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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단 운전병 이야기 - 말년 그리고 지금

하얀구름 |2012.10.29 10:48
조회 6,969 |추천 11

 

말년가기 전날.. 그러니깐 8월 17일 위병소 초번이었다.

 

얼마 전에 들어온 깩깩이와 마지막으로 근무를 섰다.

 

 

이등병 땐 "마지막 근무는 어떨까?" "말년가면 무슨 느낌일까?"

 

무척 궁금하고 막연히 생각하기엔 기쁠것 같았는데

 

아무 느낌도 없었다. 정말 아무 느낌 없었다.

 

 

휴가 때마다 휴가가 좋다는 느낌을 받는 시기가 달랐는데

 

첫휴가 땐 서울 도심을 들아갔을 때

 

일병정기 땐 나가는 순간 위병소에서

 

12월 청원휴가 땐 학교 갔을때

 

3월 휴가 땐 강남에서 술친구들 다 모였을 때

 

5월엔 그닥 없었고

 

 

이번엔 사복으로 갈아입으니 좋았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갤럭시s를 사고 저녁엔 술모임도 가졌다.

 

강남역에서 사복입고 술먹으며 떠드니 휴가 나온 기분이 제대로 들었다.

 

 

말년휴가는 말년 나온게 아니라 꼭 전역한거 같았다.

 

주위 사람들도 다 전역한 것 같이 취급해서 더 그랬다.

 

 

푸욱 쉬다보니 복귀할 날이 찾아왔다. 12박 13일은 너무 길다..ㅋ

 

복귀해보니 꼭 군대 체험하러 온 느낌?

 

부대 들어갔는데 너무 어색했다

 

내가 있을 곳이 아닌듯한 느낌??

 

 

대대장 신고하고 각 처부 돌면서 인사드리고

 

밤에는 우리 반장님들과 이쾅쾅 중사님과 처갓집에서 술을 진탕 먹었다

 

전역주까지 먹다보니 다음날 무지 고생했다.

 

전역날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숙취가 제대로였다.

 

 

그래도 어쨌든 전역식하고 풍풍이가 날 받아주고

 

사진 좀 찍다 부대를 나왔다

 

 

옛날엔 굉장히 아쉽고 슬플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부대 나오니깐 정말 아무 느낌 없었다

 

 

좋지도 아쉽지도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

 

좀 이상했다

 

 

 

전역 날이 9월 1일

 

다음 날 9월 2일에 바로 학교를  갔다.

 

 

어제는 생활관에서 후임들과 같이 일어나서 아침먹고 집합 하고 있었다면,

 

오늘은 강의실에서 '여자!!! 그것도 이쁜 여자애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있다니..

 

 

처음엔 적응이 힘들었다. 학교에서 있어도 나만 겉돌고 있는 것 같았고

 

모든게 어색했다.

 

 

 

이렇게 이렇게 내 군생활은 순식간에 추억이 되었고

 

난 23살 대학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년에 시간이 흘러..

 

지금은 예비군 2년차, 휴학생. 25살. 내년이면 4학년이다.

 

 

 

군대에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외동아들로 조금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곱게 자라 어려움 없이 대학가고, 알바도 커피가게나 회사서 일하다 갔던 군대.

 

 

 

 

원형톱, 절단기, 용접, 하수처리장 청소, 짬처리장 청소, 예초기 등등 평생 해보지 못할 작업들과

 

 

운전병으로 맨날 차 고치고 수리부속 점검하고 배차내고 기름 관리하고

 

닷지차부터 버스까지 다양한 대형 트럭 몰아본 경험들..

 

 

날 싫어하고 괴롭히는 선임 옆에서 일과 후에 같이 자야한다는 상황들..

 

그리고 선임이 되어 애들 관리하고 이끌어 나간다는게 꽤 멋진 일이란걸 알았다는 것들..

 

 

사회에서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을 2년동안 속성코스로 다 하고 왔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군대가 무슨 도움이냐?

 

여자들이 알아주냐? 등등

 

 

그치만 적어도 나에겐

 

많은 경험과 추억을 남겨준 군대다.

 

 

또한,

 

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었던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켜준 할아버지, 아버지, 선배님, 형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여자, 공익 문제를 떠나 남자만 봤을 때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방법은 자기 자신이 군대를 가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한다.

(박태환 같은 경우는 예외)

 

 

또한 내 후배들, 동생들, 태어날 아들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건 군필자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군대 자체는 욕할 수 있다.

 

비리도 많고, 부조리와 비합리적 운영은 정말.. 이 군대가 전쟁을 수행 할 능력이 있는가 의문이 든다.

 

 

하지만 군생활 자체는 분명 도움이 된다.

 

군대에서 잘나진 못해도 중간만 갔다면

 

분명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고 추억이 될 것이다.

 

 

군생활 자체를 욕한는 사람은 두 부류다.

 

미필 or 군생활 제대로 못한 ㅅㄲ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는데

 

어쨌든 나에게 있어 군생활은

 

분명 힘든 시기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 된 시기기에

 

항상 감사하고 추억하며 살고 있다.

 

 

 

 

 

 

 

다른 사진은 개인신상도 있고 해서

 

위장한 사진 올립니다ㅋㅋ

추천수1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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