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사귄 남자친구
그 당시에 막 자취를 시작하던 나였기에, 처음부터는 아니였지만
점차 우리의 데이트장소는 우리 집이 되었었지.
우리 집에서 잠을 자고 갔던 날도, 무엇인가 시켜먹던 날도 많아졌기에
당연하게도 내 칫솔통에는 그의 칫솔이 자리 잡았어.
첫번째 칫솔의 칫솔모가 상해 새로운 칫솔로 바꾸고, 또 그 칫솔모가 상할 때쯤
감정 조절의 실패였을까? 연애 초반 내 감정을 다 써버린 뒤 점차 식어갔던 나와 달리
내가 사랑을 갈구하던 때엔 무덤덤했던 그가 점점 나에게 사랑을 갈구하기 시작하며
서로 바뀐 모습으로 엇갈려 지쳐버린 우리는 이별을 하였지.
문득 당연하게 버리지 않고 두었던 칫솔을 보면서,
더러워진 세면대를 내 마음 청소하듯 청소하고
이리저리 못나게 휘어버린 칫솔을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으로 버렸어.
그러고 얼마 뒤 또 새로운 칫솔 하나가 내 칫솔통에 자리잡았어.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지.
전과 같지는 않으리라 다짐하고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리면서
너에게 먼저 연락한번 않던 나에게 지쳐버린 새로운 사랑은
첫번째 칫솔의 칫솔모가 채 상하기도 전에 끝이났어.
오늘 또 문득 양치질을 하다 덩그러니 있는 칫솔을 보고 세면대 청소를 하고
칫솔을 바라보는데 세면대가 그닥 더럽지 않았던 탓인지,
사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탓인지,
세면대를 청소한 후와 달라진 모습이 없던 그 칫솔을 차마 버리지 못했어.
이번에도 그냥 일상적인 모습으로 그렇게 정리하고 다 버리고 싶었지만
세면대 청소할 때 내 마음은 청소하지 못했었나보다.
그렇게 한심하게 칫솔을 세면대 구석에 세워놓고는 화장실을 나왔어.
자존심 내버리고 뒤늦게 너를 붙잡던 내게 너는 내 탓이라 말했지만,
미련하게 구는 나에게 친구는 말 안하려고 했는데 너 그러는 꼴 못보겠다며 말해줬어.
연락한통 없던 그날에 여자와 단둘이 밥을 먹고 있었다는 거
그 말을 듣고 멍해져버리고 남은 정도 다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가보다.
그냥 많이 생각은 안할게.
내가 좋다고 찾아와 말하던 너
우리집 앞에서 뽀뽀하고 도망치던 너
나를 많이 배려해주던 너
항상 먼저 연락해주던 너
양치질 할 때만 생각할게.
화장실에서 나오는 순간 너는 내 머리속에 없을거야
깨끗하게 세면대가 청소될 때 그때는 쓰레기통에 함께 버릴게.
예쁜 사랑하라고 말 못해.
나보다 좋은 사람만나라고도 말 안해.
잘지내라고도 안해.
난 또 다른 사람을 만날테고, 그 사람을 너보다 더 사랑하게 될거야.
니가 만나는 그 사람은 나보다 덜 멋진 여자였으면 좋겠어. 안녕.
끝까지 나에게 예의를 갖춰주던 넌데, 있지? 그거알아? 아름다운 이별은 없어.
둘 중 한명은 아파야 이별이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