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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례 있음? 고민상담 좀 할게

어릴 때부터 열등감이 심했음.

 

근데 이걸 어떻게 풀었냐하면, 내가 자신있어 하거나 좋아하는 분야, 혹은 학업 등등 뭔가 사회적 위치나 남들보다 우월해질 수 있는 지식이나 능력 등으로 해소하려고 했음.

 

공부하고 사람들 만나고 배우고 취미를 가지는 이 모든 것들, 내가 노력하며 살아가는 삶의 원천이 열등감이나 다름 없었음.

 

이게 어릴 때부터 시작됐어. 그 뿌리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야. 초등학생 시절에 이미 완성체였으니까 언제부터였는지 나도 잘 몰라. 아무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뛰어 놀아야 할 그때 이미 책 읽고 공부하면서 남들보다 우월해지려고 항상 열폭하며 발악을 했으니까.

 

문제는 성인이 돼서 사회생활하면서도 그러는 거야.

 

자세히 설명하기는 길어서 간략하게 얘기해 볼게.

 

내가 몸 담고 있는 전공 분야나 관련된 일에 완전 미쳐서 사는 거야.

 

그리고 내 공부나 일에서만큼은 남들보다 훨씬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사람이기를 포기하면서까지 하는 수준임.

 

사실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잖아. 연애도 하고 친구들하고도 어울리고 취미생활 가지고 등등등 말야.

 

그런데 난 사람 관계부터, 심지어 내 취미나 개인 취향 이런 것까지 내 일이나 전공에 관련된 쪽으로 다 맞추려고 일부러 나 자신을 개조하기까지 했어.

 

그냥 쉽게 말해서 나 자신이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살아가는 기계가 되기를 원했던 거야.

 

 

 공부할 때에도 "이번 학점 A+ 못맞으면 죽는다" 이 각오로 했고, 책상 앞에 식칼 놔두고 "내가 제대로 안 하면 저 칼에 찔려 죽는다" 이 각오로 했어.

 

 한마디로 내가 몸 담은 분야, 직업을 오타쿠처럼 파고드는 거야.

 

 내가 재능이나 능력은 없지만, 열정, 의욕 이거 하나로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미친 듯이 노력했거든.

 

 근데 문제가 있더라고.

 

 스펙이나 사회적인 위치에서는 내가 바랐던 것만큼 올라갔는데

 

 대인관계나 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그런 것들을 다 잃어버린 것 같아.

 

 워낙 내가 극단적이고 공격적이다보니까 항상 내 관심분야나 일하는 분야 사람들하고 부딪쳤어.

 

 사실... 이런 나 자신 때문에 한때 종교인이 되려고까지 했던 적도 있어.

 

 종교인은 말 그대로 종교인데 뭔가에 내 모든 걸 그 종교에 맞춰 살아도 뭐라고 할 사람 없잖아. 뭐 한때의 일이라 포기하긴 했지만 말야.

 

 근데 특정한 학문 분야나 직업을 종교처럼 가지고 사니까... 같은 내부에서도 문제가 많이 일어나더라고.

 

 이 분야 전공자 혹은 이러한 직업의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살아야 한다 나 자신에게 강요하고 스스로를 얽매는 거야.

 

 사람들하고도 사이가 멀어졌어.

 

 나 자신이 힘든 건 물론이고 나 때문에 힘들다는 거야.

 

 과제 같은 거 할 때에도 적당히 하고 끝나면 되는데 내가 수업 시간 연장시키면서까지 다른 학생들 과제 비판하고 교수님하고 거의 일대일 토론하면서 열 내니까 적이 많아지더라고.

 

 사회에 나오면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여전하더라고. 오히려 나처럼 너무 열나게 하는 사람때문에 질투 난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적당히 공부하고 일하면 될 걸 나는 목숨을 건 사람처럼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달려드면서 일을 담당하고 과제를 하고 그러니까 또라이 취급하는 거야.

 

 더 무서운 건, 나도 내 자신의 모습을 알아서 일부러 조절하거나 아예 자포자기했던 적도 있거든?  근데 그런 모습조차도 남들 눈에는 의욕이 넘쳐난다는 거야.

 

 내가 진짜로 의욕 가지고 하면 학과든 학교든 회사든 다 뒤집어 놓을 테니까.

 

 뭐 연애나 친구들 만나서 노는 거? 난 다 잉여짓이라고 생각했어. 이제는 열등감이 집착이 되어서 그게 내 공부나 일이 되어버리니까 더욱 눈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거야. 열등감 때문에 그런 기본적인 인간다운 욕구조차 내 안에 사라져버리더라고.

 

 뭣보다도... 이제는 내가 제일 힘들어

 

 너무 완벽주의적인 성격에 결벽증 가지고 "오늘 이 일을 완벽하게 남들보다 더 잘 하지 못하면 내일 배때지에 칼맞아 죽는다" 이 상상을 하면서 했는데 이게 진심이 되어버리니까 스트레스가 장난 아닌 거야.

 

 종종 고문 당하는 악몽에 시달리고 매일 위장염에 시달리고 탈모까지 오더라고. 나도 모르게 온몸이 떨리면서 불안증세까지 와.

 

 인터넷 상에서나 현실에서나 내 모습이 똑같아. 디씨 같은 곳에서 욕하면서 키보드 배틀 할 때나 현실에서 사람들하고 논쟁하거나 똑같아. 내가 몸 담은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입에 거품 물고 달려들면서 비판정신이 고조되거든.

 

 공부할 때에도 그냥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분야 전체와 전교생 과제 내가 다 반박하고 까면서 심지어 교수님 강의 스타일이나 생각까지 일일이 내가 다 관여할 정도야.

 

 그래서 나보고 똑똑하고 성실하고 생각있는 녀석이라고 말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더라고. 그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어. 그렇게 안 하고는 아무것도 못해내거든. 모 아니면 도야. 난 아예 안 하거나 제대로 하면 그렇게 해야지 안 그러면 죽도 밥도 안 돼.

 

 졸업하고 일하면서도 내 성격 여전하더라고. 남들은 야근하기 싫어하는데 난 내 일 다끝내고 남의 일까지 다 도맡아 하고 내가 제일 말단인데 나보다 윗 사람들 일까지 내가 다 지적하고 도맡아서 관리하듯 나서니까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이나 적도 너무 많아졌어.

 

 항상 열정이 있다는 소리와 함께 또라이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어. 내 이름보다 더.

 

 그런데 이젠 돌아갈 수가 없더라고.

 

 어릴 때에는 열등감이 너무 심해서 한가지만 최고로 잘하는 기계가 되자! 이게 꿈이었거든

 

 이현세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알아? 거기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말야.

 

 분노를 야구에 토해내듯 나도 분노를 사회적 지위나 위치, 지식 이런 것들에 쏟아낸 거야.

 

 내 소원대로 미친놈이 됐고 기계가 됐는데 이제야 이게 어딘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어.

 

 어떤 사람들은 병원 가서 치료를 받아보라고까지 하는데... 사실 이미 치료는 몇 년을 받아봤어. 효과가 없더라고. 적어도 예전처럼 진짜로 논쟁하다 사람 때리고 현피뜨고 손가락 자르고 결심한다 자해하고 기물파손하며 똘끼는 부리지 않는 걸로 낫다고 생각했어. 의사도 이런 모습을 오히려 방황하는 것보단 낫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암튼 그래서 중간에 그만뒀어.

 

 암튼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결혼도 해야 하고 아직 한창인 20대인데

 

 난 집착만 했지 단 한번도 즐겨본 적 없고 즐기려고 애를 써도 도저히 느낄 수가 없는 단계까지 왔어.

 

 나같은 케이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요즘 고민하다가 딱히 하소연 할 데가 없어서 여기에 고민 좀 올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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