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들이랑 똑같은 과정을 지나 대학생이 된 스무살 여자입니다.
중, 고등학교를 무탈하게 졸업하고 여건이 안 되는 건 아니었지만 사교육 없이
지방 국립 사범대에 진학했습니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욕 한 번 하지 못하고, 무조건 조신하게, 지는 게 이기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자랐습니다.
전남친은 스물두살.
어린시절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손에 의해 길러졌습니다.
많이 힘든 시절을 보냈고,
또 중학교과정만 마친 채 열일곱살때 부터 자립해서
사회에 뛰어들어 돈을 벌었습니다.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났고,
힘들었던 과거를 들으며 나는 상처가 많은 사람이구나
그 상처 모두 감싸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의 적극인 대쉬에 사귀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그 사람이 첫 남자친구였구요.
주변에 내자랑을 많이 하고 다니던 남자친구가 변한 건
사귄지 세달도 채 안 되었을 무렵입니다.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지만 남자친구 밥을 차려주고자 갔던 남자친구의 자취방에서
사귄지 백일이 채 되지 않았던 날 제 인생 첫경험을 가졌고,
솔직히 후회는 없었습니다.
그 남자도 제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절대 변함없을 거라고, 너가 마음 떠나기 전까진 헤어질 일 없다고
다독여주던 그 사람에게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 변했습니다.
밤일하는 그 남자, 학교 다니는 나. 시간표가 서로 맞지 않아
일주일에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우리였습니다.
그런데, 그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날도 잠수를 타서
저 혼자 약속장소에 몇 시간을 버티다 들어가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 다음날에서야 연락이 와서는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아팠다.
그런 이유를 대곤 했습니다.
변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겉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다음엔 그러면 안된다. 하며 계속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들려오는 그 사람의 안 좋은 과거들.
너희둘이 사이 안좋아서 말하는 건데, 그냥 헤어지라며
그동안 비밀로 지켰는데 아무래도 말해야 겠다며 쏟아내는 지인들의 말.
차마 용서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과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나에게서 떠나가는 그 남자에게
그 과거를 캐물으며 따지면 완전히 나에게서 등을 돌릴까봐
저는 바보같이 그러지도 못하고 속으로 혼자 앓았습니다.
그 사람은 일주일가까이 연락이 안 되고 잠수를 탔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집 앞에 찾아가 무슨 일이냐고 걱정했다고 물어야
그제야 가끔 연락을 해주곤 했습니다.
첫경험을 가진 이후로 실외에서 데이트 같은 건 꿈도 못꿨고,
항상 침대에 저를 눕히고 싶어했습니다.
변한 남자의 마음
바뀔 수 있다, 내가 바꿀 수 있다 이렇게 위안을 하고 있는데
결국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받았네요.
더이상 잘 해줄 자신이 없다. 그러니 그만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동안 마음고생 시킨 것에 대해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목소리라도 들으며 헤어지고 싶었는데...
사귀는동안 언성 높이며 싸워본 적 단 한번 없었던 우리였습니다.
제가 원래 화를 못 내는 성격이었기에..
그 뒤로 그 사람이 저를 카톡 차단했고,
페북친구도 먼저 끊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헤어진지 삼주만에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그 여자친구는 저랑 사귀기 전에 한달 정도 짧게 만나다 헤어졌던 전여친입니다.
우리 둘 헤어진지 한달 째 되는 날인데,
매일 아침 이별한 첫째 날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매일 아침 울고
매일 밥도 못넘기고 그렇게 하루하루 보냅니다.
나에겐 그 사람이 첫남자였습니다. 모든게.
첫남자친구, 첫키스, 첫잠자리...
죽을 것 같이 힘들고, 헤어진지 한달도 안되어서 전여친한테 돌아간 것도 서럽고
제 몸 하나 제가 못 지킨 것 같아 자책감이 들고 죄스럽고
또 그 사람이 미웠다가도 돌아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들고
다시 돌아온다면 없던 일 셈 치고 다시 잘 해볼 생각도 있습니다.
정말정말 멍청하단 걸 알지만.
하지만, 이미 다른 사랑을 시작중이고,
그 여자는 나랑 달리 학교도 다니지 않고
그 사람처럼 밤낮이 바뀐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시간이나 연락 문제로 마찰 없이 잘 지낼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돌아오지 않을 걸 잘 아는 거죠...
어제 크리스마스, 용기 내서 그 사람에게
좋은 오빠동생 사이로 가끔 이렇게 연락이나 주고받으며 지내자는 메세지를 보냈는데
읽고 답장이 없네요.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 같습니다.
어떻게 잊나요 이런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