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 중에 파혼한 친구가 있습니다.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씁니다.
이 친구의 연애 과정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남자/친구로 얘기하겠습니다)
몇년간 친구로 지내던 남자와 친구는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남자의 대쉬로 연인 사이가 됩니다.
친구는 원래 그 남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꿈같은 연애를 시작합니다.
친구의 감정이 깊어져 큰 사랑이 되었을 무렵, 남자가 고백을 합니다.
친구의 지인과 사귀었으며 심지어 아직 헤어지지도 않았지만 바로 헤어지겠다고요.
이 남자와 헤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친구는 이미 그러기에 너무 커져버린 자기의 감정으로 인해 '그렇다면 헤어지라고'만 하고 용서해버립니다.
그러나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남자가 그 지인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음을 안 친구는 화를 내보았지만 남자는 '이런 것도 네 허락을 구해야 하느냐'며 도리어 화를 냅니다.
남자는 얼마 후에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 그 지인과 다시 연인이 됩니다.
그러면서도 친구와 적당한 선의 관계는 유지한채 남자는 두 여자 사이를 왔다갔다합니다.
헤어지고 이여자에게, 또다시 헤어지고 저여자에게 몇번을 갈팡질팡합니다.
두 여자에게 교묘한 행동으로 달콤한 말로 속이면서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양 그랬더군요.
제가 친구의 이상을 눈치챈 건 이 무렵이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살이 급격하게 빠지더니 얼굴색이 너무 안좋아지더군요.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답도 없고 매일같이 안주도 없이 술만 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화가 와서는 병원에 같이 가달라고 하더군요.
...자살을 시도했다고요...
살아나고보니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데 죽음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으니 점점 더 미쳐가는 것 같고 자기 자신이 무섭다고..
더 늦기 전에 병원에 가봐야겠는데 혼자 가기는 너무 무섭고 내 상황을 아는 사람은 너뿐이니 함께 가줬으면 한다고..
그렇게 제 친구는 제 발로 정신과에 찾아갔고 그 당시 저의 심정은 그 남자를 죽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병원에서 각종 테스트와 검사, 상담을 받은 결과 친구는 거식증을 동반한 아주 심각한 정도의 우울증에 걸려 있었으며 특히 자살에 관련된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 의사에게 '왜이렇게 힘들게 사시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상당한 양의 약을 처방받았고 차후 한달간은 매주 진료 받고 1년 정도는 치료 기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똑똑하고 밝고 어디 가서 기죽지 않는 인생을 살아온 친구였는데.....
그렇게 병원을 다녀온 후, 친구는 나아보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도 감시 아닌 감시를 하며 계속 지켜보았고 옆에서 위로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에 안심을 하던 찰나, 그 남자와 재회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남자는 안된다고 말려보았지만 변한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하더군요. 얘길 들어보면 정말 잘하겠다고 많이 매달린 것 같습니다.
절대 안된다고 뜯어말리고 싶었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것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다가 재회 후에 우울감이 급격히 낮아진 친구의 모습을 보며 그냥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둘은 다시 연애를 했고 남자를 믿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친구와 과거일에 집착한다고 생각하는 남자 사이에 잦은 싸움, 잦은 이별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힘들다고 이별을 말했다가 붙잡은 적도 있었고 견디다 못해 친구가 이별을 말하자 '네가 왜 죽으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자기도 지금 온통 죽고 싶은 생각뿐이다'라며 남자가 연락을 해 다시 재회한 적도 있었고.. 아무튼 정말 질긴 인연이었습니다.
어쨌든 연애 끝에 둘은 결혼을 하기로 했고 준비도 착착 진행중이었는데..
사건이 터졌습니다...
지속적으로 자잘하게(문제 삼지 못할 정도로) 여자 문제를 터뜨리는데다가 약간의 의심발언이라도 꺼내면 도리어 화를 내는 남자를 보던 친구가 '이 결혼 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하던 무렵..
친구의 또다른 지인과 길게 통화한 내역(몇 시간 그것도 새벽에)을 보게 되었고 '둘이 좀 이상하더라'라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통화 내역과 소문만으로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지 확신할 수는 없으나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결혼은 안된다라는 생각을 굳혀 결국 친구는 파혼을 통보했습니다.
남자는 '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지만 그건 아니다. 다시한번 잘 생각해봐라'라며 잡았지만 친구는 딱잘라 아니라고 말했고 저에게 '50년을 의심하며 살고 싶지 않다'라더군요.
질기고 질긴 인연이 끝났다는 생각에 저는 잘했다며 오히려 축하해 줬습니다.
그러나 친구는 점점 예전 우울증을 겪었을 때와 비슷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전처럼 밥을 못먹는다던가 술을 마신다거나 하는건 아닌데 삶에 대한 회의감과 허무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 남자와 다시 시작하고 싶냐고 물으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합니다. 그저 사람을 믿는다는게 많이 무섭다고.. 사람이라는 존재를 참 좋아했는데 의심부터 하게 되는 본인이 싫다고 말하더군요.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참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는데 본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상처를 남겼고 자신 또한 그 남자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준 것 같다고 하네요. 더 이상 사람에게 상처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싫다구요.
남자는 친구와 헤어진지 얼마 안되어 보란듯이 다른 여자 만나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좁은 동네라 얘기가 돌고 돌아 한번 들어봤더니 친구와 만났을 때와 똑같은 방법, 똑같은 대사로 꼬셨더군요. 참...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친구에게도 좋다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 남자와는 달리 착하고 성실한 사람입니다. 친구가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면 정말 잘할 것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사람 믿는 것도 무섭고 상처줄 것 같다며 이 친구는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있네요.
그 인간은 잘 살고 있는데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허망해하다 못해 심지어 그 인간에게 가끔 미안해 하는 친구를 보면 제 속에서 열불이 나다 못해 천불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 인간이 자기에게 준 상처의 만분의 일도 안되는데!!!!
그래서 2013년을 맞이하여 정초에 친구와 유럽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조르고 졸라 무조건 가자고 2주 휴가 내라고 달달 볶아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가정 문제, 진로 문제 등으로 힘들고 어려울 때 많이 도와주고 쓴말, 단말로 위로가 되주었던 친구라 저도 그렇게 해주고 싶습니다.
비교적 자세하게 그간의 일들을 쓴건 제가 뭘 해야 그 친구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해서입니다. 제가 반장난식으로 '우리 여행가기 전까지는 죽으면 안돼'라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친구는 '안그럴테니까 걱정마'라고 웃지만 그만큼 저는 심각하고 걱정이 됩니다.
나쁜 생각, 슬픈 과거, 우울한 마음 모두 남의 나라에 내던지고 올 수 있게 단말도 좋고 쓴말도 좋습니다.
행동도 좋습니다. 좋은 방법 있으면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