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 결혼 예정이었다가 얼마 전에 헤어진 혼기 꽉찬 여자입니다.
이제 와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글쎄요.. 그냥 익명으로 속 좀 풀어볼까해서 입니다 ^^;;;;
비밀 연애를 4년 정도 했죠. 그래서 사실 이 일들을 털어놓을 곳도 없네요.
처음엔 동료로 만나 몇년간 친한 친구로 지냈어요
그러던 어느날 연인이 됐어요. 남들처럼 둘이서 밥먹고 둘이서 술먹고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애정이 생기더군요.
시작도 갑자기더니 폭탄선언도 갑자기 하더군요.
사귀던 여자가 있다. 심지어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다. 심지어 같은 직장 동료(저도 나름 친한)다.
3연타를 날려주시더군요.
정말 그를 좋아했고 객관적으로 생각할만한 여유도 없던 저는 당장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만 했고
다음날 바로 그는 헤어지자는 통보를 했습니다.
그 후, 그녀의 매달림이 시작되었죠..
한.. 3개월 후?? 둘이서 연락을 주고 받는 것을 알게 되어 다툼이 잦아졌어요.
그는 이런것까지 허락 받고 해야되냐며 아무것도 아닌 사인데 왜이리 민감하냐고 적반하장식으로 나왔고
결국 헤어지자고 통보하더군요.
저에게는 뭔가 거창하고 있어 보이는 듯한 변명을 해댔지만 다시 그녀와 사귄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멍청하고 멍청하고 멍청했던 저는 계속 붙잡았죠.. 아.. 왜그랬을까요.. ㅠㅠ
그렇게 그는 그녀와 저 사이를 세번 정도 왔다갔다합니다. 대단하죠 ㅋㅋㅋㅋ
그렇게 여러번의 이별을 겪고 마음이 정말 피폐해지더군요. 저도 그녀도..
자존감이 제로가 되어버렸어요.
거식증에 우울증에 매일매일 알콜알콜알콜.. 그것도 혼자..
그러다가 생각하지 말아야할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디선가 봤는데 자살자들은 행위 이전에 햄릿이 된다고 하더군요.
세상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된다구요.
그 당시의 저는 햄릿이 되었습니다. 온통 죽음밖에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정말 멍청하고 멍청하고 또 멍청한 일이었지만 그땐 그랬네요.
결국 시도까지 했다가 살아난 저는 더이상 이런 미친짓은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어요.
믿을만한 주변사람에게 도움도 요청하면서 서서히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다시 다가왔고 아직 완전히 잊지 못한 저는 다시 멍.청.하.게.도 받아줍니다.
악!!!! 글로 나열하니까 정말 상멍청이가 따로 없네요.
그렇게 그후로 만나면서 잦은 다툼, 잦은 헤어짐의 연속이었어요.
짐작하시다시피 믿음이 있을리가 없고 그로 인해 의심하고 그로 인해 화를 내고.. 반복반복반복이죠..
물론 그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자문제 일으키지 않으려고도 노력하고 믿음 주려고도 노력하고..
하지만 전 상처받은 만큼의 보상심리가 이미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고 의심도 지워지지 않았죠.
애초에 될리가 없었죠.
그 후에도 정말 많고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헤어지자고 한 적도, 그가 헤어지자고 한 적도..
울면서 전화해서는 니가 왜 죽고 싶어했는지 알겠다.. 나도 지금 죽고 싶다.. 정말 잘하겠다..
싸우고 난 후 친구한테 소개팅해달라고 했다가 걸리고..
아무튼 수도 없는 막장 스토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비밀연애라 어디 털어놓지도 못하고 그냥 삭히고만 있었죠.
남자는 '이게 무슨 여자 문제냐. 너는 너무 과민반응이다. 이제 그만 나를 믿어줘야 되는거 아니냐'
저는 '내가 무슨 지경까지 갔는지 알지 않느냐. 믿음이라는 게 내가 결심한다고 생기냐. 당신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모두 그때와 비슷한 여자 문제다'
반복 반복 반복..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결혼이 다가오자 머릿속에는 점점 더 이런 생각들이 차올랐죠.
'이 남자와 결혼하면 내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중 사소한 다툼이 있었고 제가 헤어짐을 통보했습니다.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그냥 아니라고 했습니다.
힘들었어요. 정말 많이 사랑했고 서로 알고 지낸 기간도 길고 정도 많이 들었고..
서로 준 상처도 많지만 서로 의지도 많이 했으니까요.
잊자 잊자하면서도 마음대로 안되는 저에게 실망도 하고 동정도 하면서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한달도 안돼 여자친구가 생긴 그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와 연애하는 동안 전 여자친구와의 일에 대해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나와 결혼을 얘기하면서 어떻게 그 말들을 하고 다닌건지..)
생각나면 너무나 괴로워서 스스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던 사건들이 되살아나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의 과거, 나에게 들켰던 수많은 예전의 흔적들(심지어 동영상까지..)
다 생각나 버렸어요. 치료받으면서 억지로 억지로 겨우겨우 지웠던 모든 것들이..
지금 와선 사랑했었다는 말도 다 거짓이었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그러자 그냥 허무해졌어요. 그런 사랑을 했다는 자체가..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죠?
순간 비극에서 희극으로 장르가 바뀌었습니다.
헤어지고 그에게 너무 미안하고 상처준것만 생각나고 내가 잘못한 것 같았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준 상처의 백만배정도 떠안겨 준 그에게 내가 왜 그래야 할까요.
이제 그만하렵니다.
어차피 사랑의 감정은 페이드아웃되어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남아있는 모든 감정(미움, 아픔, 미안함, 기타 등등)들도 다 접을랍니다.
행복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