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설레는 첫 느낌 첫 만남을 준 존재라면 중학교 때의 일이 생각나네요. 그때도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왔죠.
그런데 회사에서 돌아온 아버지가 갑자기 쇼핑백을 들고 오셨어요. 전 처음에 과자인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저와 동생의 질문에도 그게 뭔지 말씀하지 않은 채 그냥 손을 넣어 보라 했었죠.
과자라고 생각해서 손을 넣었는데 그때 깜짝 놀랐죠. 뭔가가 푹신한 느낌으로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고 쇼핑백을 보는 순간 거기에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있었습니다.
낯선 분위기 속에서 눈을 감는 강아지를 보면서 무슨 강아지인지 궁금해서 아버지에게 물어봤죠.
그랬더니 아버지는 친구 중의 한 분이 사정상 강아지를 키우지 못해 우리 집으로 가져왔다고 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강아지와의 만남이 그렇게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강아지를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엄마는 강아지 키울 공간도 적고 강아지가 털이 날려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저와 동생은 처음으로 갖게 된 강아지와의 모습에 행복했어요.
강아지를 직접 보니 강아지도 실눈을 뜨면서 우리와의 만남을 받아들인 채 마음을 여는 장면이 느껴와 기분이 좋았어요.
얼른 엄마와 같이 강아지를 목욕시켰죠.
낯설어 하던 강아지도 마음을 열고 가족들의 따뜻한 손길과 정성에 기분이 좋은지 여기저기 뒹굴며 좋은 기분에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강아지를 깨끗하게 씻기고 강아지 전용 화장품도 발라주니 덥수룩하던 강아지도 어느덧 깔끔하고 깨끗한 신사로 변신해서 힘이 났죠.
강아지를 곁에 두고 저와 동생은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어요.
이름부터 지어주어 그 이름을 불러주면 강아지가 좋아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연습장을 두고 여러 가지 이름을 적은 끝에 다롱이라는 이름이 괜찮다고 생각하여 강아지의 이름은 다롱이가 되었습니다.
자기 이름을 알았는지 다롱이도 우리를 보고 귀여운 모습으로 웃음을 짓으며 꼬리를 흔드는 매력을 보여 힘이 났죠.
보기에 온순하면서 착한 다롱이를 보니까 그 안에 빠져들어 자꾸만 보고 싶은 생각이 나더라고요.
학교에서도 수업를 하면서도 다롱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온통 다롱이 걱정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요.
얼른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니 다롱이도 우리가 반가운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좋아했죠.
그것을 보면서 동생과 저는 박수를 치며 같이 춤을 췄습니다.
동생도 다롱이 보면서 한마디 하더군요.
“다롱이도 우리 마음을 아나봐. 저렇게 좋아하니 말이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다롱이가 저렇게 무럭무럭 밝게 자라면 좋겠어.”
“잘 자랄 거야.”
멋지게 보여 다가오는 다롱이와 어울리며 좋은 추억을 만들 즈음에 다롱이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나 봐요.
맛있게 밥을 먹던 다롱이가 밥도 안 먹더라고요.
한 번도 말썽 피우지 않아 좋았지만 차츰 성격도 이상해서 공격적인 성향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 다롱이에게 말을 했죠.
“다롱아 왜 그래.”
“우리가 싫은 거니. 말이라도 해봐.”
말을 하면 좋을 텐데 말을 못하는 다롱이가 저렇게 힘들어 하는 것을 보니까 힘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집안에서 키우면서 고민이 없었는데 하루하루 자라는 다롱이를 보니까 집안에 두기가 힘들었습니다.
결국 다롱이를 마당에 묶어 놓기로 했습니다.
강아지에서 개로 변한 다롱이에게 조금이나마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다롱이를 위한 집도 지워주었지만 다롱이는 그 집에 있는 게 불편한 모양입니다.
다롱이를 보면서 동생과 이런 말도 했으니까요.
“다롱이가 왜 저러지.”
“고향에 가고 싶은 거 아닐까.”
“맞아. 자기 엄마와 동생들이 보고 싶나 봐.”
“주소라도 알려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다롱이에게 다롱이 가족의 만남을 주선하고 싶어도 그게 뜻대로 안되니 다롱이가 스스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기도했죠.
물론 그런 우리들의 바람은 아쉬운 채 점점 이별을 하는 순간이 찾아왔으니까요.
예쁘고 착해서 동네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던 다롱이도 어느 날은 골목으로 뛰쳐나가 자꾸만 위협하더군요.
빨리 집으로 오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우리에게 안 좋은 면만 일부러 보이는 것 같아 속상했죠.
결국 부모님께서도 많은 고민 끝에 다롱이를 보내기로 했죠.
다롱이와 마지막 인사를 하는 날 그동안 속을 썩힌 녀석도 우리와의 이별을 아는지 어디론가 바라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 다롱이를 안아주며 말을 했어요.
“그동안 왜 그랬어. 이렇게 해야 했니.”
그 말을 하자마자 다롱이가 저에게 뭔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미안해. 나도 널 좋아했는데 뜻대로 안 되더라. 그래도 잊지 않을 거야. 처음 너와 만났던 그 날의 순간을.”
아쉬움 끝에 다롱이는 짧은 생활을 뒤로 하고 우리와 만난 지 1년 만에 우리 가족의 곁을 떠났습니다.
그 뒤로도 아버지는 다롱이 소식을 알려주시더라고요.
좋은 주인을 만나 건강하게 지낸다는 소식을 들으면 안심하면서도 다롱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찾아 가려 했지만 만나기 싫어한다는 말을 들어 포기하고 말았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가 어느덧 다롱이와 헤어진지도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무척 궁금하지만 그때 만났던 다롱이와의 첫 만남은 저에게도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사랑과 관심이 무엇인지 알려주던 녀석이 오늘따라 눈에 아려 보고 싶은 계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