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 수록 참 짝을 찾기가 힘들어 지네요. 사람이 간사해 지기도 하구요.
그래도 취업을 하기전 학생 때, 그러니깐 20대때는 이성을 만날 때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좋고 그 사람이 절 좋아하면 끝.
뭐 사지 멀정하고 키가 크지는 않아도 평균키 이상은 되고 성격도 적극적. 적당히 첨 보는 사람들 앞에서는 이미지 관리도 할 줄 아는 성격이라 늘 여자 친구가 있었고 이성 친구도 많았죠. 적어도 한국에서는요...
네 저는 지금 한국에 없고 미국에 있습니다. 계획에도 없던 유학을 어찌어찌 왔고 결혼 얘기가 오가던 여자친구가 절 떠나면서 미국온지 얼마 안 되서 사실 이별 통보 받았습니다. 제가 꼭 졸업하면 호강시켜주겠다고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랬는데 그 친구는 절 못 기다리고 그 사이 다른 남자를... 친구를 통해서 들었죠. 하긴 외모가 남달라 늘 인기는 많았는데 그래도 3년을 넘게 사귄 친구라 믿었었는데 암튼...
그리고는 공부한다고 여자는 좀 멀리했습니다. 집도 넉넉치 못했는데 기회만 보고 온 터라, 학교도 소위 탑 스쿨이 아닌터라 미래의 생존을 위해 공부했죠. 그 동안 그 흔한 솜띵도 있고, 알수 없는게 여자 마음이라는걸 알기에 저한테 마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밥먹자 영화보자 수시로 하는 여자 후배(?)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 졸업과 동시에 미국에서 취업이 되었습니다. 포지션이 흔히 요즘 미국에서 의사 안 부럽다는 (실제로는 잘 나가는 의사보다는 좀 못 벌지만... 그 정도로 대우가 좋다는 말) 소프트웨어 개발자입니다. 30 살에 무경력 신입 초봉으로 9 천만원 (완전 베이스 연봉만) 을 받으니 적은 건 아니지요. 거기에 그 흔한 개발 알바까지 한다면 뭐... 매일 8시간 딱 일하니깐요.
문제는 이렇게 지내다보니 제 주위 것들이 조금씩 업그레이드가 되더군요. 집 (미국은 기본이 한국에서 말하는 월세입니다. 전세같은 것 없구요), 차, 옷, 어울리는 사람들 모두가요. 그래서 당연히 이제 2년 넘게 없던 여자친구도 제대로 만나서 결혼도 하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왠걸요... 전 제가 그렇게 변할 줄 몰랐는데 제가 그토록 싫어하던 조건 따지는 남자가 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20대때는 첨보고 호감있으면 대화 좀 하고 데이트 하다가 맘에 들면 뒤도 안 보고 대쉬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게 다가 아니더군요. 괜찮은 아가씨를 2명 정도 만났었는데, 성격도 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한명은 또 호탕하기도 하고. 4~5 년 전만 해도 이 정도면 진짜 폭풍 대쉬 했을 것 같은 여자들인데 저 혼자 딱히 설명할 순 없지만 뭔가 계속 재고 있네요. 그러다 보니 한번 만나면 그 다음부터는 연락을 잘 안합니다. 카톡이 와도 평일은 만나기 힘들다, 주말은 약속있다 이러면서 애써 만나는게 귀찮아지고. 그러다보니 이곳으로 옮긴지 6개월째 아는 여자만 수두룩하고 진짜 보고싶고, 새벽에라도 달려가서 만나고 싶고, 설사 된장녀라 하더라도 원하는 건 다 해주고 싶은 그런 여자는 만나기가 힘드네요. 정말 그런 사람 혐오하고, 아직도 모임 나가거나 여자 만날때 제 차 보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될까봐 일부러 멀리 대놓고 오고 그러는 성격인데 진짜 맘에 드는 여자 나타나면 제 자랑 하고 싶은거 다 하면서라도 마음을 훔치고 싶은 생각도 간절히 들구요. 물론 제대로 된 여자분이라면 그런거 재수 없어하고 비호감으로 생각하는 거 저도 알지만, 그 정도로 간절하다는 거겠네요. 제가 간사해진 것이기도 하구요...
좀있으면 25일 크리스마습니다. 고등학교때 사귄 그 애가 그리운 건 아니지만, 그 풋풋했던 사랑이 갑자기 아련하게 저려오네요. 가난했지만 남들 몰래 놀러도 다니고, 2~3천원으로 둘이서 뭘할까. 부모님께 받은 만원으로 여자친구에게 으시대며 먹고 싶은거 다 사준다던 그때... 아련합니다. 30대... 그런 나이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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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이 글이 이렇게 많은 공감을 얻을 줄은 몰랐네요 .. 그냥 한탄글이라 끽해야 열댓명 정도의 댓글이 달릴 줄 알았는데..의외네요. 저와 같은 분들이 많다는 거에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말하는 조건은 흔히 결혼회사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 거창한 성공도 아니고 이제 막 안정적인 잡을 잡았고, 학벌도 별로고, 집안도 내세울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가족이고, 그렇다고 유명인사들을 많이 아는 것도 아닌데 어찌 그런 조건을 따지겠나요.ㅡㅡ;; 소소한 겁니다. 예를 들면 다 좋은데 너무 어리진 않나? 다 좋은데 대화 주제가 내가 너무 관심가지기 힘든 거지 않나, 다 좋은데 옷이라든가 가방을 보니 너무 사치스럽지 않나? 뭐 이런거죠. 집안, 학벌, 돈, 명예를 따지다니요. 그러다 뺨맞게... 정작 문제는 사람 만나면서 왜 제가 이런 것들을 머리 속에서 굴리고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는게 문제네요. 암튼...
사실 그저께 오랜만에 대학 앞에 스타벅스에서 60분동안 친구 기다리는 중에 참.. 어린 한국 커플들이 엄청 많이 들락날락 하더라구요. 추리닝 바람에 커피 한잔과 함께 서로 손잡아 주고 재잘재잘거리는 그 모습들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요. 물론 저도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모습들에 예전 생각도 나고 그런 사랑 해본지도 오래됐다면 오래 되기도 했고 해서 쓸쓸함 + 적적함에 생각나는 것들을 줄줄이 남겨 본겁니다. 간혹 이 글을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