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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7 (끝)

둥이 |2012.12.29 01:12
조회 1,072 |추천 4

마지막이네요...

모두들 예쁜 사랑하시길 바랄게요^^

 

 

 

 

 

 

 

 

 

 

 군에서 복무중이던 친오빠가 첫휴가를 나왔습니다. 당사자에겐 4.5초처럼 느껴진다는 4박 5일짜리 휴가였는데 첫날은 집에서 지내고 이틀가량은 대학 동기들이 있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 폰 정지를 못 푸는 바람에 지방에 있는 일요일~월요일 동안 제 핸드폰을 빌려야 했습니다. 흔쾌히 빌려줄 수 없었던 건 역시나 오빠 때문이었습니다.

 

 [으엉...오빠가 일욜월욜 폰빌려달래..ㅜㅜ]
 [빌려줘야겠지? 또르르...☆]
 [빌려줘야지 착한동생이잖아 그럼 우리일욜월욜은 카톡참아야해?ㅜㅜ]

 

 이때 가족이랑 치맥을 먹는 중이었는데 오랜만에 들어간 술이라 그런지 저는 평소보다 더 빨리 취해 버렸습니다.

 

 [우리언제만날까]
 [아니...그니까...]
 [아...]
 [몰라...오빠보고싶어!!!!!]
 [우리 화요일에볼까?]
 [화욜도보고수욜도보고...매일매일보면안돼???]
 [돼]

 취한 저는 정말 여과없이 하고 싶던 말, 들끓었던 속마음을 모조리 쏟아 부었고 하나하나 받아주던 오빠가 갑자기 이러더군요.

 

 [나]
 [내일](일요일)
 [밤에 너네집앞에갈테니까 잠깐만 볼까?]

 

 다음날 친오빠는 제 폰을 갖고 집을 떠났습니다. 그날은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오빠와 알아간지 어느덧 3주.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하던 카톡과 받는 관심들이 사라지니 허무했고 저는 어서 오빠가 오겠다고 한 저녁 10시가 되길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저는 심심풀이겸 오빠에게 줄 편지를 한 장 썼습니다. 별 내용은 없었고 그냥 시답잖은 말들과 말장난이 담긴 편지였습니다.

 

 밤이 되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잠깐 얘기를 하러 만나기에는 오빠가 오고 가는 길이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아빠 폰으로 급하게 친오빠(가 가지고 있는 내 핸드폰)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ㅇㅇ오빠라고 저장된 번호 좀 보내줘. 10분정도 기다리자 친오빠에게서 답장이 왔고 저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약속시간은 30분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여보세요?"

 "오빠, 나 ㅇㅇ. 이거 아빠폰이야."

 "아...왜?"

 "비 너무 많이 오지 않아?"

 "그게 왜?"

 "아니..."

 "뭐야, 그냥 만나. 잠깐만 보는 거라니까?"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에 저는 기가 죽어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고 '아니 왜 걱정해줘도 난리야?' 한참을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 울먹거렸습니다. 그렇게 10시가 되고 저는 버스정류장으로 나가 오빠와 만났습니다. 오빠의 얼굴엔 짜증은 커녕 웃음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우리집으로 돌아가는 5분동안 오빠와 또 친근한 대화를 해나갔고 집 근처에 닿자마자 오빠가 갑자기 옆구리에 끼고 있던 큼지막한 쇼핑백을 건네 주더군요. 저는 의외의 선물에 깜짝 놀랐고 쇼핑백을 받아들자마자 오빠가 재빨리 도망가려고 했습니다. 저는 급하게 오빠를 붙잡으며 주기도 민망한 편지 한 장을 건네줬습니다. 우린 또 그렇게 우리 집 앞에서 헤어졌습니다.

 

 집에 와서 열어보니 키세스 초콜릿, 손거울, 장미 한 송이, 편지가 들어있었습니다. 초콜릿과 거울에는 또 다정한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거 내가 디따

 좋아하는 거거든?

 너도 좋아할 거 같아서

 아무도 주지 말고 너만 먹어

 마법을 걸어놨어

 마법의 초콜릿이야

 

 거울

 얼굴 보고 다니라고 거울 좀 보고 살라고

 주는 거 아니고 전에 음료수 마실 때

 내가 너 입술 튼 것 같다고 했잖아

 그때 핸드폰 액정으로 비춰보길래...

 (어떻게 여자가 가방에 거울 하나 없어ㅡ이뜻은 아니야)

 

 편지는 고백을 담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공개할 수 없지만, 정말 여태껏 받아본 편지중 가장 진솔하고 감동적인 편지였습니다. 그날밤에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그 편지를 몇 번이나 곱씹어 봤는지...

 

 

 

 

 

 

 

 우리가 함께 맞는 세번째 목요일.

 

 오빠의 친구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점심으로 초밥을 먹은 뒤, 지하철을 타고 부천에 있는 아인스월드에 갔습니다. 세계 유적지나 명소들을 미니사이즈로 만들어 진열해놓은 곳이었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없었습니다. 오빠를 만났을 때부터 저는 갈등에 휩싸였는데 바로 오빠의 손을 잡고 싶어서였습니다...그러나 용기는 선뜻 나지 않았고 오빤 제 손에 관심도 없어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아인스월드 안을 도는데, 중간중간에 쉴 수 있는 벤치가 나올 때마다 저는 수없이 망설이고 망설였습니다.

 

 오빠 그럼 우리 사귀자

 우리 오늘 1일하자...

 오빠...

 

 오빠는 고백의 대답을 채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아무 일도 없던 사람들처럼 있었습니다. 제 입술이 아마 제 평생 가장 무거워진 날이었을 겁니다.

 

 세계일주를 다하고 우리는 공연장 앞 나무탁자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저는 정성들여 써온 답장의 편지와 캔디통을 함께 담은 포장지를 오빠에게 전해줬습니다. 저멀리 노을로 번진 하늘에 해가 스러지는 게 보였습니다. 눈이 부시고 얼굴은 뜨거워졌습니다. 

 

 "오빠...저기..."

 

 이것저것 말을 하던 오빠도 제가 그런 운을 뗄 때면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그렇게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은 말하지 못했습니다. 오빠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제 갈까?"

 

 우리는 아인스월드를 나와 근처에 있는 야인시대 촬영지, 이미 문을 닫은 만화박물관 등 부지런히 돌아다녔다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버스정류장을 멀리 둔 보도에서 갑자기 오빠가 말을 툭 꺼냈습니다.

 

 "우리 손 잡을래?"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정말로 기다렸지만) 손을 잡았습니다.

 

 

 

 

 

 정류장에 서있는데 치맥을 들고있는 아저씨 두 명이 보였습니다. 두 명간의 대화를 들어보니 야구경기를 보러가는 모양이었습니다. 오빠가 즉흥적으로 야구를 보러가자고 결정을 내렸고 저는 야구의 야자도 몰랐지만 그냥 따라 나섰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경기장으로 향한 우리는 이미 시작된지 10분정도 흐른 경기장 앞에서 표를 끊고 들어갔습니다. 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지만 오빠가 차근차근 설명해주니 어느 정도 판이 보였고,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하는 오빠의 리액션이 웃겨서...ㅋㅋㅋ 꽤 재미있는 관람이 되었습니다. 경기가 끝나자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경기장을 나섰습니다.

 

 번화가까지 20분정도 되는 캄캄한 거리를 우리는 손을 잡고 걸어 나갔습니다. 이야기는 계속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버스정류장이 다다르자 저는 굳게 맘을 먹고 정류장 뒤에 있는 공원으로 들어섰습니다.

 

 벤치에 앉아 묵묵히 있던 우리는 조금씩 분위기를 잡아갔고 한참이나 빙빙 도는 얘기 끝에 드디어 제 입에서 아주 조그만 목소리였지만 "그럼 우리...1일 하자..."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오빠는 그날도 저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헤어지려는 순간, 오빠가 잡고 있던 제 손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춰 주었고 그렇게 웃으며 떠났습니다. 한참 멍하니 서있던 저는 천천히 집으로 걸음을 옮겼고 저 역시 웃으며, 오빠의 입술이 닿은 부분에 키스했습니다.

 

 

 

 2012년 여름의 끝자락, 우리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편의점 끝.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 내 어린왕자.

이어지는 판 (총 7개)

  1. 6회 편의점 6
  2. 7회 편의점 7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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