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원예비군 훈련 끝나고 거주지인 경주로 돌아와서 자가용이 있는 장소까지
택시비가 아까워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맨 뒷자석에 앉은 교복입은 청소년께서 휴대폰을 리셋하려고
굉장히 열을 올리며 노력하고 계시더군요. 심심하던 차에 온 신경을 쏟아서
엿듣기로 맘먹었습니다.
듣다보니 훔친 휴대폰이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요즘 휴대폰은
노스페이스 구스다운점퍼만큼이나 비쌉니다.
여튼 훔친 휴대폰을 자신의 완전한 소유물로 만들기 위해 리셋이라는 참신한
방법을 떠올린 것으로 보였습니다. 주변에 친구들에게 리셋에 대한 조언을 구해가며
훔친 휴대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명찰에 적힌 이름을 봤죠
그런데 불행히도 녹색바탕에 노란색으로 바느질된 명찰을 완벽하게 보기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이름만 최대한 정확하게 보고선 하차후에 근처 경찰서 지구대에 갔죠.
예비군복을 입은 사람이 지구대에 무슨 볼일이 있나 싶어서인지 그 경찰공무원분들도
약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더군요. 그건 그거고 일단 사정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신고절차를 밟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바로 따끔하게 말하며 휴대폰을 빼앗았다면
신고까지 하지 않더라도 일을 잘 해결할수 있었을텐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뭐랄까 교복을 입을 나이면 도둑질이 나쁜짓이라는 것 정도는 알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피해자가 애지중지하는 휴대폰일 텐데,그걸 훔쳐서 아무렇지도 않게 리셋시키는
장면을 보니 융통성이나 그런게 없어졌나봅니다;; 훈훈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약간은 정의로운일은 하지 않았나ㅎㅎ 싶어서
요즘 조카때문에 동요나 만화주제곡을 들려주는 일이 많거든요.
만화주제곡에는 정의로운~ 정의의 사도~ 뭐 이런식으로 (유치하지만) 가사가 많이 나오잖아요ㅎ
주제곡들으며 정의로운게 뭔지 정의를 지키는게 뭔지 잠깐 그런 잡생각을 했던적도 있었네요.
휴대폰이 주인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