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류의 진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K-drama가 한류 1.0이었고, K-pop이 한류 2.0이었다. 그러면 어떤 것이 그 바톤을 이어받아 한류 3.0이 될까? 일단 후보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옥, 한글, 한식, 한복, 한지가 있을 것이다. 한복, 한지는 아직 일부에 그치고 있고 한글, 한옥은 더 인기가 있긴하지만 한류 3.0이 되기에는 아직 힘이 부친다. 그런데 한국인이 먹는 음식은 최근 들어 외국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1년 8월 CNN Hongkong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 대상으로 서울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를 조사하여 ‘서울이 최고인 이유 50가지’를 발표했다. 그 중에 음식 관련된 것들이 가장 많았다. 1위 갈비를 비롯하여, 김치, 비빔밥, 소주, 해장국, 산낙지도 있었고, 명동교자처럼 특정 음식점도 있었다. 어떤 외국인은 맥도날드 음식을 집으로 배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서울이 대단한 이유 50개 중에 무려 13개가 음식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한류 3.0은 K-food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맛갈난 음식을 외국인들이 모두 아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를 주로 방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전통 문화에 흠뻑 빠져 지방도시들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예를 들면, 몇 개월 전에 필자가 1박 2일 숙박을 했던 안동의 유명한 전통 문화 공간인 지례예술촌에는 외국 관광객들이 절반이나 차지했다.
그러면 한류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한류 3.0 K-food에 이어 한류 4.0은 우리나라 전통과 관련된 순수예술이 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문학, 미술, 공예, 공연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외국어로 번역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 신경숙의 소설도 여기에 포함되고 최근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독특한 예술영화도 여기에 속한다.
그러면 무엇이 한류 5.0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K-soul이라 본다. 한국의 정신을 말하는 것인데, 한국철학, 한국미학, 한국종교학이 이에 해당된다. 우리는 그 동안 서양을 따라하기에 열심이었다. 그들의 상품을 구입하고 그들이 먹는 음식을 먹었고 그들이 만든 예술을 읽고 보고 듣느라 바빴다. 또 서양 철학, 서양 미학, 기독교에 몰입했다. 하지만 이제 동아시아 시대가 개막되면서 외국인들의 관심이 동아시아, 특히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고 왜 이들이 이렇게 커졌는지, 그들의 정신세계, 의식구조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한류 5.0으로 K-soul이 마무리할 것이다.
- 안동의 파워
이러한 한류 3.0, 한류 4.0, 한류 5.0을 모두 아우르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안동이다.
보통 사람에게 안동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지 물어보면, 양반, 찜닭, 하회마을, 하회탈을 이야기 한다. 해외 국민들에게 물어 보면 어떻게 답변할까? 재외 국민들은 애국가보다 아리랑에 대한 인지도가 더 높고, 무궁화보다 하회탈에 대한 인지도가 더욱 높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안동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일정 거리에 병을 놓고 화살을 던지는 놀이인 투호 놀이도 안동의 전통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안동은 예부터 양반의 고장으로 불려 왔고, 현재 안동시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 자칭한다. 10세기 후삼국 시대에 이 지역의 호족은 후백제 견훤 대신 고려 왕건을 지지했기 때문에 왕건은 동쪽을 평안케 했다고 하여 안동(安東)이라는 명칭을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안동 이름은 역사가 천 년이나 된 천년고도다.
안동에는 풍산류씨, 의성김씨, 광산김씨, 진주이씨, 진주하씨 등 많은 종가가 자리잡고 있고, 서애 류성룡의 병산서원,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을 비롯하여 서원도 많다. 안동은 2010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을 방문했고,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퇴임 후에 안동을 방문한 바 있다. 병산서원 입구에는 조지 W. 부시 방문 기념으로 심은 식수가 팻말과 함께 있다. 특히 하회마을은 풍산류씨의 마을로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 돌면서 흐른다 하여 하회(河回)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회에는 풍산류씨의 종가인 양진당, 충효당이 유명하다.
그러면 안동 음식으로 무엇이 유명하냐고 물어보면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답할까? 헛제삿밥,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안동소주를 많이 이야기한다. 헛제삿밥은 경상도식 비빔밥이다. 밤늦게까지 글을 읽던 안동 유생들이 속이 출출해지면 하인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장난기 어린 거짓말을 하고 어묵, 탕국, 각종 나물로 제삿상을 차리게 했다. 그런데 제사는 지내지 않고 제삿밥만 나누어 먹는 것을 보고 하인들이 ‘헛제삿밥’이라고 말했다. 현재 헛제삿밥에는 나물, 녹두전, 간고등어, 명태찜, 두부부침이 놋그릇에 따뜻한 밥과 같이 나온다. 그리고 경북 북부지방에서는 간고등어를 사투리로 ‘간고디’라고 부른다.
- 왜 간고등어인가
1990년대 후반부터 웰빙 바람이 불면서 등푸른 생선이 몸에 좋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부터 고등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함에 따라 고등어에 대한 매출이 급속도로 증가했다. 등푸른 생선에는 불포화 지방산이 있는데, 이것은 동맥경화와 뇌졸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두뇌발달에 좋은 DNA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에게 이롭다.
또한, 고등어에 소금 간을 잘해서 보관하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어서 먹고 싶을 때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욱 진화된 기술인 진공포장법을 이용하여 냉동보관이 기능하게되고 더 장기간 저장할수 있게 되어 핵가족 중심인 현시대에 보다 알맞은 음식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 왜 안동간고등어인가
안동은 해안에서 다소 거리가 떨어진 내륙지방이기 때문에, 해안에서 잡은 고등어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단시간 내에 부패하는 고등어의 창자를 우선 잡자마자 제거한 뒤 소금으로 채우고, 안동까지 이동한 후 한번 더 소금 간을 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이렇게 하면 고등어 맛이 더 좋아진다.
본래 생선은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기 때문에, 두 번에 걸쳐 소금 간을 하게 되면 가장 맛있는 상태의 간고등어가 돼 전통의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안동에서 생산되는 간고등어의 맛이 더 좋다.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안동이라는 지역적 특성뿐만 아니라 대학과 안동시 당국의 협조도 기여한다. 안동과학대학과 안동정보대학이 포장용 비닐팩, 로고와 디자인을 개발해주었고, 안동시는 간고등어를 지역 특산품으로 지정하면서 마케팅을 지원해주었다. 이러한 산업체와 대학, 관공서의 노력 덕분에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히트상품인 안동 간고등어로 꽃피게 되었다.
- 왜 하회마을 종합식품인가
하회마을 종합식품은 50년 간잽이인 이동삼을 내세운 이동삼 간고등어에 비해서 후발주자로 간고등어 사업에 참가했으나, 현재 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하회마을 종합식품이 후발 주자임에도 점유율을 따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홈쇼핑 광고를 통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천일염을 사용해 간고등어의 맛을 살렸다. 또한, 두부제품의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을 취득함으로써 하회마을 종합식품만의 뛰어난 위생기술을 간고등어에도 도입했다. 이는 간고등어의 맛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상하지 않게 관리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높은 신뢰감을 형성하여 매출이 급상승했다.
하회마을 종합식품은 하회명가 브랜드로 효안동간고등어, 안동간고등어조림, 양진당 종부 두부, 김종흥의 안동참마를 출시하고 있고, 전통한식점 ‘두부와 고등어’도 오픈했다. 또 블랙푸드인 안동흑마, 콩마죽도 최근에 출시해 안동의 또다른 전통 식품인 마 식품을 널리 보급하고 있다.
- 현재 한국은 르네상스 4.0 시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류 붐은 우리나라 역사를 되돌아볼 때 르네상스 4.0에 해당된다. 르네상스 3.0은 정조 르네상스, 르네상스 2.0은 세종 르네상스, 그리고 고려 시대로 넘어가면 문종 르네상스가 있다. 문종 때에는 해동공자 최충을 중심으로 한 유교와 의천국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가 동시에 흥해서 문화부흥기를 맞이한 바 있다. 과거의 르네상스를 보면 300여 년에 걸쳐 30여 년 지속되었기 때문에 네 번째인 한국 르네상스는 2000년부터 시작해 2030년경에 마무리 되지 않을까? 하여튼 우리는 한국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크게 융성하고 있는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류 4.0인 K-art와 한류 5.0인 K-soul은 앞 단계인 한류 3.0 K-food에 비해 고급 문화 측면이 매우 강하기 때문데 이를 우리가 어떻게 소화해서 알릴 지가 핵심 포인트다. 대중 문화가 고급 문화로 확산되지 못하면 한류는 생각 밖으로 빨리 끝날 지도 모른다. 그래서 K-food와 연계하여 art와 soul을 소개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우리나라의 대표 전통 도시인 안동은 그런 융합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글 :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