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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다시 마주치지 말자

여우 |2013.02.16 23:07
조회 579 |추천 0
우리 참 어릴 때 만났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뭣도 모르고 함부로 사랑이야기 할 때
내 첫 사랑, 첫 키스, 첫 경험. 모든 건 다 네 것이었어. 그렇지?
가끔 그 때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 때의 감정이 떠오르기도 해.
내 모든 걸 다 줘도 아깝지 않다. 정말 그 때는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 믿었어.
근데 참 사람 웃기지? 이제 오니까 그게 후회더라. 내가 널 안 사랑한 게 아닌데, 참 사랑했는데.
사랑이 뭔지 몰랐다고 말할 나이었지만, 난 정말 널 사랑했는데. 근데 왜 후회가 될까?
2년이었어. 너와 내가 함께 한 시간은.




군대 못 기다려 준 건 미안해. 근데 네가 군대 가기 전에 나랑 잠시 헤어졌던 거 기억해?
그 때 내가 분명 말했잖아. 마음이 없다고.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너 군대 가서 1시간에 열다섯통 한 거 기억나? 편지는 하루에 한 통씩 꼬박꼬박.
나 부모님한테 맞아가면서까지 너 만났었잖아. 그저 좋아서, 그냥 좋아서.
근데 마음도 없는 상황에서 너가 그렇게까지 하고, 집으로 편지보내고. 걸릴까봐 나 울고.
그렇게 연애하니까 나 진짜 그 때는 눈에 뵈는 게 없더라. 너가 그냥 싫더라.




이 동네 좁은 거 알지? 솔직히 선배 후배 동기 할 것 없이 2년 사귀면 결혼까지 해야한다고 생각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니 그 어린 나이에 참 영원이고, 사랑이고, 결혼을 이야기했던 내가 우습다.
얼마 가지도 못할 인연, 참 모질기도 하지. 그렇지 않아?


의경으로 지원해서 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네가 휴가만 나오면 내 얘기를 한다더라.
오죽하면 내 친한 언니가 네 이름 들먹이며 나에게 따지러 왔겠니. 나 왜 이렇게 나쁜 년 된거야?
내가 이유도 없이 헤어지자고 했다며? 너 참 우습다. 내가 네게 연락올 때 마다 말해주지 않았니?
널 사랑하지 않아서 그래. 마음이 없어서 그래. 이제 널 봐도 설레지가 않아.
근데 뭐? 딴 사람들한테는 너 뭐라고 그랬냐?... 하하하하.. 내가 이유도 없이 헤어지자고 해?
대체 내가 왜 헤어지자고 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참.. 어이가 상실하다못해 승천을 한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나오는 것 같더라. 거의 한 달 간격으로 나에게 전화하고 문자하고 집착하는 걸 보면.
너와 헤어진 지 6개월 째 되던 날, 난 결국 너란 사람한테 실망이란 실망은 다 해버렸다.
초등학교 6학년 친구들과 반창회를 하기로 한 전 날이었어. 1월 11일. 너에게서 문자가 왔어.


이기적인 년. 나쁜 년. 시발년. 실망했다, 너란 년.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너와 사귀고 있을 때 바람을 폈다더라. 사실인가? 나도 잘 모르겠어.
너에게 마음이 없었으니 어떻게 보면 바람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딴 놈이랑 눈은 안 맞았어. 정말.
사실은 내가 다른 놈과 바람필려면야 얼마든지 필 수도 있는 년이라지만, 내 꼴에 그건 무서워서.
내가 너와 이별하고 6개월이 지난 후에 따로 해명을 해야하는데, 그 상황이 너무 우스워서 웃었어.
길을 걷다가 그냥 우스워서 웃어버렸어. 깔깔깔. 그 자리에 멈춰서서 그냥 웃었어. 그렇게.




이미 헤어진 너에게 그것도 6개월이나 지난 이후에 내가 왜 그런 욕을 들어야 할까.
새해부터 참 좋은 구경하는 것 같은 기분에 가슴에서부터 커다란 웃음이 나오더라.
근데 또 내 성격상 쿨하게 넘길 수가 없어서 또 곰곰히 생각하니까 눈물이 줄줄 흐르던데. 왜 그럴까?
그냥 억울해서?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그냥 그랬다. 내가 이런 취급을 받는 게 서러워서.
그 날 네 태도는 술 먹은 사람보다 더 오락가락이었어. 미안하다, 사랑한다. 그러다가 다시 또 욕설.


그러고보니 사귀는 동안에도 그랬었던 것 같아. 넌 항상 져주는 법이 없었어.
나보다 4살이 많다는 이유로 그저 나를 어린애 취급하던 너는, 설득해서라도 네 말이 옳다는 걸 입증했어.
결국은 내 사과를 받아내고 내가 굽히고 들어와 눈물을 보일 때까지 기다렸어. 참 독한 놈이었네, 너.






나 이제 연애해. 다른 사람하고.
초등학교 동창이랑 해. 네 후배라고 깽판이라도 칠까 무섭지만, 나 걔랑 해.
너보다 키도 크고 다정하고, 먼저 사과할 줄도 알고. 이제 겨우 한 달 넘었지만 나 걔랑 연애해.
가끔 가는 곳이 너와의 추억으로 물든 곳이라서 가슴 한 켠이 이상하기도 하지만, 괜찮아.
예전의 이별이라면 '너와 함께 왔었는데.' 라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그 뒤에 '이 좋은 곳에 얘랑도 올 수 있어서 좋다.' 라는 생각이 드니까.


만약 네가 한 달 좀 전에 그런 문자 보내지 않았다면, 나와 싸우지 않았다면 나 그랬을 거야.
그래도 너 꽤 좋은 사람이었다고. 2년간 너와 함께 한 모든 것, 내가 바친 모든 것 아깝지 않다고.
그래서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그냥 쿨하게 끝낸 이별이었다고. 참, 참 좋았다고.
한 달에 한 번씩 연락이 와서 날 힘들게 하지만 나 괜찮다고. 번호 바꿀거라고. 단순하게 그랬을거야.


물론, 지금은 너 같은 쓰레기 새끼, 성기.같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좋은 걸지도 몰라.
지금 남자친구랑 연애하면서 네 연락 매달 받아줬어야 할 지도 몰랐으니까.
근데 너 참 소름돋더라. 내가 바람은 안 폈다고 하는 순간, 사랑한다고 태도 돌변할 때.


...이제 너랑 상종하고 싶지 않아. 싸이월드 미니홈피 알람, 왜 내 번호로 해놨냐, 자꾸 문자뜨게.
그거 해지해달라고 연락해도 안 받고. 나쁜 새끼. 나 이제 번호 바꿔.
이 번호 쓸 사람 위해서라도 바꿔. 진심이니까. 이제 반년이 아니라 7개월째야. 그만 좀 해. 짜증나.
그리고 우리. 평생 다시 마주치지 말자.






나 진짜 이 사람하고 오래가고 싶어. 너 사랑했던 그 순간만큼, 아니 그 보다 더. 사랑해.
2년이 주고 간 정과 시간만큼은 이야기 할 수 없을지라도 나 그 사람 사랑하고 있어, 정말로.
ㅇㅎ 아.. 오빠, 이제 진짜 그만해. 어머님한테까지 전화오는 건 좀 아니잖아.

마지막으로, 그 사람 사랑하는 나 보면서 아파하지 마. 이제 우린 끝이잖아?
추천수0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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