿇고 빌고..... 제가 이혼 결심 확고히 한 걸 알고 나서는 시어머니께서 오셔서 비시더라고요. 친정 아버지도 제 얘기 듣고는 남편은 찾아오자마자 뺨 후려쳐서 내쫓으셨는데 시어머니까지 그러시니 담배만 피우시고..... 한번 더 생각해 보라 하시고...... 저희 시어머니, 정말 좋은 분이시거든요. 제가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서 저한테 잘 해주시는 시어머니 보고 결혼한 것도 있을 정도로..... 친정 아버지도 사돈어른은 정말 어른이시라고 하실 정도로...... 제가 일주일에 한번 전화드리는 것도 고맙다 고맙다 해주시고, 철마다 김치며 제철과일이며 바리바리 챙겨 주시고, 제가 너무 고맙고 죄송해서 용돈을 드리거나 해외여행이라도 보내 드리려 해도 한사코 됐다며 손 저으시는 그런 분이세요. 그런 분 밑에서 어쩌다 남편놈 같은 자식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시어머니께 자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아들 하나 딸 하나인데.... 시누도 그 시골 동네에서 성질 더럽다고 소문 날 정도로 개차반이거든요. 결혼 전에 그걸 봤을 때 접어야 했던 걸지도 몰라요. 시댁 동네 어른들이, 남편놈 두고 여자 만나더니 사람 됐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어쨌든 합의이혼 서류까지 내미니까 남편놈은 그제서야 울고불고 미안하다고 빌고..... 시어머니도 우시면서 한번만 봐달라고 부탁하시고...... 저도 미련이란 게 남았는지, 한번만 기회 주기로 하고 다시 돌아와 살고 있어요. 그 난리부르스가 작년 봄이니 어느새 2년 되어가네요. 
남편놈은 그때 호되게 혼이 나고서 철이 들었는지 어쨌는지..... 지금까지는 저한테 잘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화내거나 언짢아 하면 바로 깨갱하고 꼬리 말고....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고..... 모르는 일이죠. 연애 때도 5년을 본성 숨기고 살았는걸요. 저는 그냥 무덤덤합니다. 몇 년을 울고 고민하고 그랬더니 지금은 생각하는 것도 귀찮고, 그냥 살고 있네요. 얼마 전부터 남편놈이 아이 얘기도 슬쩍슬쩍 꺼내고 그러는데, 저는 그냥 피임 하고 있어요. 더 이상 남편을 못 믿겠어요. 지금도 남편이 잘하는 거 보면서 저러다 본성 나오겠지, 본성 나오면 바로 내쫓고 이혼해야지, 뭐 이런 생각이나 하네요. 
그래도 한때는 정말 사랑했던 사람인데..... 가끔은 그렇게 옛날 생각하면서 씁쓸해 합니다. 사람이 왜 그럴까요. 본성이 그렇게 치졸하면 차라리 숨기지를 말 것이지 그런 생각 듭니다. 이런 마음으로 남편과 백년해로 할 수 있을까요. 모르겠네요.   
추천수3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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