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줄기 바람에는 어쩐지 향수(香水)가 있었다.아마도 벌써 봄이 온것이라 착각하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 어리석은 묘목 사이로 불어오는 것이리라.
나는 오랫동안 봄을 싫어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울 방법을 알았다면 반드시 그리 했을 것이다.
자목련이 눈처럼 지던 어느 봄날 저녁 우리는 난생 처음, 수줍은 마음으로 만났다.
함께 손을 뻗어 저물어 가는 하늘을 가늠해 보았다.사방은 투명한 푸른 빛으로 가득 찼다.
언제까지 내 옆에 있어 주겠냐는 두서 없는 나의 물음에 "니가 내 옆에 있을때까지." 라고 그 사람은 대답했다.
"너는 항상 내 편이지?" 라고 묻자, "비가오나, 눈이 오나." 라고 그 사람은 말했다.
3년이 흐른 지금, 그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그렇게 눈이 내리고 비가 오고 무심하게 겨울은 지나가 버렸지만 나의 옆에는 찬란했던 기억속의 우리 처음 만나던 봄날만이 조금 쓸쓸하게 남아있다.
xx아, 내 마음은 언제나처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머물러 있는데몸은 또 그렇게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지더라. 그러면서 조금씩 나도 변했어.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도 그때의 나는 너무나도 미숙한 아이였지.생각하면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하지만 부끄러운 기분이 드는 것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은기억이 하나씩 소멸하고 있다는 것.
봄이 오니까..참을 수 없는 그리움이 든다. 근데 이상하게도 나만 그렇지 않을 거라는 확신 같은게 들어.그 어느때보다도 선명하게, 그 어느때보다도 마음이 가깝게 느껴져.분명 느낌일 뿐이지만 지금 너와 나의 마음이 맞닿아 있는 기분이 들어.
그 시절이 그립고 그때의 순수한 내가 그립고그 때 우리 첫 만남이 그리워. 그날 이후로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 변해버렸어.만약 영혼이 존재한다면 나는 그날 그 자리에 내 영혼의 절반 정도를 놓아 두고 온 것 같아.
그 영혼은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면서 기억하겠지.평생을 말야.
혹시 지금 행복하니?만약 아주 행복하다면..오늘 하루만 그 행복을 잠시 뒤로 미뤄줘.그리고 지금 단 한순간만 기억 속에서 날 안아줘.나를 떠올려 줘. 나를 그리워해 줘. 우리 처음 만나던 그날처럼....