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처자입니다. 제목 그대로예요.
어쩌면 벌써 유투브나 페북같은데에 '버스 패륜녀' 등등으로 올라갔을지도 모르겠어요.
거두절미하고 일단 오늘 있었던 일 부터 말씀드릴께요. 아직도 기가차서 정말.
오산에서 수원으로 가는 301번 버스였습니다. 시간은 6시 3~40분 쯤이었어요.
전 오산 중원사거리에서 버스에 탑승했고 목적지는 수원역이었습니다.
중원사거리에서 301번 타면 10번 중에 9번은 자리가 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서있는 사람도 많고 버스에 사람이 많더라구요.
맨 뒷좌석 일렬로 돼 있는 곳 바로 앞에 섰습니다.
안그런 버스도 있는데 제가 탔던 버스는 뒷좌석 쪽이 한단 높은 형태의 버스였구요.
사람이 계속 밀고 들어와서 그 턱에 올라서서 봉만 잡고 서 있었습니다.
3정거장쯤 지났을까 맨 뒷좌석에서 누가 내리더라구요. 전 바로 앞에 있었으니까 타려고 했는데
어디선가 "어어어~"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어떤 할머니가 사람들 틈으로 제치고 와서 그 자리에 앉으셨어요. 뭐 괜찮습니다. 노인분이시니까요.
그러고나서 굴다리쪽을 지나가는데 버스가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덜컹덜컹.
귀에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면서 가고 있는데 뭔가 제 앞에 툭 떨어졌습니다.
아까 그 할머니가 시장을 보고 오셨는지 이것저것 짐이 있으셨는데 그 짐들 정리하시다가 제 앞에 동전지갑 비슷한 걸 떨어뜨리셨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위에 올라앉아 계시니 손이 닿지 않는 곳이었죠.
버스가 너무 심하게 요동쳐서 속으로 '버스 곧 서니까 그 때 주워드려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뭔가 제 엉덩이를 툭툭 치는겁니다. 뭐가 싶어 인상쓰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할머니가 뭐라뭐라 손짓하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제가 음악을 듣고 있어서 못들었기 때문에 이어폰을 빼고 "죄송한데,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못들어서요." 라고 여쭈었습니다.
할머니가 "아가씨, 밑에 떨어진 것 좀 주워줘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버스 서면 주워드린다고하고 다시 이어폰을 꼈는데 버스가 좀처럼 서지를 않고 계속 덜컹거리며 가더라구요.
전에 이런 비슷한 상황때 물건 주으려다가 엉덩방아 찧은 일이 있어서 버스가 좀 서면 주으려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어폰 너머로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가 들리는겁니다. 그래서 이어폰을 뺐죠.
그랬더니 그 물건 떨어뜨리신 할머니 바로 옆에 앉은 또 다른 할머니가 저를 팍 밀치고 손을 뻗어서 직접 주워가시더라구요. 그리고 저한테 삿대질을 하면서 욕을 하시는데 아주..
젊은 년이 허리 잠깐 숙이기 싫어서 늙은이 물건 안주워준다
요즘 것들은 집구석에서 뭘 배우는건지 네 부모라는 년놈들은 가정교육 안시키고 뭐했냐
혹시 부모 없냐 후레자식이냐,
진짜 가감없이 저렇게 다다다다 퍼부어 대시더군요. 순간 너무 어안이벙벙하고 황당해서 벙쪄있다가
겨우 제가 한 말은 바보같이 "버스가 안멈춰서 서면 주워드리려고 했어요.." 이 말이었죠.
그랬더니 정작 물건 떨구신 할머니는 말리는데 그 옆 할머니가 버스가 떠나가라 또 욕을 하셨죠.
핑계대지 마라, 요즘 것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모른다. 이기적이다.
보아하니 남자 만나러 가는 것 같은데 너 같은 년들이 밖에 나가서 이리저리 다리 벌려주는 개나리년이다,
니 애미애비는 니가 이러는거 아냐,
저 거짓말 하는 것도 아니고 지어내는 것도 아닙니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진 않게 말했구요.
저도 화가나서 맞받아 쳤습니다. 부모님 욕까지 하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이유 없잖아요.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저 그냥 후드티에 치마레깅스 입고 운동화 신고 모자쓰고 있었습니다.
반말하지 마시고 욕하지 마시고 삿대질 하지 마세요,
제가 할머니 자식도 손주도 아닌데 절 언제봤다고 욕지꺼리에 부모님 욕까지 하십니까
제가 물건줍다가 넘어져 다치기라도 했으면 할머니가 책임지실겁니까
그리고 이렇게 쌍욕하시는거 보니까 할머니도 인생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대충 알 것 같네요.
여기서부터 저도 완전 열받아서 이성을 잃었죠.
버스는 만원 버스였고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저한테 참으라고, 할머니도 너무 심하시다고 그만들 하시라고 말리는데 그 아저씨한테도 이놈저놈 하면서 이년이랑 붙어먹을 생각으로 그러는거냐고 욕해서 그 아저씨도 완전 화나셔가지고 할머니랑 싸우고..
그리고 2차전 돌입하셔서 눈물도 안나는데 우는 연기 작렬하시더이다.
나이 먹으면 죽어야지, 내가 오래살아서 새파란 년한테 이런 모욕이나 당하고 죽어야지, 죽어야지
그러시길래 제가 그랬어요.
네, 할머니 말씀 틀린 말 아닌 것 같네요.
그랬더니 우는 척하시다가 안고 있던 까만 봉투에서 달래를 한웅큼 집어서 저한테 막 던지고
옆 승객들도 다 맞고 나중엔 버스 기사 아저씨까지 그만 싸우라고 소리지르셨구요.
웬만하면 그냥 내리면 그만인데 그 할머니가 계속 부모님 욕하고 일면식 없는 절 언제 봤다고
남자를 홀리느니 어딜 대주고 다닌다느니. 저도 거의 제정신 아니었다고 보심 될 것 같네요.
거의 10분을 그렇게 싸웠어요.
나중에는 앉아서 제 가방을 발로 차고 발로 차면서 제 몸도 걷어차고 엉덩이가 어쩌느니 저쩌느니
인신공격에 비아냥에 조롱하고.
결국 병점정도 와서 할머니랑 대판 또 싸우고 남은 인생 자식 손주한테 부끄럽지 않게 사시라고 하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내려서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르겠네요.
할머니만 아니었으면 진짜 줘팼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머리털나고 그런 쌍욕에 수치스러운 말은 처음 들어봤네요.
말 자체만 보면 저도 말 심하게 하긴 했는데 더 심하게 말 못해준게 억울합니다.
생각 해 보니까 버스 늦게 타신 분들이 보면 저 진짜 패륜아 같겠더군요.
할머니한테 대놓고 반말에 쌍욕은 안했지만 곰곰히 생각 해 보면 오해를 살 만한 일이기도 하구요.
요즘 인터넷에 버스무개념녀 택시무개념녀 많이 올라오는데 저도 그 꼴 날까봐 걱정입니다.
상대방이 어른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부모님욕까지 얻어먹고도 가만히 있었어야 하는게 맞는지, 그냥 피했어야 하는지 뭔가 혼란스럽네요.
겨우겨우 수원역가서 친구들 만나서 이런 얘길 했더니 친구들이 유투브나 페북에 올라오는거 아니냐고
나중에 탄 사람이 보면 너 얼마나 개념없어 보였겠냐고 걱정을 하더라구요. 저도 그럴 것 같고.
첨부터 버스 같이 타신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정말 100프로 사실이구요.
할머니가 한 욕 다 기억도 안나서 덜 적었으면 덜 적었지 더 보태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한 말도 미화시키지 않았구요.
혹시라도 동영상같은게 떠돌게 되면 저한테 꼭 알려주세요 여러분.
분노를 삭이며 이만 자러가겠습니다.
[+] 어제까지 댓글이 없어서 그냥 묻히나보다 했는데 오늘 보니 톡이네요.
왜 바로 줍는 시늉도 안했냐고 하시는데 뒤에 사람이 꽉꽉차서 허리 숙이면 뒤에 서있는 분한테
엉덩이가 바로 닿는 그런 자세였고 굴다리 지나가면 바로 버스정류장이고 거기서 사람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그 때 주워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봉 잡고 주워드리면 된다는 분들, 한 손으로 봉 잡고 다른 한 쪽 어깨에 가방을 메고 있는 상황인데 봉을 놓지 않고는 주워드릴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님들 같으면 머릿속으로 '아 시늉먼저 하고 이따 주워드려야지.' 이렇게 바로 생각드는 분들 있으시겠어요? 오산 사시는 분들 아시겠지만 그 굴다리 내리막 오르막 바로 우회전 이렇게 버스 심하게 흔들리는 구간입니다. 그리고 제가 서 있던 부분이 한단 높은 곳이었다고 제가 글에도 썼지 않았습니까? 노인공경 저도 압니다. 그런데 제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공경할 필요는 못느끼는데요. 그게 그렇게 이기적인가요? 그리고 제가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부모님 욕에 몸파는 여자 취급까지 당했는데 가만있는게 정상인가요? 그 할머니 60대 초중반으로 아주 할머니도 아니었구요, 동전지갑 떨어뜨리신 그 할머니가 진짜 나이 많은 할머니셨어요. 자기 일도 아닌데 나서서 저한테 쌍욕 퍼대기로 퍼붓는 사람한테 제가 어디까지 예의를 갖춰야 했는지 의문이 드네요.
그리고 이어폰은 봉 잡고 있던 반대 손으로 뺐다가 낀거구요, 그 쪽 어깨에 가방이 메어있었다구요.
끈이 긴 가방인데 그 손으로 물건 주으려면 가방은 어떡합니까?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주워요?
가정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 욕을 하세요.
[+] 3월 11일 오후 2시 48분 다시 추가합니다.
하루 지나면 톡에서 내려갈 줄 알고 그냥 뒀는데 자꾸 욕 하시는 분들.. 제 행동 가지고 뭐라 하시는건 좋은데 난독증 있으신지 써놓은걸 못보고 싸잡아 욕하시는데요,
1. 인상은 왜 썼냐 - 위에 다시 읽어보세요. 뭔가가 엉덩이를 툭툭 쳐서 인상쓰고 쳐다봤다 했습니다.
님들은 누가 내 엉덩이 만지는데 기분좋게 허허실실 웃으며 쳐다보실건지요?
2. 왜 버스 서면 주워드린다고 하지 않았냐 - 이 또한 버스서면 주워드린다고 말 했다고 써있습니다.
뭘 자꾸 왜 말을 안했냐고 하세요? 글을 제대로 읽고 욕을 하세요.
3. 웬만하면 그냥 줍지 그랬냐 - 많은 301번 버스 이용자분들이 글을 남겨주셨는데요..
웬만하지 않았으니까 못 주운겁니다. 정말 웬만하지 않아서요. 버스가 좌우로 요동치고
5미터는 내리막 5미터는 오르막 그 후에 바로 급 커브도는 노선에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에서
정말 주워드릴 수 없었습니다. 안 주우면 동전지갑이 더 멀리간다는 분들, 굴러갈까봐
제 운동화로 옆으로 지갑 아랫부분 받치고 있었어요.
301번 버스 악명높기로 유명합니다. 차 없으면 그냥 평지에서도 어지간한 택시나 전철 비슷한 수준으로 달려요. 노선도 험하고 커브 많고 공사 구간도 많구요. 그리고 특히 제가 처한 굴다리 부분은 의자에
앉아서도 앞 손잡이 잡고 지탱해야 버틸만한 구간입니다.
그런데 제가 서서 봉 하나에 의지해서 어깨에 맨 가방 덜렁덜렁 거리는거 앞에 앉아있는 승객한테
안닿게 하려고 신경쓰고 있었어요. 어떤 분들은 가방 다른쪽으로 옮겨매라는데 옮겨 매려면 봉에서 손 놔야겠습니까 안놔야겠습니까? 그리고 끈이 긴 가방이라고 언급했잖아요. 반대쪽 어깨로 옮기다가 앞 승객 얼굴이라도 치면요? 왜 다들 편리만 따지시고 그 상황을 가정하지는 않고 욕을 하세요?
그리고 자꾸 오해하시는데 욕을 한 할머니와 지갑을 떨어트린 할머니는 다른 인물입니다.
제가 "버스 서면 주워드릴게요." 라고 말 했을 때 지갑을 떨어트린 할머니는 웃으면서 그려그려 하며 손짓까지 하셨구요. 잠시 이어폰을 뺀거라서 할머니 반응을 보고나서 다시 낀겁니다. 발로 지갑 받쳐놓구요. 그런데 갑자기 옆에 앉은 할머니가 다짜고짜 부모님 욕부터 성적인 욕까지 하는데 자식된 입장에서 어떻게 부모님 욕하는걸 듣고 가만히 있죠?
첨에 욕을 다다다다 쏟아부으셨을 때 저도 바로 맞받아치진 않았다고 썼습니다.
버스 서면 주워드리려고 했다고 해명을 했음에도 바로 또 더 심한 욕을 하셨죠. 거기부터 참을 수 없었던겁니다. 자식된 도리는 알면서 웃어른은 왜 공경하지 않냐구요? 어른같아야 공경을 하죠. 진짜 솔직한 그 때 마음은 할머니고 뭐고 멱살이라도 잡고 쥐흔들고 싶었습니다. 거기다가 절 폭행하기까지 하셨죠. 흙 묻은 신발로 여기저기 걷어차셔서 옷도 망가지고 특히 엉덩이를 그렇게 걷어차셔서 수치심도 들고 너무 화가나서 존대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어른에 대한 제 언행이 언짢으시다면 욕해도 상관없습니다만, 과연 절 욕하시는 분들은 일면식 없는 생판 남에게 부모님 욕에 몸팔고 다닌다는 소리 듣고도 허허 웃을 수 있는지 의문이네요. 제가 쓴 글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 없구요, 여기에 그 할머니가 했던 저희 부모님 욕을 더 적는다는 것 자체로 불효같아서 위에 아주아주 간추려 쓴겁니다. 실제론 더 했죠. 욕하시는 분들 진짜 저랑 똑같은 상황에 처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위로해주신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301번 버스 정말 이젠 보기만 해도 속이 미식거리네요. 위화감도 들고.. 수원방향으로 나가려면 꼼짝없이 301번 300번 20번 타야 하는데 그 노선 기사님들이 진짜 기록 갱신 배틀 뜨듯이 레이싱 하시죠 도심에서.. 위험한 코스라는거 아시면서도.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타야만 하기에 탑니다.ㅠㅠ 오산시민분들도 제 심정 알아주셔서 감사드려요.
좋은 하루 보내시고 환절기에 감기 황사피해 주의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