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대 후반을 목전에 둔 직장인입니다.
2년차 이구요... 여성이에요... 하는 일은 기계 설계... 정확히는 장비 설계에요...
중소기업... 박봉에... 야근은 일상... 이런거야 뭐... 면접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여기가 첫 직장이나 마찬가지라서 비교대상이 없어서 그런지 근무환경에 큰 불만은 없지만... 업무내용이 요새들어 고민됩니다.
일단 가장 메인 업무는 말 그대로 설계... 이쪽 종사자분은 대충 무슨일 하는지 아시겠지만... 저는 거의 3d 툴로 설계합니다. 처음에야 선 한개도 무섭고 몰라서 못그렸지만... 뭐 2년차... 이제 선 한개는 벌벌떨면서도 그리긴 합니다.
어쨌든 고민은... 회사가 설계, 조립, 가공, 셋업 ... 모두 하고 있는 곳이에요.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지만요... 설계도 하고... 조립도 하고... 발주작업도 합니다.
그런데 주변을 아무리 획획 둘러봐도 제 또래 여자들이 없어요 ㅠ 다 남자... 어디 진로에 대해서 내가 잘 하고 있는지 고민이라도 나눌 친구가 있으면 좋은데...
문제라면 문제가... 상사랑 사장이 저를 너무 믿어줘서 탈입니다. 처음부터 제가 설계에 재능이 있다고 남자동기도 제치고 저를 밀어붙이던 직속 상사덕에;;; 처음에는 그저 어린 여직원으로만 보던 사장님도 제가 뭔가를 할줄 안다고 믿는게 더 큰일입니다. 솔직히 저는 설계 어려워요, 무서워요. 내가 치수하나 잘못 매겨서 조립, 셋업 고생하고 업체측 달려드는거 보면 심장이 터질것 같고 너무 미안해서 스트레스 받고 종종 밥도 못먹을 정도에요.
요새는 상사가 선택을 강요합니다. 자기는 남자 여자 떠나서 본격적으로 현장 데리고 다니면서 키워주고 싶은데... 그거 견딜수 있는지 선택하라고... 의욕 넘치던 남자동기는 본의아니게 겁많고 자꾸 빼는 저때문에;;;; 떨려나간 상태에요. 그것 때문에 더 부담스럽고 스트레스 받는 것도 있구요. 아... 상사는 남자분이구요... 저도 의아하기까지 합니다. 왜 하필 나일까... 제가 전혀 이성적으로 좋아서 상사가 그러는 것도 절대 아니에요. 하겠다는 놈은 안시키고 자꾸 저를 등떠미는 회사의 의도도 모르겠어요...
제가 너무 소심하고 겁이 많은 것인지.. 저는 아직도 제가 만든 장비나 도면을 감히 설계라고 지칭도 못해요. 사장님이나 상사가 미팅 끌고가서;;; 설계자라고 소개시킬때마다 떨려서 고개도 못들겠어요.
저는 아직 선택 안했는데... 상사가 이번에 현장붙을 기회가 생기니까 바로 집어넣어버렸어요. 그래서 이 새벽까지 잠도 안오고 고민이 되네요. 제가 회사에서 나이도 제일 어리다보니 현장분들도 경계하고 그러기보다는 오히려 챙겨주고 잘해주시긴 하지만... 현장에서 다들 제 노트북의 설계도만 집중하고 있고 제 도면만 기다리고 있으니 완전 패닉에 빠져서 편두통이 생겨서 약까지 먹을 정도에요.
솔직히 이제는 회사의 칭찬이 칭찬이 아니라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려요;; 소심해서 내색도 못하고... 다만 버티는 한가지 이유는 상사의 능력이 뛰어나거든요. 만약 제가 이일을 계속 한다면 이정도 실력자를 직속상사로 두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요... 지금 상황상 그분이 저랑 1:1로 1년 가까이 집중교육중이거든요;;; 이게 얼마나 운좋은 기회인지는 주위에서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어서 아무리 사회초년생인 저도 좋은 기회인건 알겠지만...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일해도 괜찮을까요? 걱정이 됩니다.
어느날... 스트레스로 죽을것 같다는 무서운 생각이 퍼뜩 들거든요... 원래 이 분야가 여자가 정말 적고 키워주는 일도 드물다던데... 이대로 여기서 20대를 다 보냈는데 이도 저도 아니게 될까봐 그것도 겁나구요...
전 정말 모르겠어요. 제가 소심한건지,,, 회사가 이상한건지... 그리고 상사의 선택강요에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도... 만약 그게 싫다면 회사에서 그냥 설계 서포트로 '여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데... 정말 혼란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