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젊음들의 내일을 '축제'로 만들어줄 마음속의 '별' 하나」
저자 : 황석영
출판사 : 문학동네
출판일 : 2008년 08월
■ 아주 좋은 것들은 숨기거나 슬쩍 거리를 둬야 하는 거야. 너희는 언제나 시에 코를 박고 있었다구. 별은 보지 않구 별이라구 글씨만 쓰구. -p.41
■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가을을 슬픈 계절이라고 보는 게 어쩐지 통속적이지 않니? 낙엽 태우는 연기에서 갓 볶은 커피 냄새가 난다는 대목도 겉멋이라구 보이는데. 정서는 생활과 연결이 되어야 하겠지. 그러지 않으면 귀에서 목덜미까지 소름이 돋아요. 어떤 글이든 남에게 자기 생각을 전달하려는 수단이고 통로일 뿐이다. 감정을 아끼고 담담하게 냉정하게 쓰되, 문장과 문장 사이가 중요하지. 독자는 이 사이에서 자신의 상상력으로 나머지를 채우고 글을 함께 완성해준다. -p.85
■ 여름방학 같은 때, 장마중에 비 그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잘 분간이 안 되는 그런 날 있잖아, 누군가 놀려줄라구 얘, 너 학교 안 가니? 그러면 정신없이 책가방 들고 뛰쳐나갔다가 맥풀려서 되돌아오지. 내게는 사춘기가 그런 것 같았어. 감기약 먹고 자다깨다 하는 그런 나날. 막연하고 종잡을 수 없고 그러면서도 바라는 것들은 손에 잡히지 않아 언제나 충족되지 않는 미열의 나날. -p.227
■ 어쨌든 어디서나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고 가장 힘든 고비가 지나면 나날이 그런대로 괜찮다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p.268
■ 그가 손가락으로 저물어버린 서쪽 하늘을 가리켰다. 저기…… 개밥바라기 보이지?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p.270
■ 헤어지며 다음을 약속해도 다시 만났을 때는 각자가 이미 그때의 자기가 아니다. 이제 출발하고 작별하는 자는 누구나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다. -p.282
리뷰
최근에 발간된 <여울물 소리>라는 책으로 황석영 작가님을 처음 만났다.
그 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살펴보게됐고
<개밥바라기별>이라는 너무나도 특이하고 재미있는 제목에 끌려 이 책을 골랐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참 궁금해하며 책을 읽어나갔는데, 알고보니 금성을 뜻하는 말로
새벽에 동쪽에서 나타나면 '샛별'이라고 부르지만 저녁에 나타나면 '개밥바라기'라 부른단다.
식구들이 저녁밥을 다 먹고 개가 밥을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에 서쪽 하늘에 나타난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다시 들어봐도 참 재미난 이름. :)
이번 책은 한마디로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벌써 30대가 된 내게도 10대의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 준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고교생 '준'과 그의 친구들이고, 화자가 준이와 친구들을 한 번씩 번갈아가며
그 때 그 시절, 방황하고 불안했지만 그럼에도 참 아름다웠던 그들의 추억을 이야기하고있다.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 거야." 준이의 그 말처럼
학교를 자퇴해서 무전여행을 떠나는 소설 속 주인공들에 비하면 나는 큰 방황이나 일탈없이
그저 하루하루 평범하게, 아니 너무 무난해서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렇게 내 십대를 보냈기에
나는 왜 그 나이때 더 열심히 고민하지 못했고, 더 많이 성장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그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지을 수 있는 건, 분명 내게도 사춘기의 길목을 지나던
그 감수성 예민한 시절에 몽글몽글 피어나는 수줍은 추억들이 있기때문이 아닐까? :)
이 책에서 황석영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 참 공감하는 말이다.
어른들이 정해놓은 가치관과 틀 안에서 십대라는 꽃다운 나이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입시'라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내야하는 오늘날의 아이들과 그런 교육현실이
너무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언제쯤 틀에 박힌 그런 교육대신 아이들이 하고싶고 원하는 것들을
좀 더 계발하고 키워줄 수 있는 시대가 올지 조금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과연 어떤 것이 더 행복한 것일까.
"누구나 오늘을 사는 거야." 이 말에 담긴 것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오늘'을 어떻게 보낼건지가 더 중요하다. 2013년 내게 주어진 또 새로운 한 해,
하루하루 더 열심히 즐기면서 행복해야지. 살아있음이란, 그 자체로도 생생한 기쁨이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