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도 흉흉하고, 세상 참 흉흉해서 무섭다 무섭다, 세상살기 힘들다 하지만, 아직 세상은 훈훈하다고 전하고 싶어서, 칭찬 받고 싶어서 예전에 제가 겪은 일을 적어봅니다.
저는 경기도 광주 사는 29세, 흔남 수준이 아니라, 흔남보다 더 흔한, 몬난 남자입니다.
이 일은 1년전에 제가 직접 겪은, 아니 제가 직접 행한 일입니다. ㅎㅎ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칭찬 받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적어봅니다.
지금은 광주에 살지만, 그 당시에는 전 성남에 살았고, 서울 소재 대학교 석사과정중이었습니다.
그 날도(8월 쯤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날씨가 꽤 더웠어요.) 석사 연구 때문에 2시에 학교에서 나왔고, 택시타고 집에 들어왔어요.
전 날 출근을 좀 일찍 해서, 잠 한숨 못자고 그랬더니.. 왜 그런 상태 있잖아요.
온몸은 정말 피곤한데 정신이 또렷해지는 그런거.
제가 집에 도착하니까 그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집앞 편의점으로 갔어요.
가서 맥주 한 캔 사들고 집으로 가려는 차에, 누가 절 부르더군요.
'저기요...'
목소리 만으론 청소년 같았습니다. 변성기도 안온 미성이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돌아보니까 생긴것도 앳된.. 한 14~16살쯤 되보이는 아이가 목발을 짚고 걸어오면서 저에게 우물쭈물 다가오더군요.
솔직히, 피곤하고 짜증나는데 왜 불러세우냐. 란 생각? 했습니다.
뭐야 대체, 아 걍 쌩까고 집에 들어갈까.. 란 생각? 했습니다.
예, 했어요.
근데 그 아이가 너무 절실한 표정이어서, 이야기나 들어보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슨일이냐고 묻자, 자기가 어디사는 사람인데, 아버지가 술만마시면 때려서, 도망쳐나왔다더군요. 월요일 밤 11시경에. 그리고나서 지금까지 못들어갔답니다. 왜 못들어갔냐니까, 한 번 들어가려는데 아버지가 때려서 다시 도망쳐 나왔다더군요. 언제 들어갈꺼냐니까 아침에 경찰서랑 병원에서 와서 아버지 데리고 가기로 했답니다. 자세한건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알콜중독 비슷한 것 같더군요.
어쨌든, 그러면서 24시간 넘게 아무것도 못먹었다고, 배가 너무 고프다고.. 만 말하더군요. 차마 뭐 사달란 말까진 못한 듯 합니다.
여기서 또, 솔직히, 아 또 ㅅㅂ 이빨깐다. 란 생각? 했습니다.
아 요즘엔 ㅅㅂ 구걸을 이런식으로 집안 팔아먹나. 란 생각? 했습니다.
그래서 걍 편의점에서 라면에 삼각김밥 하나 주고 말까.. 란 생각도 했었죠.
근데 참....
타이밍이 좋은건지.
그 생각 하는데, 그 아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정말 크게 나더군요. 가까이 가서 보니, 얼굴이랑 팔이랑 다리도 때가 꼬질꼬질 하고, 땀냄새도 심하게 나고..
정말, 하루 노숙하고 아무것도 못먹은 거 같더라구요.
24시간 넘게 아무것도 못먹고 밀가루 음식 먹으면 몸 상하겠다 싶어, 따라오라고 한 뒤에, 집 근처 해장국집에 데려갔습니다.
거기 주인 아주머니께, 혹시 카드깡 되냐고 (혹시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카드로 결제 한담에, 현금으로 받는걸 카드깡이라고 합니다.)물었더니 단호하게 안된답니다. 절대 안된답니다.
해달라고 사정을 해봤지만 절대 안된다더군요.
그래서 결국 그 아이 해장국값은 체크카드로 계산하고, 다시 집 앞 편의점까지 가서 2만원 인출 했습니다.(흑 수수료ㅠㅠ)
그리고 그 2만원, 해장국집에 가서 그 아이한테 쥐어주면서,
그 다리론 찜질방까지 걸어가는것도 힘들테니, 택시타고 가서, 찜질방에서 씻고 자고, 내일 아침 택시타고 집에 꼭 들어가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당시 저희 동네에서 찜질방까지 거리가 좀 멀거든요. 성인의 좀 빠른 걸음으로도 30분 정도 걸리는데, 다리 절면서 목발 짚는 아이에겐 좀 많이 먼 거리죠.
그렇게 하는데, 해장국집에 사람들이 다들 쳐다보더군요. 다만, 눈들이 다들 호기심과, 거기서 일하는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은 약간 짜증나는 듯한 눈빛을 보이더군요. 마치, '왠 거지새끼를 우리 가게에 데려왔어?' 같은 느낌?
여튼, 그런거 신경쓸꺼면 데려가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다른데가 문 연곳이 없어서 거기로 데려갔을 뿐입니다만..
여튼 그렇게 돈을 쥐어주고, 해장국 나오는거 까지 보고 나서 집으로 왔습니다.
물론, 그 아이가 절 속이려고 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아이가 말한 집안 사정은 거짓이고, 사실 부모가 싫어서 뛰쳐나와서 구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게 그리 모질지 못하더라구요.
그 아이에게 그 날 밥사먹이고 쥐어준 돈이 총 27,000원.
지금 직장생활 하는 저에겐 부담이 되는 금액은 아닙니다만, 당시에는 큰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걍 술 한번 사먹었다고 생각하면 또 그만인 금액이었습니다.
그래서 좋게 생각했습니다.
그 아이가, 훗날 커서, 그 때의 그 아이처럼, 자신에게 구걸하는 아이가 있다면, 근데 그 구걸하는거 마저 부끄러워 해서 차마 말을 다 잊지 못하는 그런 아이를 만난다면.
그 때 제가 그 아이에게 베푼것 이상으로, 그 아이 또한 다른 이들에게 베풀었으면 전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친구들도 그럴 수 있는거고, 저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다만,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걸, 그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고, 그 가게 사람들과 저, 그리고 그 아이밖에 모르는 그 때 그 일이지만, 그래도 여러분들께 칭찬 받고 싶어서 이렇게 끄적여 봤습니다.
그쵸? 아직은 세상이 살만한 세상인거 맞죠? ㅎㅎ
다들 좋은 밤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