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니 문득 아빠가 보고 싶다
어렸을 땐 아빠가 참 미울 때도 많았는데
지금 보니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외롭고 연약한 사람인 것 같다.
세월이 갈수록 늙어가는 아빠를 보면서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이 시점에,
나의 눈길을 끌고 있는 세 영화를 소개한다.
<걸어도 걸어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제작하고
고레이다 히로카즈와 <러브레터>의 이와이 슌지 밑에서 조연출로 일했던 스나다 마미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의 마지막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엔딩 노트>

포스터에 적혀 있는 카피 문구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긴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 동안 소홀했던..
자신보다 가족을 챙기느라 바빠서 소홀했던..
지난 시간..
하지만 그 시간만큼 아빠는 많이 늙었고 아프다.

영화의 주인공은 40년간 화학회사 샐러리맨으로 일한 69세 스나다 도모아카
임원까지 지내며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끝내고 67세에 은퇴해 이제야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즐겨보려고 했는데 위암 4기 진단이 찾아온다.
스나다는 죽을 준비에 들어가고, 딸은 그 과정을 조용히 카메라에 담는다.
평생 아내에게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남편,
자식들에게 너희들이 있어 행복한다는 말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절로 눈물이 나는
영화 <엔딩 노트>, 겨울을 맞이하기 전 나의 버킷리스트 영화이다.
나의 또 하나의 버킷리스트였던 영화는 바로
어제 개봉한 후 바로 본 영화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이다.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모두 몇 번의 삶의 전환점을 거쳤을까?
우리는 그 전환점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37년 전 화산폭발로 천직을 잃고 고향을 떠난 한 남자.
화산폭발은 그의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시점에서 천직을 잃은 그는
그럴수록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는 아버지니까.
아버지라는 이름 안에는 정말 수많은 책임과 인내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은퇴식까지 마친 그의 가슴에는 지난 세월의 무상함과 남은 삶에 대한 공허함이 찾아온다.
그의 모습은 마치 우리 아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그는 부인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동안 무심하게 대했던 모습을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그의 인생에 두 번째 전환점이 찾아오게 되는 것!
하지만, 그 결심도 잠시...아내가 쓰러지면서,
화산 폭발만큼이나 더 큰 아픔이 그의 인생에 찾아오게 되는데!
아내가 쓰러진 후 더욱 고독해하고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은 참 슬프다
누구나 보게 되면,
자연스레 지금 자신의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영화이다. 특히 아빠 T_T
아이슬란드의 천재 신예 감독이 만든 영화답게 연출력 또한 뛰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볼케이노: 삶의 전환점에 선 남자>.. 올 가을 나의 추천작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2011년 겨울,
노년의 삶과 사랑을 다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기존 노인 영화들과는 다르게 전형적인 노인의 관점으로 서술하지 않고
좀 더 보편적인 시각으로 그려내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저런 삶과 사랑을 할 수 있구나,
인간의 삶에 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영화!
성격이 급하고 동네 무서운 할아버지로 자자한 김만석 할아버지
이름이 없고 기구한 팔자를 지닌 송이뿐 할머니
치매 아내를 간병하고 사랑하는 장군봉 할아버지
치매를 앓고 있는 그의 부인,
이 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은
젊은 나에게 좀 더 열심히 삶을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에너지와 함께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자, 먼저 나만큼의 삶을 살고 있고, 걷고 있는
우리 부모님의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 영화였다

(이 사진은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찡하다 T_T)
유난히 추운 올 겨울에는
아빠에게 좀 더 많이 고백하며 지내야겠다
그대를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