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꽃신을 안 신었더라면
차라리 온 마음을 다 주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진심으로 부딪히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이제 난 내가 사회의 많은 것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는 걸 보아야 하고
나를 만나는 게 면회 때처럼 간절하지 않다는 걸 느껴야 하고
그 사람의 행복이 내게 달려있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꽃신만 신으면 고생 끝이라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다고?
보상 심리 갖게 되는 걸 주의하라고?
사랑한단 말조차도 부담이 될까 입에 쉽게 담지 못하게 됐는데
나랑 만나느라 전역 전에 세운 계획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는 그에게,
보고 싶단 내 말에 "넌 외로움을 너무 많이 타."라고 얘기하는 그에게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보상심리?
내가 날 좀 사랑해달라고 얘기하는 게 보상심리일까,
하루 24시간 중 내가 밥은 먹었는지 딱 세번만 생각해달라는 게 보상심리일까.
군대에 있을 때는 내 목소리톤의 변화까지 눈치채는,
편지지의 말라버린 눈물까지 알아보는 섬세한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하루종일 연락을 하지 않아도
너무 아파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해도 무감각한,
연인이 아닌 다른 사람들보다도 먼 사람이 되어버렸다.
운명이라는 게 있을까
인연이라는 게 진짜 있을까
그는 우리가 운명이라는 데, 인연이라는 데
정말 우리가 운명이라면, 인연이라면
난 왜 혼자 울고 있는 걸까.
차라리 내가 아무것도 믿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내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미안.. 그래도 이해하지?? 사랑해"라고 하며 멋쩍은 듯 웃는 그를 향해
환하게 웃어줄 수 있었을텐데.
- 눈길에서 넘어져 다친 다리보다 마음이 더 아픈 1월에 한 꽃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