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기-
어릴적 어른들은 내게 말했다. 어른되면 꿈꿀 시간도 없다고...
하지만 난 벌써 30대 인데도 10대의 그때 처럼 꿈을 선명하게 꾸고 있다.
내꿈에는 주위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맛, 색, 냄새가 그 첫번째. 확실한 기승전결이 두번째. 그리고 다양한 장르가 그 세번째이다.
대부분 이렇게 꿈을 꾸는가 싶지만, 혹 주위에 가끔 물어보면 대부분 흑백 꿈에 내용도 거의
기억 못하고 부분부분 짤라 기억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듯 싶다.
문득, 내 꿈일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같은 사람이 있다면...
무지 길어요...
스압주위!!!
-1.
나는 하구둑 근처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거무퉤퉤한 이끼가 잔뜩 끼어 한눈에 봐도 미끄러워 보이는 지름길인 하구둑을 건널 것이냐,
아니면 안전한 뒷길을 이용해 뺑 돌아갈 것이냐.
나는 하구둑 건너편에서 나를 오래 기다린 듯 보이는 친구를 초초한 마음으로 바라봤다.
친구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이는 걸로 보아, 하구둑과 친구의 거리는 꽤 되는 듯 싶다.
나는 곧, 결정을 내렸다. 지름길인 하구둑 위를 걸어가기로 한 것이다.
하구둑은 사람의 손길이 머문지 오래 된 듯 거무퉤퉤한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물은 오염될데로
오염되어 하구둑 아래로 흘러가는 물에는 녹조가 끼어 바닥이 보이지도 않았다.
언듯 보기엔 흘러가는 물이 적어 보여 수심이 낮아 보였지만 녹조 아래의 보이지 않는 어둠이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구둑 아래로는 그리 크지 않은 물 웅덩이가 고여있고 그 웅덩이를 가르는 듯한 삼각주 형태의
모래가 쌓여있었는데.(일어나 찾아보니 낙동간 근처의 삼각주 인듯 싶다.)
그곳도 여전히 관리가 되질 않아 여기저기 풀들이 엉성하게 나 있고 삼각형 양 옆으로
흐르는 물의 양도 도랑물 수준이었다.
나는 조심스럽고 천천히 하구둑을 건너기 시작했고. 운동화 아래로 느껴지는 미끄러운 이끼를
어떻게든 이겨내려고 최대한 한걸음 한걸음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하구둑 위를 걸어갔다.
왠지 스산한 느낌이 드는 하구둑 아래의 물 웅덩이를 최대한 보지 않고 안전하게 하구둑을 건너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불안감과 안도감이 가시기도 전에 나는 무심결에 방금 건너온 하구둑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내가 느꼇던 불안함의 대상이 스멀 스멀 물 속에서 나오더니 엄청 빠른 속도로 내게 다가 오기 시작했다. 해초같이 축 느러트린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쫒아오는 여자를 발견함과 동시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친구가 있는 곳까지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그 여자에게 잡히기 바로 전 난 친구를 향해 몸을 던졌고 친구는 나를 꽉 안아주더니, 굉장히
큰 소리로 그 여자(물귀신으로 생각되는)를 쫒아냈다. 무서운 눈빛으로 내 친구를 바라보던
물귀신은 물가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그런 것인지 친구의 호통이 통했던 것인지 그대로 물러났다.
친구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벌벌떨고 있는 나를 부축해 주며, 이야기 해 주었다.
저 하구둑은 겉으로 보기엔 수심이 낮고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그걸 믿고 하구둑을 지나던 어떤 여자가 발을 헛디뎌 물 웅덩이 아래로 빠지게 되었는데, 삼각주가 시작되는 곳에 물이 모이는 구멍이 있어 그곳에 휩쓸려 들어가 시체도 찾지 못했다고. 그 이후로 사고가 많이 생겼는데 꼭 여자만 그곳을 지나오면 사고가 생기곤 했다고... 말하며 불쌍한 표정으로 하구둑을 바라보았다.
친구와 나는 아이러니 하게 내가 물귀신으로 부터 도망쳐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걸어가고 있었고.
멍하니 친구의 말을 듣고 있던 나는 갑자기 쾅하는 소리에 자지러 지게 놀라며 친구와 떨어지며
뒷걸음질 쳤다.
멀쩡히 옆으로 잘 지나가던 검은색 세단 차가 하구둑 도랑으로 돌진하면서 쳐박혀 내는 소리였다.
아까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세단 앞좌석에 타고 있었던 남자 두명에 튕겨져 나오듯 차 밖으로
내동댕이 쳐 졌고, 곧 바로 그 차는 누군가가 운전한 듯이 나와 친구가 서 있는 곳으로 무서운
속도로 후진을 해 순식간에 내 친구를 치어버렸다.
나는 그 자리에 얼어 있다가 후진하는 차에 치어 하구둑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쓰러져있는
친구를 발견하고서 친구를 안고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의 머리에선 이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소리쳐 울고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아까 나를 쫒아왔던 그 물귀신이 나와 내 친구에게 다가와 슬픈 표정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 이렇게 슬퍼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내가 이렇게 까지는 안됬을텐데.'
슬프고도 무서운 모습으로 말하는 귀신을 앞에 두고 나는 친구를 버리고 떠날 수가 없었다.
귀신은 나와 내 친구에게 무언가를 건냈다. 그리고 어느새 정신을 차린 내 친구와 내가 그것을
받아 먹었다. 그것은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나와 내 친구가 그것을 삼키자 귀신은 잠시 편안한
표정을 하더니, 이내 사라졌다.(왜인지 모르나..꿈속에서 그녀가 성불을 했다고 느껴졌음)
그리고 그 자리에 그녀의 찾지못했던 시신이 떠올랐다. 시신은 이미 부패가 많이 되어있어, 팔과
다리가 없는 상태였으나, 얼굴이 무척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녀의 시신을 나와 내 친구가 바라보고 있고, 좀 전에 검정색 세단에서 튕겨져 나온 남자 둘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무엇을 먹었냐고 역겹다고 했던게 생각이 난다.
이것도 꿈에서 어렴풋이 느낀거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준 것은 아마 그녀의 몸의 일부이지
않을까 싶다...받아먹을땐 몰랐으나, 내용 흐름상 그런 느낌이 들었다. 뭐 꿈이니까...
그렇게 난 꿈에서 깼다.
온 몸에 소름이 쭈뼛쭈뼛 돋고, 한겨울에 무슨 물귀신 꿈인가 싶었지만.
나름 꿈 안에서 그녀가 성불을 한것 같아 묘한 안도감도 들었다....
그녀는 정말, 성불을 한 걸까? 아직까지도, 검푸른 하구둑의 이끼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다...
오늘의 꿈일기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