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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8월의 그 날,

그때 그 시절 |2013.03.13 18:03
조회 25,115 |추천 44

그때 퇴근 길에 후다닥 쓰고 저장했던 거라서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했었는데..

어제 퇴근 길에 낯익은 제목이라서 언제 내가 읽었던 건가 하면서

자작나무 탄다고, 국민학교 나왔냐고, 오글거린다는 댓글에

지하철에서 개빵! 터져서 댓글달려고 했더니...제..글이였네요........

충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해요..댓글들 너무 웃겼어요 ㅋㅋㅋㅋㅋㅋ

 

1. 그 더운 날, 왜 청자켓 입고 후드집업 입었냐고 물어보신 분

    -> 그러게요, 제가 그때 좀 제정신도 아니였고 솔직히.... 제가 옷을 못 입어요...

         보이는거 막 걸쳐요....놀이공원 가서 결국 벗었어요...;; 너무 더워서;;;

         그리고 그 아이는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안 더웠나? 무지 더웠는데...

2. 오글오글 자작나무 탄다고 하신 분

    -> 다들 그런 기억쯤 있지않나요? 생각하면 이불에서 하이킥 하거나 그땐 참 좋았는데

        하면서 손발 쪼그라들것 같은 기억.. 이 아이도 그런 기억 중에 하나에요.

        참 좋았었지 했는데 결국 생각 마지막에는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다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힘들다고 놓아버렸거든요.

사실 헤어지고 나서도 한동안은 그 아이 생각 못할 만큼 바빴고 내 삶에 지쳤고 내가 무슨 연애냐

정신 못차리고 있네 했었는데.. 회사 분이 온 세상 짐 너 혼자 지고 있고 너 혼자만 힘드냐고

다들 그렇게 참고 견뎌내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거라는 말에 갑자기 번쩍 정신 들었었어요.

그러고 나서 보니 이미 이 아이는 저 멀리 가버렸고 저 혼자 후회하고 있더라구요.

한동안은 매일같이 재회하는 꿈도 꾸고 그 아이 미니홈피나 페이스북 보면서 혼자 궁상떨었는데

이제는 정말 추억속으로 놓아주려구요..

처음 만났던 날 생각하면서 두서없이 쓰다보니 이런 일도 있네요 ㅎㅎ

 

봄도 오는데 다들 이쁜 사랑하세요,

저같은 쏠로분들은 화이팅! 모두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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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 여고 졸업하고 40대 아저씨들 바글바글한 직장에 들어간지 3년차,

풋풋한 남자는 커녕 내 또래의 남자들은 본 적도 없었던 나,

 

친구들이 하도 놀려대서 만났던 첫 남자친구는 나에게 깊은 실망만 남기며

3개월도 안되서 끝나버리고 그렇게 내 인생에 봄날은 오지 않겠거니 생각했다.

돈이나 열심히 벌어야겠다 생각했고 집-회사-집-회사를 반복하며 미친듯이 돈만 벌고 있었다.

그렇게 사회생활의 온갖 스트레스에 거의 지쳐있을 때 쯤 그 아이를 만났다.

 

만남은 아주 뜻밖으로 이어졌다. 그 당시 가장 꽃다울 나이에 나는 막중한 스트레스로 인해

상태가 아주 안 좋았다. 이 때문에 심하진 않았지만 대인기피증까지 비슷하게 왔었고

성격도 소극적으로 변해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갔고 주말에도 회사에 특근하러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집콕인 삶이였다.

 

동생에게도 언니의 이런 모습은 퍽 좋지 않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상태가 아주 안 좋아서

누구에게 자랑스레 내 보일 수도 없었을 텐데 뜻밖에 동생이 한 아이를 주선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동생은 그 아이에게 빈 말로 우리 언니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는데

그 아이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오는터라 거절하지 못 했다고 한다.

 

무더웠던 8월 그렇게 우리는 만났다.

난 정말 예의없게도 그 무더운 날, 한창 이쁘게 하고 가기도 바쁠 그 날에

반팔에 후드집업 하나 껴입고 청바지를 직직 끌며 그 아이를 만나러 갔다.

워낙 나에게 자신이 없어서 시간 때우고 오겠거니 했다.

사진으로나마 봤던 그 아이는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외모에 가까웠고 그렇기때문에

더더욱더 내 모습에 대하여 위축이 되어있었다.

 

서로 위치가 안 맞아 빙빙 돌기를 십여분 째,

무더위에 난 지쳐있었고 어떤 건물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그 아이가 날 찾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날 보고 오는 한 사람을 보았다.

음료수 두 개를 들고 빙글빙글 웃으면서 오는 그 아이를 보고 난 질겁하여 뒷걸음질 쳤다.

(이 일로 그 아이는 두고두고 우리 첫만남에게 나 보고 왜 도망갔냐고 물어봤지만

쉽사리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 무더운 날에 빙글빙글 웃던 그 아이,

뜨거운 아스팔트의 열기때문에 그 아이가 웃는 것으로 보였던가,

여튼 그 날의 무더위만큼 강렬했던 그 아이의 모습은 우리가 헤어진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청자켓을 걸치고 있던 그 모습이 너무 잘 어울려 순수하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또래 남자를 만날 수도 있구나 단순한 생각들을 나열하며 연예인 보듯

그렇게 그 아이만 빤히 바라보았던 것 같다.

 

빈말로 서로 나눴던 "첫만남은 놀이공원으로~ "했던 그 약속을 지켜줬고

난 내 인생에 처음으로 남자와 단 둘이서 놀이공원을 갔다.

티비에서만 보던 남녀커플 둘이서 쓰는 토끼모양의 머리띠도 같이 썼고 많은 놀이기구를 탔다.

전날까지 회사업무에 지쳐서 대체 인생이 뭐지? 다들 이렇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밤잠을 설쳤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그렇게 그 아이는 내가 여자이구나를 느끼게 해주었고 또한 같이 있는 그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붙잡고 싶을 정도로 날 절실하게 만들었다.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너무너무 재밌었고 너무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그 아이만 생각하면 소설 속의 여느 여자주인공이 그렇듯 심장이 두근두근하였다.

이렇게 착하고 내 이상형인 사람이 나와 만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솔직히 잘 안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시간이 소중했기에..

 

한번, 두번 만나고 세번째 만났을 때,

내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론이 났었다. 아- 이 아이는 정말 나와 안될 수도 있구나, 그래도

친구만으로도 옆에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그 날 그 아이를 만나러 갔다.

저녁 노을이 짙게 지는 하늘을 보며 우리 둘은 청계천을 나란히 걸었다.

그리고 그 날, 그 아이는 내게 고백을 하였다.

너를 좋아하노라..

누구에게도 그렇게 정식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는 수줍은 고백은,

손 끝이 동할 정도로 벅찬 감동을 주었고 난 무드없게도 다시한번 말해보라고 재차 재촉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우리는 시작되었다.

 

여느 커플과 다를바 없을 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겐 내가 일하는 기계가 아니고 여자이라는 것을

처음 깨닫게 해주었던 그 아이,

그래서 가끔 미친듯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그 아이,

만약에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 달콤한 기회를 난 그 아이와 처음 만났던,

유난히 더웠던 8월의 그 날로 돌리고 싶다.

 

 

추천수44
반대수10
베플glasody|2013.03.19 14:05
무더운 8월달에 후드집업이랑 청자켓은 좀 아니잖아요ㅜㅜ 자작은 제발.... 그만...........................................ㅡㅡ
베플아이고|2013.03.19 14:16
나는한편의 장문소설을 본듯했고 내손발도 8월의 무더위 처럼 오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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