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인플루엔자 → 멕시코 플루 → 신종 플루
독감과 감기는 다르다. ‘더 심한 감기’라는 뜻의 독감은 의학적으로 볼 때 혼란을 부추기는 용어다. 영어로 감기는 ‘콜드’(Cold), 독감은 ‘인플루엔자’(Influenza)다. 서로 다른 질병이다. 인플루엔자라는 이름은 1743년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병에서 비롯했다. 당시의 유행병을 이탈리아 사람들은 ‘인플루엔자 디 프레도’(Influenza di freddo)라고 불렀다. ‘추위의 영향’이라는 뜻이다.
이번 유행병을 흔히 ‘신종 플루’라 부른다. 새롭게 등장했다는 뜻인데, 역시 정확하지 않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수시로 교잡과 변이를 거쳐 늘 ‘새롭게’ 등장한다. 해마다 찾아오는 계절독감도 따지고 보면 모두 신종 플루다. 심지어 같은 해에 서로 다른 종류의 신종 플루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학자들은 바이러스 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분석해 이름을 붙인다. 먼저 A·B·C형 바이러스를 구분한다. A형은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 B형은 국지적으로만 유행한다. C형은 감기 증상과 비슷한 정도의 병증만 나타난다. 바이러스의 기원과 발견된 연도도 표기한다. 그다음 바이러스의 증식에 관계하는 두 단백질(HA와 NA)의 종류에 따라 ‘혈청형’을 적는다. HA는 16종, NA는 9종이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A와 NA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144종류(16×9)의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있다. 1968년 홍콩 독감은 H3N2, 1997년 조류독감은 H5N1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유행병을 ‘2009 돼지(Swine) 인플루엔자 A(H1N1)’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다르다. 이름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번 유행병을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불렀다. 지난 10년간 떠돌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축산업계와 농무부 등이 명칭 변경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도 혼란을 겪었다. 보건복지부는 애초 ‘돼지 인플루엔자’라 명명했지만, 농식품부는 ‘멕시코 플루’라고 명칭을 바꿨다. 결국 세계보건기구는 원래 명칭인 ‘돼지 인플루엔자’를 ‘인플루엔자 A(H1N1)’로 바꿨다. ‘돼지’만 뺀 것이다. 그 직후 한국 정부는 ‘신종 플루’로 명칭을 통일했다.
이번 신종 플루가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비롯했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이미 입증됐다. 다만 미국 또는 멕시코의 돼지가 아닌 한국의 돼지에서 이번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은 없다. 만에 하나 독감에 걸린 돼지라 할지라도 익혀 먹으면 괜찮다. 돼지고기를 꺼릴 이유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경제의 논리와 공중 보건의 논리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공중 보건의 논리로 보자면, 희박한 감염 위험성만 있어도 가축을 살처분해야 한다. 1997년 조류독감 때 홍콩의 닭·오리가 그래서 죽었다. 경제의 논리에서 그런 일은 축산기업과 축산농을 죽이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의 돼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누군가는 이 딜레마에 답해야 한다.
이번 신종 플루의 최초 발병지는 아메리카 대륙이다. 1998년 이후 미국에서는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에 감염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다 지난 4월에는 멕시코 베라크루스주 라글로리아 지역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 지역에는 세계 최대의 다국적 양돈기업인 스미스필드가 운영하는 대규모 돼지 축사가 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이번 신종 플루의 진원지는 미국의 돼지농장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바이러스가 미국 대륙을 떠돌다 올해 들어 ‘대규모 전염성’을 갖추는 쪽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미국·멕시코의 양돈농장에 대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 돼지농장이 발원지인지는 확정할 수 없다. 이번 신종 플루와 돼지의 연관관계는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 분석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신종 플루 바이러스에는 과거 돼지 인플루엔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유전자들이 뒤섞여 있었다. 교잡에 의해 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돼지는 억울하다. 호흡기 인플루엔자는 개·말·원숭이에게도 있다. 다만 돼지는 ‘극단적으로’ 좁은 곳에 떼로 모여 인간 곁에 산다. 인간의 산업문명이 기업형 축산 방식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세계적으로 돼지의 기업형 축산이 크게 발달했다. 미국에는 한 번에 3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곳도 있다. 공장형 양돈농장에서 돼지의 평균 수명은 5~6개월이다. 어미 돼지는 6~7차례 출산 뒤 번식 능력이 퇴화하는 3~4년 동안 살아남는다. 그 이상 기르는 것은 경제적 낭비로 간주된다. 밀집 사육 때문에 돼지는 엎드렸다 일어나 앉는 정도의 ‘운동’만 할 수 있다. 질병 예방을 위해 돼지는 다량의 항생제를 먹는다. 돼지 몸에서 지내는 바이러스도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얻는다. 그러나 신종 바이러스는 계속 나타나 돼지의 면역력을 비웃는다. 양돈기업 스미스필드의 경우, 그렇게 길러진 돼지 2700만 마리를 매년 도축해 세계 시장에 내다팔고 있다.
타미플루의 판매권은 스위스 로슈사에 있지만, 특허권은 미국 바이오기업인 길리어드사의 것이다. 1996년 개발됐다.타미플루의 특허권은 2016년 까지이다. 그 원료는 중국의 팔각회향 나무다. 여기서 원료물질인 ‘인산 오셀타미비르’를 추출해 약을 만든다.
바이러스는 HA와 NA 등 두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에 침투하고 증식하는데, 타미플루는 이 단백질에 작용한다. 더 이상의 증식을 막는 것이다. 저마다 종류는 달라도 HA와 NA 단백질이 없는 바이러스는 없다. 그래서 타미플루는 사스·조류 인플루엔자를 포함해 모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 다만 바이러스가 대량 증식한 뒤에는 소용이 없다.
2005년에 이미 10억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한 타미플루는 이번 신종 플루 사태로 더 많이 팔리게 됐다. 그런데 미국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맡았던 도널드 럼즈펠드가 길리어드사의 최대 주주다. 그는 1988년부터 길리어드 이사였고, 1997년에는 최고경영자가 됐다. 지금까지도 최대 주주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그가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2005년, 미 국방부는 5800만달러어치의 타미플루를 사들여 전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게 배포했다. 이런 사정을 아는 일부 외국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를 “다국적기업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 : 세계의음모론 어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