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소개팅을 했습니다.
요즘에는 참 흔하디 흔한 소개팅인데요,
저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소개팅이었습니다.
당시 제 나이는 스물여덟.
어찌보면 아저씨 같을 나이에 파릇파릇한 스무살과의 소개팅이라뇨.
생각만해도 설레고 기대됐습니다.
친척동생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친구라며 꼭 오빠에게 소개해 줘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살면서 수십번의 소개팅 제의를 받았습니다.
내세울건 187cm의 큰 키와 긴팔 긴다리 밖에 없지만ㅋㅋㅋ
여자친구 없는 제가 불쌍해 보였는지 생각보다 많은 주선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세렌디피티' '인연' 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소개팅은 매번 고사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번엔 승락을 했냐?
저도 의문입니다. 그때 왜 한다고 했는지...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아무튼 친척동생의 설득에 넘어가 전화번호를 받게 되었죠.
참 소심한 성격이라 전화는 못하고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카톡도 아닌 문자..^^ 그 때 소개팅녀의 폰은 2G였기에ㅋㅋ
문자를 통해 전해지는 그녀의 성격은 배려심이 가득했고, 착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문자를 통해 서로에 대한 벽을 조금 허물고, 드디어 약속을 잡았습니다.
어디에서 무얼 먹을지 엄청난 검색을 하며 늦은 새벽 잠이 들었습니다.
약속시간이 다 되었는데 하늘에선 비가 주륵주륵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재밌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친구에게 우산을 빌렸습니다. 왜냐하면 그 우산에는 "조마루 감자탕" 이라고 써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름 위트라고 생각해서 그 우산을 들고 나가
"이 우산 조마루 감자탕에서 협찬해준 거에요" 라며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려고 했습니다.
드디어 그녀와의 첫 만남.
긴 치마를 입고 저 멀리서 걸어오는 그녀에게서 풋풋한 스무살의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다행히 첫인상이 좋았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귀기울여 주고, 무슨 말을 하든 잘 웃어주는 그녀가 맘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 내어 조마루 드립도 칠 수 있었구요^^;
그녀도 우산을 가지고 왔지만
"같이 쓰고 갈까요?" 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가 참 좋았습니다.
첫 만남부터 뭔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만났음에도 어색함이 없이 온화하고 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600일이 된 커플로 발전했고, 미래도 약속했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인연이 어쩌면 세렌디피티 였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