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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우체통 - 우리를 이어준 엽서 한통

칸쵸 |2013.03.14 11:22
조회 452 |추천 6
그녀와 나의 만남을 본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미친놈
-그런 만남이 오래 갈거 같냐?


악담을 해라 이것들아;;

에헴; 아무튼 그녀와 나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만났다.
어플 이름은 제목에도 나와 있지만 '두근두근 우체통'이다. (절대 광고 아니다 진짜로 여기서 만났다;;)

하루하루 무료하게 보내던 나는
성도 모르오 이름도 모르오 몇살인지도 모르오 얼굴도 모르오 아는거라곤 외국말을 쓰냐 한국말을 쓰냐 밖에 모르는 저 어플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몇통이나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녕하세요~' 라는 말을 스마트폰의 자판이 닳아 사라질 정도로 엄청 많이 보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대부분의 불특정한 분들은 사뿐히 씹어드셨다...
10통 중에 한두명은 매우 무미건조하게 답장을 줬다. 하지만 무슨 자신감인지 그런건 내가 씹어 드렸다;
그러던중 감정이 느껴지지않는 인터넷 엽서지만 어느 누가봐도 이사람은 정말 밝은 사람이구나 싶을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이것이 그녀가 나에게 해준 첫인사겸 첫마디였다.


우리는 그 흔한 번호 교환도 없이 두달 가량을 엽서를 통해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그녀는 웃음이 많고 육고기를 미치게 좋아하고 푸하하라고 엽서를 보낼땐 진짜로 소리내어 저렇게 웃는다.
처음엔 만화 캐릭터가 만화에서 탈출한줄 알았다;
매우 덜렁대지만 긍정적이고 사람놀리기를 좋아하지만 당하는 사람도 웃게 만드는 그녀에게 관심이 갈 무렵 우리는 번호를 교환하고 조금더 서로에게 다가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게 엽서에서 카톡으로 그리고 통화로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서로에게 가까워졌다.

하지만 쉽게 만날순 없었다.
그녀는 부산, 난 인천에 산다.
그녀와 내가 만나려면 약 두시간의 지하철(서울과 부산에서)과 약 세시간의 KTX를 타야만했다.
그래야만 우리가 만날수 있었다.
관심에서 호감으로 변할 무렵 그녀에 대한 궁금증도 극에 달했다.
그렇다 매일 사진으로만 보던 그녀가 궁금했다. 만나 보고 싶었다.
대뜸 만나자고 하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그래서 한번 떠보기로 했다.

-나 안궁금해요??

정말 용기내서 물어봤다.

-매일 대화하는데 궁금할게 뭐가 있어요~~~

하... 저렇게 답하는 그녀가 야속했다.
그녀와 만나려면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돌직구를 날리기로 했다.

-우리 만날래요?

저 말 보내자마자 폰 닫고 한참동안 쳐다 보지 않았다. 부끄러워서...

-푸하하하하하

그녀는 대뜸 저걸 보냈다.
저건 그녀가 정말 웃겼을때 보내는 말인데.... 한참을 고민했지만 답은 안나왔다.

후에 알게 됐지만 그녀는 모든걸 알고 있었고 내가 만날래요? 라고 보낸 말이 자기랑 통했다고 그 상황이 웃겼다고 그래서 푸하하하라고 보냈다고 했다.
하나도 안웃긴대 말이지ㅡㅡ;;

그렇게 우리는 첫엽서를 보낸지 3달 만에 첫만남을 가졌다.

약 두시간의 지하철과 약 세시간의 KTX 타서 만난게 아닌 비행기를 타고 말이다;;

그녀의 집근처에는 김해 공항이 있었고 우리집 근처에는 김포공항이 있었다.

정말 단순하게 비행기는 외국갈때만 탄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다 필자는 한번도 비행기를 타본적이 없다..

에헴; 아무튼 그녀는 나를 보러 아침비행기를 타고 김해에서 서울까지 원더우먼처럼 날아왔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첫만남이 성사 된 것이다.

-배고파요~

그녀가 첫만남에서 나에게 한 첫마디다.

그녀는 하루 세끼중 단 한끼라도 제시간에 먹지 않으면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이다.
처음엔 무슨 희귀병에 걸린줄 알았지만 그냥 저런 사람이었다;

-내가 그럴 줄 알고 김밥 사왔어요~ 나도 배고프니깐 우리 이거 같이 먹어요~

내가 수줍게 건낸 김밥과 주스를 그녀는 아주 잘 먹었다.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너무나 잘먹고 있는 그녀.. 내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쭈뼛쭈뼛 있던 내게 그녀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우리 이제 뭐해요??

-김밥은 별로 배 안차죠?? 우리 냉면 먹으러 가요~~

그녀는 음식을 가리는것도 없고 참 잘먹는 사람이다.
그래서 처음에 그녀를 만나기 전에는 그녀가 체격이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본 그녀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거보다 말랐다는 거다.

'저렇게 먹는데 왜이렇게 말랐지?'

그녀는 많이 먹는게 아니라 조금씩 여러번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빨빨 거리며 돌아다니는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육고기를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갈비와 냉면을 같이 주는 메뉴를 선택했다.

역시 잘먹는다. 물론 고기를....

그렇게 맛있는 고기와 냉면을 먹고 난 뒤 코엑스로 향했다.
그날 날씨가 추웠던 것도 있었고 소화 시키기엔 넓은 곳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녀가 갑작스레 위경련이 나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무산 됐다.
나는 그녀의 약을 찾기 위해 약국을 찾아 뛰어 다녔고 겨우 찾은 약국으로부터 처방전이 없어 약을 줄수 없으니 근처 병원의 응급실로 가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 말을 그녀에게 전하니 그녀가 괜찮다는 말을 했다.
그때 문득 들은 생각은

'주사 맞을까봐 무서워서 괜찮다고 했을꺼야...'

후에 들은 얘기지만 역시나 내예상이 맞았었다.
역시 그녀는 겁쟁이 였어 후후..

코엑스에서 잠시 쉬고 좀 춥긴 하지만 헤어질 시간도 얼마 안남았고 바깥공기도 쐴겸 선유도 공원에 갔다.

그곳에서 잎이 다 떨어진 나무와 풀들을 보며

'역시 겨울은 무지 춥군..'

라고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그녀와 산책을 했다.

이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8시간의 데이트를 마치고 아쉬음을 뒤로 한채 이별을 맞이 하러 서울역으로 갔다.

만나서 반가웠다는 인사를 끝으로 헤어지려는 찰나에 나는 또 한번 큰 용기를 냈다.

-안아도 되요?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너무 안고 싶었다. 거절 당할거 예상하고 뱉은 말이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게 우리는 기차 시간이 임박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포옹을 하였다.
비록 겨울이라 겉옷이 두꺼워 서로의 체온 심장박동의 느낌은 느낄 수 없었지만 마음은 알 수 있었다.

'그녀도 마음이 있구나..'

그렇게 짧은 첫만남을 뒤로 하고 한달뒤인 크리스마스에 부산에서 두번째 만남을 가졌고 그렇게 우린 연인이 되었다.



비록 서로의 일이 바빠 한달에 한번 뿐이 못보지만 만날때마다 티격태격 하며 470일 넘게 알콩달콩 연애중인 현재진행형 커플이랍니다.
이 글을 육고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그녀에게 바칩니다.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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