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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졌습니다. 제 잘못으로....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야겠습니다.

삐돌이 |2013.01.01 22:25
조회 695 |추천 1

3년동안 사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CC였고, 동네가 가까워 1주일에 5일이상을 붙어다녔습니다.

누구보다도 많이 싸웠고, 울고, 사랑했습니다.

친구와 애인을 넘어 제 3년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1년간 미국에 갔고, 그 것이 계기가 된 것은 아니지만

헤어졌습니다.

 

 

 "자기말처럼 우리가 서로 안맞는다고 했지. 지긋지긋 하다고 그랬지. 나도 이젠 진짜 지긋지긋하다."

몇번의 다툼 끝에 저는 그렇게 말했고, 2주 뒤에 "그런 너의 성격을 더 이상 맞춰줄 애정"이 없다는 이유로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미국에 돌아오면 꼭 마중나갈거라 그랬는데, 둘이 같이 미국에 같이 놀러가자 그랬는데... 그리고 그녀는 미국은 초혼이 빨라 결혼한 사람들 보면 부럽다며 결혼하자고 그랬는데.... 지난 날 만약 결혼하게 되면 얘랑 하겠구나 했던 그 생각들이 얼마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드는지요....

 

 

 이별 후, 우연히 마트에서 그녀가 좋아하던 홈런볼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멈춰서 바스륵 떨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1달의 시간이 흐른 뒤, 친구로서 그녀가 다시 제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몇번 쿨하게 문자를 주고받았고,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저를 대했습니다. 그리고 꺠달았죠.

 '아... 내가 이래서 너랑 헤어진 거였지.'

그리고 그녀와 저는 문자친구로 지내기 시작했고, 다른 여자를 만나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저 스스로도 새로운 연애가 떳떳하지 못한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제 순정을 운운하고, 영원한 사랑과 믿음, 헌신을 말 할 수 있는 자격은 박탈되었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구나 라는 작은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한국에 왔습니다. 잠깐 들어온 거라고 했지만 저는 직감적으로 그녀가 완전히 한국에 온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전화로 헤어졌으니 만나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설득 당한 저는 여자친구 몰래 그녀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한국 영화가 보고 싶었다는 그녀. <타워>를 보기로 했습니다. 극장 앞. 초조하게 그녀를 기다렸습니다. 하~하며 입김을 불어보고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그녀와 첫만남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그리고 저 멀리 그녀가 내렸습니다. 후드모자를 푹 눌러쓰고 이어폰을 낀 채 핸드폰을 보며 걷는 그녀. 3년을 봤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녀를 핸드폰을 보느냐 저를 보지 못했는지 저를 쌩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리고 저는 말 없이 그녀 옆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살 안쪘네. 햄버거 많이 먹어서 돼지 될줄 알았더니."

 "미국갔다왔어?? 왜 한국에 있었으면서 돼지가 됐어."

첫마디를 건냈습니다. 마치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저희는 티격태격 인사를 건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봤습니다. 늘 손잡고 보던 영화. 제 손을 안잡아주면 막 토라지고 그랬었는데.... 그런 제가 마치 완강히 그녀의 손을 거절하듯 팔짱을 낀 채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왔습니다.

 뭘 해야하나.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지금 여자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했고요. 막 짜증이 나고 초초해졌습니다. 그리고 아프다는 핑계로 집에 가자고 닦달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습니다.

"나 내린다."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렸습니다. 그날 밤. 그녀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꼭 하고 싶은 말 있다고 내일 만나잡니다. 저는 싫다고 했습니다. 말로는 이렇게 흐지부지 사귀는거 싫다고. 난 정말 너한테 아무런 마음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여자친구가 계속 걸렸습니다. 그런데 정말 마지막으로 만나자고.... '마지막'이라는 말에 흔들려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만남을 가졌습니다.

"소원대로 왔다. 빨리 말해. 바빠"

안 바빴습니다. 그냥 초조하고 불안했습니다. 저는 큰소리 치고, 짜증내고 빈정댔습니다.

"우리 이대로 지내도 괜찮아?"

"뭐가. 난 상관 없는데 신경 안써."

"나중에 우리 각자 새 애인 만나면 우리 관계 떳떳하게 만날 수 있어?"

"뭐 되겠지."

"진지하게 말하라고"

"......"

 그 순간 생각이 깊어지더군요.

 

 "근데 왜 우리 헤어진거 말안했어?"

 "너 미국에 있으니까 없는 곳에서 사람들이 수군덕 대는 게 싫어서 말안했어. 나 진심으로 너랑 잘해볼 마음 있어서 그런 거 아냐."

 "우린 정말 안맞아. 그래서 이렇게 오래 사귄 거 같아."

 "왜 전에는 안맞아서 짜증난다며."

 "근데 생각해보니 안맞아서 잘 사귄거야. 진짜로."

 지금도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새록새록합니다. 저희 사귈 땐 그렇게 이해 못하던 그녀. 이제야 알았네요.

 

 "아무튼 결론은 우리 만나지 말자."

 "그래, 그럼 이야기 끝났으니까 나 간다."

 "응, 수고했어 나랑 사겨주느냐고."

 "어."

 "나한테 할말 없어? 수고했다고 말해줘야지 멍충아."

 "응 수고했어."

 

 정말로 뒤도 안돌아보고 찻길을 건넜습니다. 멀리서 그녀가 저를 쳐다봤을지, 혹은 그녀도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갔을지. 연애시절 그 거리에서 미안하다며 제가 얼마나 붙잡았었는데.... "에이씨 나도 안사겨 됐어!"라고 찻길 건넜다가도 다시 달려와서 그녀를 붙잡았는데..... 정말 이별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걸까요. 전 진짜 무덤덤하게 걸었습니다.

 

 

 그리고 져녁. 12년 마지막 날을 위해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둘이 카페에 가서 공부하고, 밥을 먹고 밤거리를 거닐고. 평소와 같은 데이트를 했습니다. 라면집에서 라면을 먹는 도중 잠깐 여자친구가 친구와 전화를 한다며 나갔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 10cm의 <너의 꽃>이 들렸습니다. 그 노래가 왜 이렇게 서글픈지요. 눈물이 와르륵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딸랑하고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내 눈물을 닦았습니다.

 "눈 아파? 눈이 충열됐어."

 진심으로 얘가 눈치 없음에 감사했습니다.

 

 여자친구를 데려다주는 지하철 안. 저에게 기대는 여자친구를 보며. 사랑한다고. 내년엔 더 사랑하자고 말했습니다. 응이라고 말하는 여자친구. 그렇게 12년 마지막 밤에 여자친구를 보내고 저는 집에왔습니다. 졸면서 어떻게 집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11시 59분..... 방안에서....

마지막으로 손 한번 못잡아준게.... 모자른 저를 보고 나와 연애해줬다고 고맙다고 말해줬던게.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상황을 만들어 버린 제 자신이...... 미안해해라고 통곡했습니다. 눈물보다도 왜 그랬는지 고래고래 소리질렀습니다. 미안하다고.... 이렇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가슴을 주먹으로 쉴새 없이 치고  입고 있던 남방 단추를 뜯어내고 엉엉 소리지르며 울었습니다. 미안하다고..... 결국 그러다 지쳐 잠들었었네요...

 

그녀에게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평생 말하지 못할 말들 중에... 사랑을 가르쳐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안녕 첫사랑.

추천수1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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