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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답글 좀 달아주세요...ㅠㅠ

한번만봐줘... |2013.02.21 22:06
조회 87 |추천 0
취미로 글을 쓰는데 지금 쓰는게 너무 지겨워졌어요... 재미 없는거 같고... 그래서 자극이 필요해서 아직 절반도 안썼지만 여기 올려봐요. 읽은 후 어떤지 답글 좀 달아 주세요. ㅠㅠ


몸 깊숙히 고여있던 숨을 조용히 흘려보낸다. 열차는 조용하다.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는 없다. 옆 열차칸의 두 사람이 소곤소곤 나누는 대화 소리가 벽 너머에서 슬그머니 내가 탄 열차 칸으로 묽어진 채 들려올 뿐이다. 25호 6인실 쿠셋 칸 안으로.
베네치아로 향하는 파리발 야간열차에 나는 지금 승차중이다. 유럽여행... 그래. 나는 지금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홀로 여행중이었다. 4년간의 치열했지만 결국 허무함만이 남은 대학 생활의 종지부를 앞에 두고 쉼 없이 달려온 나 자신을 위하여.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
내 눈은 25호실의 어둠에 서서히 적응해 가고 그와 함께 내 의식도 서서히 돌아오고 있다. 좁지만 안락한 쿠셋에 누워 나는 어느새 잠이 들었었나보다. 몸을 뒤척여 곧게 누워본다. 꽤나 오랫동안 오른쪽을 향해 잠이 들었던지 오른쪽 근육들이 먹먹하다. 조금 있으면 아마도 저려오겠지. 둔해져버린 오른손으로 청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13분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확인했을 때가 전날 밤 10시 20분쯤이었으니 허무하게 새해를 맞이 했다. 다시 한 번 휴대폰을 바라보니 2013년 1월 1일을 가리키고 있다. 조그맣게 한숨을 쉬어 본다. 위칸에서 자고 있는 금발의 중년 여성이 뒤척이자 쇠들도 잠들었다가 방해를 받았는지 '끼이익' 소리를 낸다. 그리곤 둘 다 조용해진다.
꿈을 꾸었다. 안타깝게도 좀 전까지 분 시간이란 바람에 내 머릿속에 모여있던 꿈의 모래들은 어느새 날아가 무의식이란 백사장에 흩어져버렸지만 다행히 그 속에 작은 소라 껍데기가 하나 있었다.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꿈은 1인칭과 3인칭을 번갈아 가며, 혹은 그 사이 어디쯤의 시점에서 보여졌다. '그녀'와 나는 연인처럼 다정히 어떤 공간에서 줄을 서 있었고 사랑스러운 표정과 눈빛으로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거기서 꿈은 끝이 났다.
꿈을 더 불러오려 애써 보지만 흘러간 꿈은 무의식에 삼켜진 채 돌아오지 않는다. 머리 속을 뒤적이는 동안 나도 모르게 꾹 참았던 숨을 깊이 토해낸다. 숨과 함께 마지막으로 있던 꿈의 원소들도 공기 중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결국 유일하게 남아있는 기억 속에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찬찬히 떠올려 본다. 방금 내려 쌓인 눈처럼 부드럽고 하얀 피부와 도공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우아한 곡선을 자랑하는 접시같은 얼굴형, 밤하늘 영롱히 빛나는 별들을 품은 눈빛과 그 것들을 모두 담아 낸 커다란 눈, 작지만 군더더기 없이 아름답게 볼륨감을 가진 코, 그리고 싱그러운 빛을 내는 잘 익은 앵두같은 입술. 작기 보단 아담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키와 조화를 이루는 몸매.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혹시나 알고 있던 사람 중에 누군가는 아닌지 찬찬히 생각해 보지만 의식만 선명해질 뿐 어디에도 '그녀'는 없다.
저멀리서 누군가 열차 칸 문을 열고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두껍게 울려 퍼지는 남자 구두 소리. 발걸음이 무언가를 찾고 있는 사람처럼 조금 빠르다. 고개를 젖혀 약간 열려 있는 미닫이 문을 통해 통로 쪽을 보니 제복을 입은 역무원이 지나간다. 구두소리가 멀어지나 싶더니 다음 열차칸 문을 여닫는 소리와 함께 곧장 사라져 버린다.
몽롱한 의식의 끝자락을 그와 함께 보내버리고 나는 몸을 일으킨다. 좁은 쿠셋칸 때문에 허리를 구부정하게 앉아서 신발을 찾지만 파리에서 비를 많이 맞아 더러워진 내 짙은 갈색 닥터 마틴 신발은 어둠에 휘감겨 잘 보이지 않는다. 발을 더듬어 잠든 신발을 깨우고 함께 복도로 나간다. 불이 켜진 복도의 빛이 내가 방 문을 열자 방 안으로 들어 가려 하여 나는 조용히 그리고 재빨리 문을 닫는다.
오른쪽 신발 코 끝을 바닥으로 두 번 '탁탁' 내려쳐 덜 신켜진 신발을 마저 신는다. 왼쪽 신발은 내 발과 타협하여 한 번 힘으로 밀어 넣으니 제대로 들어간다. 형광등 아래에서 신발을 바라보니 세월에 깎이고 다듬어진 50대와 같은 중후한 멋을 가졌다.
'취이익' 기계에서 가스가 배출되는 소리가 열차에서 울려퍼진다. 이제 곧 다시 출발을 하려는 것인지 열차는 계속해서 '취익취익' 소리를 내며 자신의 마디마디가 잘 작동하는지 시험을 한다.
복도에는 계속해서 나는 기차 작동 소음으로 가득찼지만 사람들이 있는 각 방의 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저 멀리 앞 열차 칸과 이어지는 문이 있는 곳의 형광등은 꺼져있고 나와 그 문 사이는 징검다리처럼 빛들이 바닥에 놓여 있다. 뚜렷한 명암이 생긴 복도와 어둠에 감춰져버린 문은 기이한 깊이감으로 끝을 가늠할 수 없다. 저 문은 내가 도달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할까.
'덜컹'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발바닥엔 바퀴의 진동이 느껴진다. 창 밖을 바라보니 여기저기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기차역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베네치아의 산타마리아노벨라역 출구에서 나오자 일출에 붉게 물든 마을-도시의 차가움은 느껴지지 않는다-이 보이고 작은 배들과 곤돌라가 띄워져 물결에 흐은들 흐은들 안락하게 자고 있는 1차선 수로-베네치아는 차 대신 배가 모든 곳을 다닌다-와 그 위를 유유히 날아 다니며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쓰레기 봉지더미를 노리고 있는 갈매기가 보인다. 낮은 건물들로 이뤄진 마을은 구석구석에 붉은 노을이 닿아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이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 담배를 하나 입에 문다. 한국에서와 달리 남 눈치 보지 않고 담배를 필 수 있는 유럽에서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기란 어렵지 않다. 담배 연기를 한모금 깊이 마신 후 뱉어낸다. 소주에 회가 안주로 천상궁합이라면 담배에는 멋진 풍경이 최고의 안주이다.
담배를 필터 끝까지 피우고나니 몽롱해진다. 낙원에서 아무 걱정없이 누워서 하늘을 바라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나는 기분이 한 껏 들떠서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경쾌하게 걸어간다.
울퉁불퉁 불규칙하게 솟아 오른 타일들 때문에 캐리어는 번번히 덜컹덜컹 바닥에 붙잡힌다. 5분정도 걸었을까. 작은 광장이 나오고 주변을 둘러보니 숙소 안내서에 적힌 'Alloggi Gerotto Calderan' 호스텔 간판이 보인다.
"알로찌 제로또 칼데란"
혼자서 중얼거리며 읽어본다. 이탈리아어는 보이는 그대로 발음하면 된다고 하여 엉터리인지 맞는지 모르겠지만-지금도 모른다- 그럴싸한 발음 소리에 혼자 만족해 하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다.
리셉션에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인상 좋은 금발의 통통한 아주머니가 싱긋 웃으며 나를 맞이해 준다.
"Hi."
"Ciao."
이탈리아어로 인사하자 아주머니는 "Ciao!"라고 경쾌하게 인사해 준다.
"I've been reservation."
캐리어를 옆에 세워두며 말한 탓에 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 아주머니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척 하며 위트있게 반응한다.
"OK. Give your passport to me."
내가 여권을 보여주자 아주머니는 예약자 명단에 있는 내이름을 확인한 뒤 체크인은 12시 부터니 짐을 맡겨둔 후 관광을 하고 오라고 하였다. 하지만 열차안에서 불편하게 잤던 탓인지 몸이 피곤하여 휴게실에서 12시 까지 쉬기로 마음먹고 캐리어를 끌고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에 들어서니 검은머리의 여자 한 명이 식탁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 나는 그녀와 대각선에 있는 다른 식탁에 앉으며 캐리어를 옆에 세워둔다. 그리고 외투를 벗으며 흘깃 그녀를 본다. 그녀는 한국사람인 듯 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중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을 많이 보게 되는데 어지간해서는 구분이 가능하다. 마치 고유 식별 번호라도 있는 듯이 그 사람의 얼굴에는 각 나라의 특징이 느껴진다. 같은 검은색 머리와 피부색 그리고 비슷한 이목구비를 가졌는데 구분이 되는 건 언제나 신기하다.
리셉션에 있던 아주머니가 휴게실에 들어오며 아침을 먹고 싶으면 자유롭게 먹으라는 말을 하고는 휴게실 한 쪽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버린다.
나는 약간의 허기짐이 느껴져 부페식으로 음식들이 놓여 있는 테이블로 가서-부페식이라고 해봤자 식빵과 몇 종류의 잼과 버터, 우유, 두 종류의 시리얼과 커피가 전부지만- 여느 호스텔에나 있는 흰 접시를 집어 음식들을 접시 위에 담는다.

12시가 다되어 나는 리셉션으로 향했다. 리셉션은 햔가한 듯 보였다. 아주머니도 무료한지 신문을 보며 하품을 하고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을 배정 받았다. 305호. 숙소건물은 리셉션이 있는 건물이 아닌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건물이었다.
숙소 건물 입구 출입문에 설치된 보안 카드 기계에 리셉션에서 받은 카드를 찍고 들어갔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정사각형으로 뱅글뱅글 설치된 계단이 펼쳐져 있다. 다시 주변을 둘러보지만 비밀의 엘리베이터 문 같은건 보이지 않는다.
캐리어를 집어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호스텔의 계단을 오를 때면 항상 짐을 왜 이렇게 많이 싸왔는지에 대해 자아성찰을 하게 된다. 겨울에 장기 여행을 하는건 미친짓이다. 이 순간만큼은 미친짓이 분명하다. 캐리어에서 갑자기 손과 발이 솟아나 5살 어린아이처럼 내 손을 꼭 붙잡고 계단을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 도란도란 여행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어느덧 3층에 도착했다. 복도는 좌우로 길게 뻗어있다. 그런데 어느쪽으로 향해야 305호가 나오는지 안내 같은건 붙어있지 않다. 캐리어를 잠시 두고 먼저 오른쪽 복도로 가본다. 문에 붙어있는 호수는 310호와 311호 그리고 그 뒤로 문이 3개 정도 늘어선걸 보니 이쪽은 아닌 듯 하다. 나는 다시 복도 중앙으로 가서 캐리어를 끌고 왼쪽 복도로 간다.
복도 끝에 다다르니 305호라고 적힌 문이 있다. 리셉션에서 방 출입용 열쇠는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방에서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이 열쇠를 리셉션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용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체크인 할 때 나는 열쇠를 받지 못하였다. 방에는 사람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숙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건 가슴이 두근거린다.
적당한 세기로 노크를 해본다. 대답은 없지만 누군가 문을 향해 오는 인기척이 느껴진다. 잠궈뒀던 문을 푸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한국 남자다. 우린 순간적으로 서로의 국적을 구별하 듯 말 없이 얼굴을 바라본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그러자 그 남자도 미소를 띠며 환영한다는 듯 문을 활짝 연다.
"안녕하세요."
나는 캐리어를 끌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입구에서 방 안을 바라보고 멈칫했다.
'그녀'다.
"안녕하세요."
꿈에서 본 '그녀'가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나는 흐릿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심장이 점점 크게 두근리는 것이 느껴진다. 두근거림은 온 몸으로 퍼져 전신이 울리는 듯 하다.
"왜 입구에 서계세요, 들어오세요."
'그녀'의 옆에 있던 여자가 나에게 말을 한다. 오전에 식당에서 마주쳤던 여자다. 나는 작게 "네."라고 말하고는 그제서야 방문을 닫는다.
'찰칵'
방문이 닫히는 소리에 놓았던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방 안을 둘러본다. 4인실이다.
"전부 한국 사람이네요."
여전히 입구에 선채 나는 누구에게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 세 명을 한번씩 바라보며 말한다. '그녀'가 대답하길 은근 바랐다. .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하지만 문을 열어줬던 남자가 자신의 침대에 앉으며 대답했다.
"저도 처음이에요. 주인이 나름 배려를 한건가 봐요."
캐리어를 끌고 비어있는 침대를 향해 가며 나는 말했다.
침대는 이 때까지 지냈던 호스텔과 달리 싱글 침대였다. 넓고 아늑해서 누우면 금방 잠들어 버릴듯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잠이 오질 않는다. 피곤한것도 어느새 잊어버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피곤했지 참.'이라고 스스로 세뇌를 해야지 다시 몸 속에서 피곤들이 원래 있던 위치로 돌아갈 것 처럼.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침대에 도달한 나는 다시 두근거린다. '그녀'의 침대와 나의 침대는 약간의 틈도 허용치 않은채 나란히 붙어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불어닥친 일련의 일들을 내 뇌는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일명 공황상태. 하지만 티를 내면 -그것도 침대에 도달하고서야- 이상하게 보일게 분명하기 때문에 애써 침착하게 캐리어를 푸는척 한다. 사실 캐리어를 먼저 풀어야할지 외투를 먼저 벗어야할지 뭐가 자연스러운지 나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캐리어를 먼저 선택했다.
"방금 도착하셨나봐요?"
'그녀'가 침대 위에 아빠다리를 하고 앉은 채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엄청 빤히 바라본 것 같다.- 동시에 짐 푸는걸 멈췄다.
"아뇨, 몇 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이제 체크인이 되서 들어왔어요."
"아까 전에 식당에서 저 보셨죠?"
'그녀'의 뒤에서 식당에서 본 여자가 자신의 침대에 엎드린채 물어본다.
"네, 맞아요."
"야간 열차 타고 오셨나봐요?"
"네."
그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문답이 끝나고 -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모두 각자 하던 일을 계속한다. 식당의 여자는 엎드린 채 멍하니 있고, '그녀'는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보고 있다. 방문을 열어준 남자는 옆으로 누운채 오른손으로는 노트북을 옆으로 세우고 왼손으로는 마우스를 쥔 채 웹서핑을 하는 듯 했다. 보기에는 엄청 불편하게 느껴지는 특이한 자세였다. 나는 캐리어 속에서 트레이닝 복과 슬리퍼와 세면도구 등 숙소에서 이용할 것들을 꺼내서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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