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자 기사로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됐네요.
인터넷 정보를 토대로 올리겠습니다.
위원장 영화감독 김기덕(78세), 영화감독 김영효(81세), 기술협회 이사장 강대성(72세), 음악협회 부이사장 정풍송(71세), 촬영감독 팽정문(72세), 영화배우 김영인(72세), 시나리오 작가 강철수(68세), 대학교수 조희문(56세), 대학교수 강미라(40대), 영화 제작자 김두찬(47세), 방송프로듀서 정해룡(50대), 시사 평론가 정보철(62세), 영화 평론가 지종학(60대), 동아일보 기자 이승재(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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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기도 짜증나고 열받는 밤입니다.
자랑할려고 쓴 글이 아니기에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너무나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사건이라 이렇게 공개하려 합니다.
저는 이번 49회 대종상 영화제에 관계자로 참여를 했습니다. 대종상 영화제는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제지만 동시에 개종상이라는 오명이 있을 정도로 부정부패가 심한 영화제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실겁니다.
그러한 오명을 벗고자 이번 대종상 영화제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200여명의 일반인 지원자를 받아 감상문 1편과 면접의 방식으로 50여명을 추려 40편의 출품작을 대상으로 예심을 진행하게 하였습니다.
일반인을 투입한 이유는 대중성을 좀더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일반심사위원은 40편의 출품작중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신인 감독상, 남우/여주 주연상, 남우/여우 조연상, 신인 남우/여우상을 각각 5편씩 올렸으며 기술상 부분은 따로 심사하지 않았습니다.
기술상은 촬영, 조명, 편집, 음악, 기획, 시나리오, 미술, 영상기술, 음향기술, 의상상 이렇게 10개부분으로 나뉘는데 일반 심사위원이 올린 최우수 작품상 5개에 차점작 5편을 더해 총 10편중에서 전문 심사위원들이 고르게 하였습니다.
49회 대종상 영화제에 참여한 관계자로서 이번 예심을 통해 후보작으로 선정된 작품들은 지난 49년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치열하게 올렸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언론을 통해 후보작을 보신 분들은 어느것이 받을지 정말 궁금할 정도로 가장 최선의 결과였다고 자신합니다.
후보작 선정 작품을 보시면 그 어느 때보다 저예산 영화들도 많이 올라갔고(다슬이, 부러진 화살, 피에타, 밍크코트, 해로) 심지어 여우주연상 후보군엔 저예산 영화 배우(피에타, 밍크코트)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그만큼 예심에 참여한 일반인들의 영화 보는 눈이 향상 됐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다음에 발생합니다.
이후 심사를 맡은 15명의 전문 심사위원. 전문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뭐한 분들이 심사를 맡았습니다.
평균연령 70세.
30~50대의 사람들은 4명도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70세 이상의 고령층이였습니다.
물론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온 원로들의 공로를 무시하고 폄하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세대간의 양극화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더더욱 없습니다.
다만 시대는 변하고 있고 본인들의 생각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물러나야하는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아직 심사를 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단순히 나이가 많고 한국 영화계에 많은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이렇게 현역에서 활동을 하니 지금처럼 한 작품이 15개를 독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진겁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이야기하는 대기업의 외압설에 대해서는 제 목숨을 걸고 결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사 과정은 TV에서 시청하신대로 본선 심사가 끝남과 동시에 은행 대여 금고에 보관되었으며 합산 결과는 당일 4시부터 방송국에서 실시되어 시상식 1시간 전에 나왔을 정도로 외부의 개입은 절대 없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같은 시대, 같은 사상,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본심 심사위원으로 만들다보니 보는 눈이 같아 졌다는 겁니다.
일반 예심위원들이 본선에 좋은 작품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연령대의 고른 비율 덕분이였습니다.
그러나 원로들의 이런 편협한 생각이 ‘사극’이라는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작품에만 10점 만점에 거의가 8~10점을 왔다갔다하는 몰표를 주고 건축학개론, 은교, 범죄와의 전쟁, 도둑들, 내아내의 모든것, 밍크코트, 도가니, 부러진 화살, 피에타와 같은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신식 감각의 영화들을 뒤로 넘기는 사태를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70세 이상의 원로들의 생각도 분명 필요합니다. 저는 나이 많은 사람은 심사위원에 포함하지 말자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의 연령대가 70대 이상이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원로들이 건축학개론의 90년대 학번의 감성을 이해하겠습니까? 그 디테일한 표현들을?
종교와 가족을 다룬 민감한 소재인 밍크코트를 이해하겠습니까?
정신지체 아이의 꿈을 그린 다슬이를 이해하겠습니까?
사회 비판적 목소리가 강한 도가니를 높게 평가하겠습니까?
정부와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부러진 화살을 높게 평가하겠습니까??
지난 몇 달간 대종상을 준비하며 이번 영화제는 역대 대종상중의 최고가 될 것이라 자부해 왔습니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이런 결과를 보니 정말 도중에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예심을 담당한 일반 심사위원들도 마찬가지였을겁니다.
사실 그분들에게 죄송합니다. 그분들이 아무리 좋은 작품을 본선에 후보작으로 선정을 한들 위에서 정작 중요한 심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예년과 같다면 대체 일반 심사위원 제도는 왜 운영한 것입니까?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우리는 이렇게 바뀌고 있다라고 말하는 '보여주기식' 들러리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건데.. 이렇게 뽑힌 일반인들의 영화보는 눈이 이번 대종상 본선 심사를 한 전문가들보다 훨씬 뛰어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사무국 직원들도 뭔 죄입니까.. 각자 다른 일을 하다 협력 업체에서 파견 근무식으로 나와 일을 했는데 개고생하며 대종상을 준비해놨더니 정작 윗물이 맑지 못해 이런 오명을 뒤집어쓰고 그간의 일을 마무리 짓게 되었습니다.
전문 심사위원들도 본인들의 결과를 보고 놀랐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영화인으로서 창피한줄 아십시오.
전문 심사위원중 원로들의 수가 평균치를 넘어서는데 이들이 10 10 10 이렇게 줘버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9 8 10 7 이런식으로 일반 점수 부여처럼 주면 당연히 원로들이 10 10 10 으로 내리 깔아버린 영화가 독식을 하게 됩니다.
예년의 경우 모든 부분은 서로 토의를 통해 결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외압설이 흘러나와 이번에는 각자의 체점지를 바로 봉인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바로 심사위원 선정에서 문제가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비슷한 연령대가 비슷한 성향의 단체에서 오니 자연적으로 선호작이 하나로 모이는 결과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광해라는 작품이 인기도 많았고 작품성도 좋고 이병현씨도 연기를 잘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0개 부문 기술상에 죄다 만점을 주는 행위는 정말 영화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길 바랍니다. 시나리오도 광해보다 좋은게 있었고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건축학개론에 기억의 습작이란 음악이 나와 극의 설렘을 배가시켰다는 것은 알아도 광해에는 대체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범죄와의 전쟁의 편집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극의 긴장감을 한층 업시켰다는 것은 알아도 광해의 편집은 보편 그 자체였습니다.
페이스 메이커의 마지막 마라톤 씬의 영국 배경이 전부 CG였다는 것은 알지만 광해의 눈에 띄는 CG는 광해군과 하선의 독대 장면 뿐이였다는 것은 압니다.
은교의 조명이 여고생의 풋풋함을 표현하도록 아름답게 사용되었다는 것은 압니다.
도둑들의 와이어 액션이 한국 영화 촬영사에 길이 남을 장면이라는 것도 압니다.
한 작품이 좋다고 해서 앞뒤 따지지 않고 모든 기술상에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본심 심사위원들의 행태. 정말 반성하십시오. 참고로 광해는 시나리오 표절 논란이 불거졌던 이야기입니다. 그런 영화에 시나리오 상이라니요...
원로분들. 물러나야할 때를 아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는 것은 아름답다고 합니다.
심사위원들의 다양한 연령대의 모임이야말로 대종상이 개혁하게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백날 일반인들이 잘 올려놓으면 뭐합니까.. 본선에서 이래놓으면..
49회 대종상 관계자로서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시청자의 아까운 3시간여를 빼앗은 것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저는 영화판 사람이 아니라 다시는 이런 시상식에 발을 들이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한명의 관객으로서 제발 윗물이 갈아지기를 바랍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