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일요일 밤 10시 반 쯤에, 사당 지나치고 10시 49분에 범계역 지나친 오이도행 지하철 4호선에 타고 있던 임산부입니다.
남편을 KTX로 보내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한 할아버지가 제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조까튼 세상, 조까튼 같은 세상" 이러시더군요.
그래서 임산부여서 앉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임산부인 것을 증명해 보라고 하며 "ㅈㅗ ㅈ"이 들어가는 욕을 하더군요.
그래서 승무원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조까튼년, 개 같은년(이 두 욕은 너무 많이 들어서 분명이 기억합니다.), XXX, XXX"이라고 하더군요.
제 옆에 어떤 여성분이 앉아 계셨는데, 그 분이 자리를 비키려고 하자 왜 내리느냐며 팔로 막더군요.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거라는 어머니 말을 들었어야 하는 데,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사람으로서 그런 소리 듣는 다는 게 너무나도 속상하였습니다.
화가나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내가 왜 당신한테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라며 머라고 했죠.
그 할아버지가 저를 칠 기세로 일어나니까 옆에 있던 남자분께서 그 할아버지를 제지 했어요. 그리고 다른 남자분이 저를 다른 칸으로 보냈습니다. 제가 피신한 칸은 341505칸이었어요.
제가 피신하니 지하철 직원들이 와서 그 할아버지한테 말씀을 하시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저는 범계역에서 내렸습니다.
사진이랑 동영상으로 다 찍어 두었습니다.
경찰서에서 신고해서 왔는데, 제가 그 할아버지가 욕하는 동영상을 직접 녹화한 것이 아니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에는 욕하는 장면이 없기 때문에 소송을 걸거나 신고를 해도 그 할아버지가
발뺌하면 그만이고, 그 할아버지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신고하면 저만 복잡해지니 그냥 넘어가라는 말하고 가더군요.
저는 그 할아버지가 처벌 받는 것 보다는
저 처럼 임산부들, 특히 임신 초기의 임산부들이 이런 대우를 받지 않았으면 해서 그래요.
배도 안나왔으면서 머가 힘들다고 노인한테 자리를 비켜주지 멀 그러냐 이런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임신한지 4~5개월이 지나서 배가 나왔을 때보다 임신 초기에 유산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10~15%정도나 된다는 군요. 열 명중 한 명이 넘게 유산을 하는 거죠.
4~5개월이 지나서 배가 나오기 시작하면 유산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어요.
하지만 저는 딱 3개월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할아버지는 그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저에게 욕을 퍼부을만큼 정정하셨죠.
지금까지 한 번도 아이가져 볼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아이를 갖는 거 보다 직장생활이나 여행을 다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 하루에 두 잔 이상씩 마시던 커피도 끊어버리고 매일 먹던 라면도 끊어버리고
평소와는 너무 달라진 저를 보면서 일을 하면서 힘들지만 꼭 아이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하지만, 출산 후 다시 경력을 갖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어떻게든 경력 1년을 채워보려고 버티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스트레스지만, 다른 사람들과 있다보니 영양 보충도 제대로 하기 힘들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유산을 걱정하고,
혹시나 마른 몸 때문에 아이에게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지는 않은가(저는 원래 저 체중이지만 임신하고 쪄야 될 살도 찌지 않고 있어요.),
저혈압 때문인지 머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피곤하거나 장시간 무언가 먹지 않으면 심하게 오는 빈혈 때문에 잘못되면 어떻하나,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쉬려고 합니다.
그리고 임신 초기에는 엄청 피곤해요. 4~5개월 정도가 되면 다시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는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남편을 만나고 밤에 보내요.
많이 피곤하죠. 그래서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앉고 쉬려고 하고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은 안하려고 합니다.
노인들은 몸이 힘들겠지만, 저처럼 직장 스트레스 받고 건강 때문에 걱정하는 임산부들은
자기 몸 보다 아이가 잘못될까바 걱정해요.
임신하니까,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물론 임신 초기는 티가 안나지만 사람이 양심이 있는데 임신도 안했으면서 노약자석에 앉아있겠습니까?
배도 안나온 임산부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다고 개같은년, 조까튼년이라며 막말하시는 할아버지들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