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54경기를 치르는 긴 여정에 딱 2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2012-2013 프로농구 시즌 시작 이후 2경기에서 보여준 창원LG와 서울삼성의 경기력은 분명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지난 14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양 팀간의 맞대결은 이긴 삼성도, 진 LG도 모두 한숨밖에 안나온 경기였다. 무엇이 그토록 문제였을까. 개막 2경기를 통해 양팀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창원LG. ABA 대회 우승의 자신감은 어디로
시즌 시작 전, 눈여겨볼만한 소식이 있었다. 올 시즌 뚜렷한 선수보강이 없다고 평가 받는 LG가 대만에서 열린 ABA 농구대회에서 중국, 일본, 대만 팀등을 상대로 우승을 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친선적 성격이 짙은 대회였지만, 우리보다 기본 실력이 한수 위라고 평가받는 중국 팀을 비롯해, 결승전에서 용병 2명이 출전한 대만 팀을 꺾었다는 것은 놀라운 뉴스였다. 그 대회 당시 LG의 가장 주 득점 루트는 벤슨-김영환-백인선으로 이어지는 높이 위주의 공격이었다. 시즌 전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은 '검증된 용병' 벤슨과 KT에서 이적한 전천후 포워드 김영환의 가세는 LG를 짜임새있는 공격의 팀으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개막전 모비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1쿼터에만 9득점을 몰아넣었던 양우섭의 활약과 3-4쿼터에 23득점을 몰아넣은 김영환의 '미친' 슛 감각덕분이었다. 양우섭-변현수-박래훈으로 이어지는 포인트가드 진은 어시스트 15개밖에 만들어내지 못했고(모비스 24개), 턴오버도 11개를 기록했으며(모비스 8개), 수비에서도 모비스의 가장 주축 선수라고 할 수 있는 문태영, 함지훈, 양동근에게 모두 두자릿수 득점을 허용했다. 만약 모비스와의 개막전 경기가 야투가 안 터진 경기였다면, 그 다음날 펼쳐진 삼성과의 44득점의 굴욕 경기와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삼성과의 경기는 정말로 '한숨'밖에 안나오는 경기였다. 물론 절대로 삼성이 잘해서 LG가 진 경기가 아니다. LG가 더 못했기 때문에 진 경기였다. 포인트가드진은 공을 상대편 진영으로 옮기는 것조차 버거워 수시로 벤슨이 내려와서 공을 갖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가드진에서 파생되는 공격은 전날 모비스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비스는 양동근이라는 국가대표 가드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김승현이 부재중인 삼성의 가드진이 LG의 가드진보다 특출날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시스트는 19-11로 밀렸다. 또한 속공플레이가 없었다. 분명 스틸은 삼성보다 3개나 더한 무려 '10개'나 기록했다. 그런데 속공은 1-8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LG의 가드진에선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가 한명도 없었다.
그 뿐인가. 높이에서도 밀렸다. 앞서 말했듯, LG가 ABA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포워드진의 내.외곽을 넘나드는 공격과 수비가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벤슨 혼자 골밑을 외로이 지켰다. 벤슨은 데이비스를 파울 트러블로 몰아 넣는 등 자기역할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LG는 벤슨은 전 소속팀 동부처럼 벤슨을 도와주질 못했다. 삼성의 공격때 번번히 오펜스 리바운드를 내줬고, 삼성의 2점슛 적중률(52%)와 3점슛 적중률(29%)는 절대로 좋은 수치가 아님에도 21점 차의 대패를 당하고 만것이다.
2경기에서 보여준 LG의 공통점은 상대팀의 '색깔'을 내줬다는 것이다. 모비스는 올시즌 우승후보 0순위로 뽑힐 만큼 공격옵션이 다양하다는 점이 최고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LG는 가드 양동근도, 포워드 문태영도, 센터 함지훈도 막아내지 못했다. 즉 모비스가 하고싶은 공격을 다 해본 경기였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케니 로슨-이동준-이규섭의 높이에 철저히 눌린 플레이를 보여줬다. 김승현과 데이비스(2쿼터 일찌감치 파울트러블)가 경기장에 없는 상황에서 보여줄 삼성의 유일한 돌파구인 '높이'를 LG는 전혀 막아내질 못했다.
서울삼성. 절대로 웃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개막 후 2연승이다. 순위도 당연히 1위이다. 지난 시즌 삼성의 승 수는 13승. 놀라운 성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 삼성의 농구를 안다면, 그리고 2경기에서 보여준 삼성의 플레이를 봤다면 지금 보여지는 2승이 정말 값진 2승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장 큰 수치만 놓고 보자. 삼성은 KCC와의 원정 개막전에서 64-52의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LG와의 홈 개막전에서 65-44로 승리를 했다. 2경기 모두 이겼지만 평균 득점은 64.5점이다. 지난 시즌 동부가 짠물 수비와 트리플 타워라는 가공할만한 높이를 앞세워 60점대 득점으로도 여러번 승리를 거둔 적은 있었다. 하지만 결코 동부는 공격력이 안좋은 팀이 아니었고, 70점이상의 득점력은 꾸준히 보여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다르다. 64.5점은 삼성의 공격력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 수치이다. 그 상대가 올 시즌 최약체로 평가받는 KCC와 LG였기에 그 수치가 덜 눈에 띄는 것일 뿐이다.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52점을 넣은 KCC와 50점도 못넣고 44점으로 경기를 마친 LG는 얼마나 공격을 못했을까, 그에 대한 삼성은 얼마나 수비를 잘 했을까' 라는 생각밖에 안할 것이다. 실제로 LG와의 경기가 끝난 14일 그 날, 올라온 일제히 뉴스들은 삼성의 향상된 '수비력'을 다루었다. 2승을 했으니 좋은 점이 있을테고, 2경기동안 평균 48점밖에 실점을 안한 삼성의 수비는 놀랍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기사에도 왜 수비력이 좋아졌는지 이유도 없었고, 어떤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수비를 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하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완전 딴판이다. 앞서 다룬 LG처럼 결과가 대변해주지 않아서 그렇지 삼성도 LG못지 않게, 혹은 LG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 우선 KCC와의 경기는 철저하게 공격력 부재를 보여준 경기였다. KCC가 전통의 강호이며, 우승도 가장 많이한 팀이지만 올시즌 만큼은 네임벨류 있는 선수가 임재현 한명밖에 꼽히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내외곽을 휘젓고 다니던 전태풍도,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골밑을 장악하는 하승진도 없다. 최고의 살림꾼 추승균도 없다. 이날 삼성은 리바운드를 '독점' 했다. 하승진이 없는 KCC는 삼성의 골밑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리바운드 숫자는 46-29였고, KCC는 수비리바운드를 가져오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64점이다. 턴오버 13개와 더불어 선수들의 철저한 개인플레이는 2점슛 적중률조차 50%를 못넘게 했고, 팀 플레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어시스트(13-8)의 우위는 수치가 의미가 없다. 어떻게 이긴 팀의 어시스트 숫자가 13개에 불과하겠는가.
LG와의 경기를 삼성의 입장에서 볼까. 21점차 대승과 함께 삼성의 문제점은 승리속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LG와의 경기력은 공격과 수비 모두 문제를 보여줘서 '더' 심각했다. 이날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미칠도록 안들어가는 LG의 야투에 삼성이 '무혈승리'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체 공격빈도도 LG가 58번(삼성 56번)으로 2번 더 많았고, 33분 12초를 뛴 김영환이 10차례가 넘는 오픈 야투를 모두 놓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1 구도로는 벤슨도, 김영환도, 백인선도 버거워보였다. 하지만 LG가 모두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 그리고 리바운드에서 우세를 가져왔던 것이 전부였다. 오픈 찬스를 맥없이 내주는 삼성의 수비는 정말 '어떻게 경기를 이겼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뿐만 아니라 번번히 상대에게 스틸을 내주며 턴오버를 18개나 기록했다. KCC전 13개, LG전 18개. 이정도면 왜 삼성의 경기력이 문제라는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창원LG 서울삼성, 모두 이제 '시작' 일 뿐이다
2경기밖에 안지났지만 이미 양팀의 모든 문제점은 다 나온 것 같다. 창원LG는 시즌 전 전문가들이 우려한 공격력과 수비력에 대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삼성도 저번시즌에 이은 고질적인 턴오버문제, 공격력문제를 그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줬다면, 이제는 나아질 일만 남지 않았을까.
LG는 모든 전문가가 9-10위로 꼽을 만큼 객관적인 전력이 처진다. 선수층도 얇고, 벤슨을 제외하고는 최근 몇년간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없다. 심지어 김영환도 KT에서 잦은 부상으로 시달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본다면 그것이 눈에 띄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아닐까. LG에 올해 입단한 신인 박래훈, 조상열, 유병훈은 그런점에서 모두 엄청난 기회를 얻었다. 세 선수 모두 지난 2경기에 출전했고, 조상열은 삼성전에서는 20분이상을 소화하며 두자릿수 득점까지 기록했다. 고질적인 포인트가드 난을 겪고 있는 LG에게는 큰 희망이다. 앞으로 남은 52경기를 위해서 조상열, 유병훈 같은 포인트 가드들과 포워드 공백을 메워줄 박래훈 등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것으로부터 6강 막차티켓이라도 갈구하는 LG가 해야할 일일 것이다.
삼성은 해 볼만하다. 다만 앞으로 경기 결과 뿐만아니라 내용 또한 좋아져야 한다. 분명 좋아질 요소는 얼마든지 있다. 삼성은 김승현이 전력에서 이탈해 큰 그림의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임에는 분명하지만, 저번 시즌처럼 얇은 선수층으로 시즌 내내 고생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황진원-이정석-이시준으로 이어지는 가드진과 이동준-이규섭-임동섭으로 이어지는 포워드진의 구성은 잘 다듬어지지 않은 옥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삼성의 슈퍼루키 임동섭은 2경기연속 20분이상 출전과 더불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쳐주고 있기에 삼성의 미래가 절대로 어둡지 않다. 하지만 60점대 득점력을 극복하기 위해선 팀플레이가 절실하다. 선수구성은 달라졌지만 플레이는 저번 시즌과 달라지지 않는 삼성을 기대하는 이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